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과 한국 기독교②>한국교회의 위기…다시 ‘함석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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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과 한국 기독교②>한국교회의 위기…다시 ‘함석헌’을 생각한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6.21 0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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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대형화·기복주의·엘리트주의’…물신주의 총집합
한국교회와는 반대길 걸은 ‘함석헌’ 주목…‘생명평화사상’
김경재 교수 “대형교회, 권력화위해 예수이름 팔고 있다”
함석헌 저항에 담긴 의미…“자유와 민중 사랑했기 때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한국교회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2000억 원대의 예배당 신축을 둘러싼 사랑의교회 특혜 의혹, 삼일교회 청년부흥을 이끌었던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교회 사유화 논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 의혹, 사찰 땅밟기 등이 잇따라 불거지자 위기론이 더욱 증폭될 태세다.

이 같은 교회의 공공성 실추는 기독교만이 절대 진리라는 ‘절대주의’, 모든 일은 하나님의 개입이라며 비판을 막아버리는 ‘신비주의’, 복의 근원을 강조한 나머지 교회의 양적성장과 엘리트주의에 끊임없이 정당성을 부여하는 ‘기복주의’와 맞물려 반(反)기독교 정서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한국교회가 물신주의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의 개신교와는 반대의 길을 걸었던 함석헌 선생을, 그의 씨알(민중)사상과 생명평화사상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지난 1950년 군산에서 퀘이커 봉사단과 함께 봉사를 하고 있는 함석헌 선생의 모습.<사진제공=(사)함석헌 기념사업회>

대형교회와 기복신앙, 그리고 함석헌

“함석헌 선생이 양적성장에 골몰된 오늘날의 대형교회를 본다면,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요. 마음 아파했을 테지요. 함 선생은 평생 조직에 속해있지 않았습니다. 모든 인간은 조직에서 소속감을 느껴야 더 안정감을 갖잖아요. 근데 함 선생은 조직보다 사람의 원초적인 자유를 사랑하고 추구했습니다. 스스로 뻗어나가는 자유를 소중히 여긴 거죠.(정현필 (사)함석헌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대형교회의 신축건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다. “뭐가 어때. 그게 문제가 되는 거야. 남의 집 짓는데 웬 참견이야. 기도하자, 원래 방해세력들이 많은 법이거든.” vs “무엇을 위해서 수천억 원씩 돈을 써가며 건물을 짓느냐. 세금이나 내라.” 이쯤 되면 같은 사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대형교회 논란에 불을 지른 것은 사랑의교회’ 신축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다. 사랑의교회는 1978년 창립된 이래 평신도훈련에 집중하며 타교회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교회가 부자세습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을 당시인 2003년에도 옥한흠 목사는 오정현 목사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겼다. 적어도 지난해 12월 신축건물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사랑의교회는 가장 모범적인 교회 중 하나였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교회의 대형화와 관련, “신도들의 전도를 통해 교회가 양적성장을 이룬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나. 문제는 그리스도인들이 의무를 도외시한 채 ‘양적성장이 축복’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라며 “대형교회들은 신축하기 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의 대형교회들은 자신들의 권력화를 위해 예수의 이름을 팔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더 큰 교회, 더 커지고 싶은 교회에 대한 선호현상이 교회 대형화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자유주의의 이념이 신앙을 먹어 삼켰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물신주의로 질주하고 있다. 거기서 개신교의 많은 문제가 촉발된다”고 꼬집었다.

초호화판 건물 짓기에 혈안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교회들 역시 공사의 속도전을 위해 법집행 과정을 무시한다는 데 있다. ‘교회=정치권력’, ‘교회=재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랑의교회 역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출석교인 4만 5000명(등록교인 9만 명)에 달하는 사랑의교회는 2009년 대법원 맞은편에 위치한 부지(2025평)를 대림산업으로부터 1100억 원에 매입, 이듬해 6월 20일 기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지난 3월 사랑의교회가 서초구의 공공도로인 참나리길 지하를 점유해 예배당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교회건축을 위해 공공도로의 지하점유를 허용한 선례를 남기게 돼 향후 대형교회들의 신축과정에서 공공재산 침해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시민사회단체는 사랑의교회 건축허가 사전승인과정에 서울시와 시의회, 서초구, 한나라당 L의원 등이 개입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 효봉스님과 함석헌 선생(오른쪽).<사진제공=(사)함석헌 기념사업회>

교회개혁, 함석헌의 ‘씨알정신’으로

교회의 ‘묻지마식 신축’은 개신교에 대한 신뢰하락과 교인수의 감소로 이어졌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해 12월 14일 공개한 ‘2010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층이 무려 48.4%였다. 이는 전년대비 14.9%가 증가한 수치다.

반면, 신뢰한다고 답한 층은 17.6%(2009년 19.1%), 보통은 33.8%(2009년 47.4%)로 조사됐다. 또 가장 신뢰하는 종교기관을 묻는 질문에서도 개신교는 20.0%로, 가톨릭(41.4%)-불교(33.5%)에 미치지 못했다. 종교별 호감도 역시 가톨릭 35.5%-불교 32.5%-개신교 22.4% 순이었다.

뿐만 아니라 개신교인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2005년 발표한 ‘인구총주택조사’에 따르면(2010년 종교인구 미조사)개신교 인구는 862만 명(18.3%)으로, 10년 전에 비해 14만 명이 감소했다. 반면 불교는 22.8%, 천주교는 10.9%였는데, 두 종교 모두 상승 추세를 보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개신교에 다니는 국회의원들의 비율이 일반 인구대비 2배가 넘는다는 점이다. 18대 총선이 끝난 직후 한기총은 299명의 여야의원들 중 개신교인이 119명(약40%)에 달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을 보는 일반국민들의 시선은 부정적이다.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개신교와 정치가 결합한 결과, “종교와 정치가 유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일종의 냉소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 “교회의 대형화, 물신주의, 기복주의 등은 교회의 본래적인 역할이 아니다. 교회가 예수의 본래 정신에서 탈선하다보니까 자꾸 권력을 쫓는 것”이라며 “대형교회들이 비판받는 이유는 이런 물신에 사로잡혀있는 신앙 때문이다. 뒤에선 정치적, 사회적 힘과 재력을 이용하고, 앞에선 진리를 설교하면 설득력이 있겠는가. 종교지도자들은 일반인들보다 청빈해야 하고, 교인들은 교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해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세법에는 종교단체와 종교인에 대한 과세 규정이 없다. 하지만 2011년 현재까지 그간의 관행대로 비과세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조세의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종교과세와 관련해 “교회 등 종교단체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면서도 “목회자 등 종교인들은 당연히 세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는 부패한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원인으로 ‘함석헌 정신’의 결여를 꼽았다. 김 교수는 “기존의 한국 기독교는 예수의 본래적 정신과 영성, 그리고 복음에서 이탈했다”면서 “예수의 참된 영성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다. 예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던 함석헌 선생의 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함석헌 정신의 핵심은 생명평화와 씨알사상입니다. 함석헌 선생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것도 평화와 생명, 그리고 민중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씨알은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믿기 때문에 인간 내면의 자유를 탄압하는 모든 악과 싸우지만, 비폭력 저항을 추구합니다. 또한 씨알은 선을 혼자서 행하지  않고, 같이 살기운동을 추구합니다. 그것이 함석헌 정신입니다. (정현필 (사)함석헌기념사업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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