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건희 회장의 ‘위선적’ 행보…부패동맹 공범자는 누구?
<기자수첩>이건희 회장의 ‘위선적’ 행보…부패동맹 공범자는 누구?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6.10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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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연일 “부패 뿌리 뽑아야”…삼성에버랜드 CB-삼성SDS BW 헐값 발행 잊었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신형 기자)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구 구조조정본부)의 경영진단 결과, 삼성테크윈 내부 임원들의 향응 등 비리가 적발되자, 지난 8일과 9일 이틀 연속으로 그룹 내부의 비리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 발언 직후 오창석 삼성테크원 사장은 비리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언론도 즉시 이 회장의 발언을 실시간 속보로 내보냈고, 이 회장의 발언이 미칠 파장과 속내를 전했다.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향후 삼성의 경영전략은 계열사에 대한 감사와 인적 쇄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언뜻 봐도 이상하다. 지난 2005년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삼성 X-파일’, 이재용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헐값 발행, 삼성생명 주식의 차명계좌 운용 등 각종 탈법과 편법의 대명사로 전락한, 때문에 삼성 불매운동의 타깃은 이 회장이 아니었던가.

또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정치권의 삼성특검에 의해 기소된 이 회장은 2008년 7월 1심 선고 직전, “유무죄와 상관없이 공소장에 기재된 에버랜드와 SDS의 손해액 전부를 지급했다”며 재판부에 양형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확정판결 이후 이 회장은 유죄판결이 나지 않는 부분의 금액은 돌려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쯤 되면 사실상 재판부와 국민을 기망한 셈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오는 7월 복수노조 시행에 앞서 지난 4월 15일 삼성SDI 직원들은 12년 전 노조를 설립하다 자사에서 해고된 노동자를 미행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백혈병과 각종 피부질환 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는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 노동자 중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물질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혈병 환자는 무려 60여명에 이르고 이중 절반 가량은 이미 사망했다.

이 같은 삼성의 어두운 그림자와 부패 없는 삼성을 외치는 이 회장,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눈여겨 볼 대목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경영진단을 통해 계열사 비리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미래전략실은 과거 구조조정본부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했다. <삼성을 생각한다>를 통해 삼성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에 따르면, 삼성의 각종 탈법과 불법은 여기서 이뤄진다.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뉴시스

부패 없는 삼성 만들기를 외친 이 회장의 발언보다 미래전략실의 부활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오랜 전통인 전통적인 감사 기능을 부활한 채 이 회장의 권한 강화를 꾀하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감사 권한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는 미래전략실의 컨트롤타워 부활, 주주총회에서 삼성그룹의 권한에 대해 위임받지 않는, 그래서 삼성그룹 회장도 아닌 이 회장의 영향력 강화, 그것은 곧 표면적으로는 ‘관리의 삼성’의 부활이요, 속내는 ‘삼성공화국’의 부활인 셈이다.

그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언론 보도의 정치학이다. 메이저 일간지와 방송매체들은 8일 이후 연일 ‘이건희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언론사들이 “이건희 부패에 격노” 등의 제목을 뽑으며 언어의 이미지에 의존한 기사를 쏟아붓고 있지만, 이 같은 보도는 사실상 미사여구나 마찬가지다.

명백히 불법적인, 탈법적인 행위에 대한 비판 대신 이 회장의 발언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보도해서야 되겠나. 이쯤 되면 진실성이 결여된 천박한 한국 언론의 자화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는 이탈리아의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책이 있다. 웃음은 인간이 처한 부조리란 상황에서 파생된다는 것이 핵심인데, 한국 사회 역시 삼성의 무거운 그림자로 인해 ‘쓴웃음과 냉소’가 팽배해 있다.

삼성 등 재계가 찬양하는 시장주의, 즉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탄생한 1776년 이후 230여년 간 정치경제학의 논쟁 지점은 블로소득의 문제였다. ‘누군가 노력 없이 내 것을 빼앗아 간다’는 약탈과 수탈의 경제, 즉 인질경제라는 얘기다. 자, 삼성은 누구의 것인가. ‘이건희의 것인가, 이재용의 것인가….’ “이 회장님, 부패 없는 관리의 삼성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것쯤은 아시죠.”

“이건희 회장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삼성그룹의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탈법과 불법을 저지른, ‘불공정 사회’의 장본인이다. 이건희 회장의 부정 근절 발언을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과연 이건희 회장 스스로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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