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친환경 텃밭 가꾸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사색의 窓] 친환경 텃밭 가꾸기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3.06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텃밭 가꾸기는 작물 재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텃밭을 통하면 사람과 자연,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교류와 소통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 인터넷커뮤니티
텃밭 가꾸기는 작물 재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텃밭을 통하면 사람과 자연,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교류와 소통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 인터넷커뮤니티

누구든 작은 바람 하나는 갖고 있을 듯하다. 희망을 품으며 살아가는 삶은 행복하다. 가까운 곳에 텃밭을 마련하고 그곳으로 나들이를 떠나 보는 일도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평소 가볍게 보아 왔던 것들을 그곳에서 만나 깨침을 얻을 수 있으면 이것도 큰 소득이 될 만하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기에 좀 더 슬기롭게 하루를 계획할 수 있다.

농사일이 이젠 추억거리가 됐지만 퇴비 만들기는 농작물 재배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에서 풀을 베었고 똥오줌을 뿌려 제대로 썩히면 한 해 농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당시 시골 생활에서 의미 없이 버려지는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음식 찌꺼기는 가축의 먹이가 되거나 헛간에 모여 거름으로 재탄생했다. 

농업 생산량이야 지금보다 적었지만 친환경 유기농법 덕택에 자연이 베풀어주는 혜택은 풍성했다. 논에서 팔딱팔딱 숨 쉬는 미꾸라지, 고둥, 방개는 개구쟁이 아이들의 소꿉친구가 되기에 충분했다. 생명력이 가득한 논밭, 오염되지 않은 건강한 삶이 가능했던 것은 자연을 이용하되 순리에 역행하지 않는 마음의 눈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비록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감자나 고구마 하나라도 나눠 먹을 수 있었던 그때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 농촌이 살아야 도시가 살 수 있다. 논밭은 도시생활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욕심이나 거짓과는 멀다. 우리는 보다 많은 농작물을 가지려는 욕심에 농약을 마구잡이로 뿌림으로써 자연을 망쳐 왔다. 이제 논과 밭은 썩지 않는 중병이 들었다. ‘썩을 수 있는 모든 것은 거름이 될 수 있다’는 자연의 섭리를 음미해 본다. 시골의 논밭이 자연성을 회복할 때 우리네 삶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K형. 그는 텃밭 가꾸기는 작물 재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텃밭을 통하면 사람과 자연,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교류와 소통도 어렵지 않다는 말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K형은 무공해 농산물을 키우고 ‘가족 텃밭’으로 친환경 식생활을 확산시켜 온 주인공이다. K형 덕분에 가족 텃밭 가꾸기에 나서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주말 이른 아침. 오늘은 ‘가족 텃밭 가꾸기’를 하는 날이다. 마치 초등학교 소풍이나 운동회 날이 된 듯 설레기는 마찬가지다. 농사일에 도움이 될 만한 물품을 챙기기에 바쁘다. 버들개지 물오르는 이즈음, 서두르지 않으면 파종 시기를 놓칠 수 있다. 텃밭 가꾸기는 도심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어 좋다. 

텃밭을 제공해준 K형에게 띄우는 편지. ‘도시 사람들과 더불어 건강한 식탁을 만들고 싶다는 형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오네요. 이젠 농촌과 도시는 하나라는 인식이 많이 확산됐습니다. 농촌이 건강해야 우리네 삶이 활기에 넘친다는 사실에 마음눈을 틔워 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시골 텃밭으로 나들이를 떠나 마음 한가득 건강한 삶을 배워 옵니다. 앞으로도 형의 따스한 손길이 계속되기를 기원합니다. 형의 구릿빛 얼굴을 사랑하는 후배 올림.’

텃밭 농사에서 빠져서는 안 될 것이 거름이다. 버려지는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발효시키면 농작물에 좋은 거름이 된다. 먹고 버리고, 다시 거름이 돼 먹고 살리는 자연 순환이 텃밭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 사람을 살리는 친환경 농사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소출에 집착하는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 흙을 파 엎고 잡초를 솎아내며 끝내 버리지 못한 마음의 티끌을 날려버릴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