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는 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나
스크롤 이동 상태바
20대는 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3.05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공정성’ 외치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대화와 설득 필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은 20대가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을 처음으로 의심했던 사건이었다. ⓒ뉴시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은 20대가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을 처음으로 의심했던 사건이었다. ⓒ뉴시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의 분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YTN이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수행해 3월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20대 지지율은 44.2%를 기록했다. 20대보다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연령대는 60대 이상(35.6%)이 유일했다.

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2018년 지방선거 직후인 2018년 6월 18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해 21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20대 지지율이 78.9%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8개월 사이에 34.7%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층이라는 2030세대의 한 축이 급속도로 지지를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자 정치권에서는 20대의 이반(離反)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20대 지지율 하락 이유를 “20대가 전 정부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고, 홍익표 수석대변인 역시 “반공 교육으로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밖의 다수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일자리 부족’을 20대 지지율 이탈 원인으로 꼽는다.

이들이 각자 내놓는 분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가 있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씁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여당이 이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 ‘유권자’를 대하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요즘 애들’을 대하는 ‘기성세대’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20대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이 어떤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있을 때는 ‘단일팀 구성은 정정당당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남한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해 초에는 공공부문에 대한 고졸채용 확대 이슈가 불거지자 ‘고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 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각종 할당제 등 20대가 ‘불공정’을 이유로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든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청원 게시판이나 20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만 훑어보더라도, 20대가 ‘공정성’을 얼마나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지를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태도는 ‘벽창호’ 그 자체다. 20대가 말과 행동으로 ‘공정성’을 외치고 있는데도 기성세대는 ‘교육 탓’, ‘일자리 탓’으로 바쁘다. 이들이 뭐라고 하든, 정부여당은 자신의 시각에서 20대를 판단하고 분석해 라벨을 붙이고 있다. 마치 20대를 ‘세상 물정도, 자기 마음도 모르는 어린 아이’ 대하듯 한다.

정부여당이 20대를 ‘유권자’로 보고 있다면, 최소한 대화를 하고 설득을 시도하는 것이 상식적인 태도다. 그러나 지금 정부여당은 ‘너희가 뭘 몰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분노의 원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가르치려 드는 모양새다. 이런 정부여당의 모습에, 20대의 이탈 속도는 더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자는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는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신촌을 찾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20대인 저희가 불공정 때문이라는데, 왜 50대 60대 아저씨들이 이러쿵저러쿵 다른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에 대해서 대체 뭘 안다고요. 우리가 그렇다는데, 왜 자기들이 마음대로 아니라고 합니까. 정말 꼰대짓 아닙니까.”

정부여당이 잘 생각해봐야 할 말이 아닐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