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건에 25만 원'…시스템화된 기사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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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건에 25만 원'…시스템화된 기사 거래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3.06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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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제계와 언론계의 도 넘은 공생관계, 사회 공멸 불러올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최근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언론사 소속 기자들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자에는 언론과 기업 간 부적절한 기사 거래의 흔적들이 담겨 있었다.

어느 언론인은 박 대표를 통해 특정 기업으로부터 미국 왕복항공권과 명품 스카프, 전별금 등을 제공받았고, 또 다른 언론인은 박 대표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자녀를 대기업에 취업시켰다. 대신 기업들은 홍보기사 1면 게재, 목적성 칼럼 게재 등을 요구했다.

과거에는 광고·협찬을 주지 않으면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기사를 내겠다며 업체에 갑질을 일삼는 기자들이 있었고, 명백한 사실을 적시한 기사임에도 이를 보도하면 광고·협찬을 진행하지 않겠다며 기자를 협박하는 업체들이 있었다. 이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다소 궤가 다르다. 왕복항공권 제공, 취업 청탁 등은 상식적인 광고·협찬의 범주에서 분명히 벗어난다. 갑질과 협박을 넘어서 이제는 기사를 매개로 경제계와 언론계가 상부상조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사안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부상조 체제는 급기야 시스템화되는 모양새다. 〈시사오늘〉은 박수환 파문이 터진 후 복수의 기업 홍보팀과 홍보대행사 관계자들을 만나 기사 거래에 대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문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엑셀 파일 형식으로 된 해당 문건에는 업계 상위권 언론사 100여 개의 이름이 나열돼 있었고, 그 옆에는 각 언론사별로 온라인 기사 건당 가격이 명시돼 있었다. 메이저 일간지의 온라인 기사는 1건에 25만 원, 중견 일간지·메이저 인터넷지는 10만 원대, 그 밑으로는 3만~5만 원이 책정됐다.

업체에 부정적인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노출될 경우 대중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해당 기사를 밀어내기 위한 기사를 언론사들에게 요청할 때 사용하는 문건이라는 게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반적인 광고·협찬이 아니라 오직 기사 거래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건인 것이다. 경제계와 언론계의 공생관계가 시스템화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혹자들은 이 같은 공생관계의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경제계든, 언론계든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이윤 극대화를 꾀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핑계를 댄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이윤 추구가 아니라 권력에 대한 견제다. 그런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로 언론을 꼽는다. 언론이 권력에 예속되면 나라가 도탄에 빠졌으며, 언론이 독립된 자주성을 갖고 제 역할을 할 때 나라는 희망을 품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경제권력 아래 있는 이 시대에서 경제계와 언론계의 공생관계는 결국 우리 사회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다. 지금 언론의 펜끝은 시장과 자본을 향해 있어야 한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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