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공과가 박근혜 평가에 반영돼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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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공과가 박근혜 평가에 반영돼서는 안돼”
  • 정세운 기자
  • 승인 2009.09.0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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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회고록 ‘함박웃음’ 출간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 본 ‘함박웃음(생각의 나무)’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민주화투사가 되는 과정에서부터 억울한 5차례의 투옥과 고문, ‘정치인 이재오’의 삶 등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이재오의 ‘정체성’을 읽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정적인 박근혜 전 대표와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하고 있다.

책의 중심으로 들어가 봤다.
 

복교결심 정부반대로 좌절, 민주투사로

◇민주투사가 되는 과정
이 전 최고위원이 65년 한일회담 반대시위 주동자로 몰려 중앙대학교에서 제적당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제적당한 후 강제 징집됐다.
 
제대 후 이 전 최고위원은 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으로 내려가 농군의 아들이 될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은 것. 이런 과정 때문에 그는 민주투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제대하자마자 모교에 찾아가 복교문제를 타진했다. 군에 있는 동안 오직 복학할 날만 꿈꾸며 지난 3년간을 버티었다. 학교에서는 기다리라는 말만 하고 신통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당시 주무 부서인 문교부의 허락을 얻어야 복교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생략) 한일회담 비준반대 데모를 하다 제적당한 학생은 복교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복교가 안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3선개헌을 준비해놓은 상태였는데, 한일회담 반대시위에 참여했던 학생을 복교시키면 3선개헌 반대시위를 할 거라는 정부의 생각 때문에 복교가 안 되었던 것이다.

복교를 거부당한 일은 사회의식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한 인간이 아무리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하더라도 정부나 사회가 정의롭지 않다면 한 개인의 정의로운 삶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는 내 정치신념과도 같다.” 
 
박철언 이한동 검사, 그들도 나도 희생양
 
◇묘한 인연
이 전 최고위원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민주화투쟁 과정에서 만난 두 검사, 그들을 제도권 정치에 들어와 국회의원 신분으로 만난 것.

박철언과 이한동이 바로 그들이다.

“79년 나는 고문과 조작된 혐의 때문에 15년을 구형받고 5년을 복역하다 1983년 8?15 특사로 출옥했다. 그때 그 재판에서 “이런 사람은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고 하면서 15년을 구형했던 검사가 박철언씨였다. 나는 그와 15대 국회의원 생활을 같이했다. 국회 로비에서 처음 만났을 때 멈칫거리는 그에게 다가가 “제가 이재오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약간 당황하면서 나에게 “재야에 오래 있어서 국회의원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시대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그가 원망스럽거나 밉지는 않았다. 그도 나도 시대가 낳은 희생양들이니 누굴 탓하겠는가.”
 
“1972년 10월 유신이 있고 나는 도피생활을 하다 광화문 네거리서 정보부원에게 붙잡혔다. 유신에 항거하는 최초의 시위가 1973년 10월 2일 서울대에서 있었고 정보기관은 나를 배후 조종자로 지목했다. 나를 잡아간 사람들은 철권통치 아래 악명 높았던 앞서 말한 이근안 팀이었다. 그때의 담당검사는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내가 한때 당 대표로 모셨던 이한동 검사였다.” 
 
박정희와 박근혜 별개, ‘박근혜 원칙과 책임감 있어’
 
◇박근혜와의 관계 정립
이 전 최고위원은 유신정권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정권’이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원칙’과 ‘책임감’이 있다며 칭송했다.

“나는 조국 근대화와 독재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가 박근혜 대표에 대한 평가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가 아버지의 정치적 유산을 그대로 이어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와 박 전 대표와의 관계는 말 그대로 정치적 편견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최소한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설정해왔다. 여러 가지 차이에도 불구하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한나라당 개혁을 외쳤고, 이를 위해 헌신했다는 점에서 박 전 대표와 나는 공통분모를 형성한다. 나는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역량의 핵심에는 원칙주의와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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