손학규-유시민-이정희가 촛불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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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유시민-이정희가 촛불든 이유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1.06.09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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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수렴? 표심? “우린 반값이면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20대 학생들이 매일 저녁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든다. 30~40대 ‘날라리 선배’들도 이들과 함께한다. 딱딱하게 벽을 친 경찰 병력 앞에서 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통닭을 먹고, 피자를 먹고, 환하게 웃으며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손에 들린 가녀린 촛불에 등록금 인하의 소망을 담아본다.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며 연일 이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 이곳에 모인 서민들 사이에서 국회에 있어야 할 낯익은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달 29일 촛불집회의 시작부터 학생들과 함께 했다. 지난 6일에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보이기도 했고, 8일 민노당 정당 연설회 이후 본 집회에는 민노당 인사를 비롯한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경찰도 허가를 내지 않은 집회, ‘불법적 요소’의 위험이 있다는 이곳에 나라를 이끌어갈 야당 의원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왜 촛불집회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을까?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정당연설회에서 이정희(가운데) 민주노동당 대표와 강기갑(맨 왼쪽)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野 - “현장서 의견 수렴은 당연한 일”

야당은 촛불집회의 참여를 이렇게 해석한다. 하나, 등록금 문제는 학생을 넘어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둘, 등록금 문제는 소극적 소망이 아닌, 적극적인 요구로 표출되고 있다. 셋, 현장에 상당수의 학생과 서민들이 모이고 있다. 넷, 그렇다면 정치인으로서 현장을 방문해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정책을 표현하고, 반론 혹은 지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표심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쓴 소리에 김종민 민노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정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최고 목표”라며 인기관리라는 시각을 부정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정책에 대해 “학생들의 고민과 생각을 한나라당이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 같다. 학생들은 요구가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인데 그것을 자꾸 조건을 달고 왔다 갔다 한다”며 “오히려 집회에 와보지 않는 한나라당이 국민의 목소리 들으려는 노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참석 이후 당 정책을 부분지원에서 전면 지원으로 확장시킨 손학규 민주당 대표 측도 “정책 변경은 이미 계획돼 있었고 촛불집회에 간 이유는 변경의 마지막 단계에서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들으려 한 것”이라며 “타 야권 인사들의 참여도 반값등록금에 대해 동조하는 측면에서 참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 6일 저녁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 뉴시스

與 - “집회에 편승, 표에 도움될 것”

그러나 야당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정책의 중심에 선 여당은 그리 곱지만은 않은 시선이다. 야당 의원들의 시위 참석을 한나라당은 ‘편승’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야당 쪽에서 나름대로 집회에 편승하는 게 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판단한 것 아니겠냐”며 “한나라당의 정책이나 노선에 잘못된 점을 끄집어내 그것을 공격하기 위해 집회가 이뤄지고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등록금 인하 방안이라고 말하는 ‘B학정 이상’, ‘소득하위 50%’ 지원 등은 김성식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이 개별적으로 낸 안일 뿐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야당과 시위를 주관하는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은 개인적인 의견을 사실화 하고 당론화 시켜 얘기하고 있다”며 “지난번 촛불집회(2008년 쇠고기 파동)가 그랬으니 이번에도 한번 살려서 내년 총선까지 이어가보자 하는 생각이 혹여나 있다면 이는 건전한 사회에 역행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29일 거론된 ‘B학점이상 지원 방안’ 등과 관련, 대학생들의 반발이 있자 “김성식 한나라당 부의장의 개인 의견일 뿐 당 차원에서는 검토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발표한바 있다.

輿, 너 지금 떨고 있니..?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야당의 집회 참석을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인식한다면, 그들도 표를 얻기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액션을 취할 수 있지 않냐”는 물음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8일 등록금 문제에 대해 “기왕 얘기를 꺼냈으면 일이 진행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관계자들이 현장에 가서 민심도 들여다보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한 마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관계자는 “황우여 원내대표가 한대련 등에 접촉을 시도했지만 그들이 거절했다”며 “우리가 등록금 인하를 반대하는 정당도 아니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그것을 이슈화 시키고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고, 또 그들의 요구사항과 하고 싶은 얘기를 듣고자 하는데도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조금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대련 측은 “거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답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주장한다.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에 대한 담보나 혹은 아무 목표 없이 만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것이 한대련의 설명이다. 또 일부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촛불집회에 얼굴을 내밀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현장을 찾지 않는 것에 대해 “대중이 무서워 그럴 것” 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바른 정책만 내놔”

야당과 여당의 이러한 입장차에도 정작 서민들은 야당의원들의 속내는 그리 중요치 않다. 의견을 들으러 오든 표심을 얻으러 오든 더 관심을 갖고, 더 참여하고, 그리고 올바른 정책만 내놓아 달라는 입장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하지 말라는 일 하는 것이 문제지, 표심 챙기기라 해도 국민들이 꼭 원하는 정책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인기관리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

이선희 등록금넷 간사도 “정치인이라면 대중에 대한 인기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민생을 대변하는 문제에 야당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집회만 나오면 정말 인기관리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 6월 임시국회 등에서 정책적으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시절 등록금 관리를 하지 못한 이유로 비난을 받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동참에 대해서도 “과거의 잘못은 정확하게 평가하되, 지금 어떻게 변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제라도 과거 무심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마다 내놓은 방안이 거리가 있을 수 있지만 대학생들이 요구하는 ‘조건 없는’ 이라는 것은 B학점 이상이나 소득하위 50% 등의 자격기준에 대한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실제 보편적인 정책은 예산에 따라 차등적으로 집행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정·당이 정말 민생 문제에 관심 있다면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든 대통령이 사과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든 적극적으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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