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힌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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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힌 한나라당
  • 김재한 대기자
  • 승인 2009.09.14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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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개회 되었지만, 국회는 국민의 기대와 달리 그렇게 분주한 모습이 아니다.
그동안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ㆍ야의 정치 대립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한 조문 정국이 주된 원인이다.
 
거기에다 집권 여당의 대표 사퇴를 둘러싼 당내갈등도 있었다. 경남 양산 보궐선거 출마로 논란에 있던 박희태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로 인해 대표직을 승계한 정몽준 한나라당 신임 대표 체제의 안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그 원인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문ㆍ방송 등 언론은 물론 정치권에서는 정몽준 신임 대표 체제에 대해 기대 보다 우려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말로만 ‘서민’과 ‘약자’ 보호
 
정몽준 대표는 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향후 과제로 당의 쇄신과 정치개혁 등을 거론하면서 ‘서민’과 ‘약자’ 보호를 역설했다. 정 대표는 기자회견장에서 색 바랜 흑백사진 두 장을 꺼내들었다.
 
한국전쟁 때 부산에서 피란생활을 하던 사진, 그리고 얼마 후 서울로 올라와 찍은 사진이다. "정부가 서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몽준 대표가 재벌 출신이라는 점이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재벌 2세 이미지를 탈색하고 친서민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새벽에는 첫 일정으로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새벽을 여는 분들을 보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재벌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친 서민’ 행보와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 대표가 취임 기자회견 당시 국민에게 제시한 흑백사진이 친서민적인 정치인을 표방한 것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이상한 궤변에 불과하다. 정 대표와 같은 시기에 태어난 대다수의 국민들은 총천연색 칼라 사진이 아닌 흑백사진시대의 사람들이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강보에 싸여 있을 법한 피난시절의 사진이 서민 이해의 바탕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친서민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재벌출신이라고 해서 다 친서민적이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재벌출신이라면 상식적으로 그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제논리가 현실을 지배하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경쟁의 논리, 효율의 논리가, 적자생존의 경제논리가 지배할 때 우리 사회는 복지사회가 되기는커녕 갈등과 대립의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다.

정 대표는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 "정치가 변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변화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드려야 한다. 우리 시대는 지금 서민과 약자에 대한 보호를 한나라당에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야당과 소통하는 우리의 마음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야당을 경원시하고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 대표의 언행과 달리 국민들과 정치권은 다르게 보고 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취임과 관련하여, 우상호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을 통해 "개인적으로 좀 의아한 것은 대통령도 현대출신 CEO 이명박 대통령이고, 한나라당 당대표도 현대가의 오너 출신인 정몽준 당대표"라며 "마치 현대가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 아닌가 의아함이 있다"면서 재벌출신으로 과연 친서민정책을 펼 수 있을까"하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회사에 공식 직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제가 있던 회사가 그동안 잘 해서 수십만 명에게 좋은 일자리를 주고 있다. 이것은 국민이 판단할 몫"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경기 침체로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한 경제 살리기 국회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해마다 추석 때면 물가가 많이 오른다고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한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이 세심하게 배려하고, 불우한 이웃이 없도록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데 주저함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사 모습은 조선시대 왕궁과 비슷

그러나 필자는 실지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에는 친기업정책을 내세웠다. 이제는 친서민정책이라고 대통령과 집권 여당 수뇌부가 나서고 있다. 말로서, 구호로서 친서민정책이 되지 않는 것은 자명한 일인데, 기회있을 때마다 친서민정책 운운한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친서민정책은 아니라도 좋다. 적어도 원칙이 있는 정치와 행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친서민, 친재벌, 어느 쪽으로 나누어서 특정에게 이익이 가는 것이 아닌 국민 대다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중용’이다. 어느 것에도 치우짐이 없이 불편부당하게 국민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제시되고 실천될 수 있어야 한다.

정 대표 체제에 대한 걱정은 대부분 기득권 보호에 대한 우려에서 나오는 말이다. 국민 다수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정치권이 진정한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당리당략과 정략적인 모습과 행동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당사(黨舍)의 지금 모습은 조선시대 왕궁을 지키는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당시는 임금을 위한 수위병이었다면, 지금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투경찰이 그 대역을 맡고 있다.

지난 9일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실에 ‘장애인가족 한마음 축제행사’와 관련한 초청장을 전해주기 한나라당 당사를 찾은 적이 있다. 문을 지키고 있는 전투경찰이 “약속하셨습니까?” 물었다. “약속 안했습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바로 대표최고위원실에 통화를 하겠다며, 휴대폰으로 정 대표의 보좌관에게 당사 일층에 있다고 이야기하며, 대표 일정과 관련하여 방문했다는 의사를 전했다.
 
어렵게 들어섰다. 마치 최근 드라마 ‘선덕여왕’과 ‘천추황후’ 속의 나오는 왕궁을 입성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대표최고위원실이 있는 6층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2명의 전경이 대표위원실의 문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 또한 건물 일층을 지키고 있는 자들과 똑같았다. 들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적어도 문앞에서 시끄러우면 나와서 살펴보는 게 인간의 기본이다. 무슨 이유인 지, 누가 왔는 지,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 들어와도 나와서 쳐다보지 않는 모습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구’라고 이야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필자의 명함을 전해주고 마지 못해 그 힘든 한나라당 정 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필자 또한 권위주의시대라 이야기했던 민정당시절을 거쳐, 민주자유당, 산한국당시절 국회와 당사를 오가며 근무했던 이력이 있던 지라 그 모습을 보면서 분통이 터졌다. 그때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무엇이 겁이 나서, 무엇을 지키겠다고 저렇게들 야단들인가? 건물을 지키고,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국방을 담당해야 할 전경들이 특정 정당 당사를 지키기 위해, 또한 내방객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신분을 묻고 확인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국민들에게 개방되어야 할 정당 당사가, 그것도 집권 여당 당사가, 내방객들의 불편과 인권은 상관없다. 건물은 지킬 수 있어도, 국민의 마음은 얻을 수 없다. 오늘 하루는 아주 더러운 날, 재수 없는 날이라고 위안할 수 밖에 없었다. 높은 자리이고,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들어가려고 한 것이 내 잘못이라 생각하고 발길을 돌렸다.

국민이 없는 국회의원이 없고, 국민이 없는 집권 여당 또한 가치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전경이 지키는 집권 여당, 그것은 어디를 보아도 찜찜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데모가 두려워서, 시위를 두려워서 그렇다고 한다.

데모가 겁이 나서 당사의 문을 닫을 정도로 나약한 집권 여당이라면 국민이 어떻게 그들을 믿고 국정을 책임 지라고 나라살림을 맡길 수 있겠는가 반문해 보고 싶다.

예전에 민정당 시절에도 전경이 당사를 지키지는 않았다. 설령 시위가 몰려온다는 정보가 있으면 그 상황에 직면에 경찰을 동원할 정도였다.

시대는 달라졌는데, 정치권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한나라당 당사의 문호를 개방하고, 전경을 내보내라.
정치는 이벤트가 아니다.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고등어를 산다고 해서 다 서민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삶에 대한 냉철한 현실 인식과 더불어 더 낮은 자세로 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정몽준 대표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인맥과 한나라당 전부가 체질 개선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말과 행동이 다를 때는 불가능한 일이다. 말로는 국민들과 소통을 외치고, 실지는 한나라당 식구들과는 만남 조차 어렵게 한다면 이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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