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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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 유재호 자유기고가
  • 승인 2009.09.14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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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가 꿈에 그리던 대학교로 입성하는 순간이었다. 건물들은 동부의 학교들처럼 고풍스러운 멋은 안 났지만 세련미가 넘쳤다.
 
무엇보다 확 트인 캠퍼스가 맘에 들었다. 한인 타운에서 차로 5분 거리라는 것도 USC의 매력 중 하나였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까지 많은 땀과 노력이 있었다. 졸업을 2달 남겨놓고 학교에서 퇴학당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힘겨운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2달 남기고 학교를 구한다는 것은 교장 선생님 말처럼 그리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거의 불가능과도 다름없었다.
 

운 좋게도 LA에서 남쪽으로 30분 떨어진 토렌스 지역에 있는 문제집을 풀어서 졸업하는 학교에서 2달 만에 1학기치 문제집을 다 풀고 겨우겨우 졸업장을 받았다.

모든 것은 완벽했다. 이제 내 모교가 될 USC에서 마음껏 내 젊음을 만끽하는 일만 남았다. 1주에 거친 신입생 Orientation을 마치고 들뜬 마음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시간표를 짜고 확인 버튼을 누르는데 Error라는 글씨가 창에 떴다. 사무실로 오라는 표시와 함께……. 당장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한 여자직원이 눈에 띄었다.

"저기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제가 지금 학비도 미리 낸 상태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수강신청이 안되네요."

한참을 모니터를 살펴보던 직원이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 후, 다른 여자선생님을 데리고 왔다. 무표정의 그 여자선생님이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Mr. Yoo의 file을 살펴보다가 졸업증명서가 안 와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Villanova Prep. School에 전화를 해보니, 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하더군요."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퇴학당했다는 것을 비밀로 해주기로 한 학교에서 사실대로 대학교 측에 말한 것이었다. 여자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잠시 후 제가 Jay군의 고등학교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어 퇴학당한 이유를 물어볼 예정이에요. 그전에 Jay군이 사실대로만 이야기해준다면 없던 일로 해줄 수도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나는 부리나케 뛰어나가 공중전화를 찾았다. 그리곤 자문을 구하기 위해 미국사정에 빠삭한 사촌형에게 전화했지만 그날따라 통 전화를 받질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선생님께 사실대로 얘기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상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제가 퇴학당한 이유는 다 Cheating때문이에요. Quiz에서 남에 시험지를 베꼈다가 걸렸어요.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백성사를 마친 뒤, 후련한 마음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특유의 무표정의 얼굴에 여전히 변화는 없었다.

"잘 알겠습니다. 조금 있다 의논해서 추후조치를 말씀드릴게요."
1시간 후. 1시간이 하루 같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Dean's Office로 가라는 지시가 있었다.
 
내가 노이로제 걸릴 정도로 자주 갔던 Dean's Office라는 소리에 울렁증이 밀려왔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틀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가니 높으신 직책에 있을법한 중년의 남성이 나를 맞았다.

"안녕하세요. 본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번에 Jay군을 입학시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국에서는 Cheating은 범죄와도 같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USC에서도 이와 같은 방침을 고수하며 어떠한 Cheating행위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2년 뒤에 기회가 되면 편입하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한마디로 보기 좋게 USC에서도 '짤린' 것이었다. 억울한 감정과 함께 분노가 치솟았다.
 
내 분노는 약속을 어기고 내가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했던 사실을 일러바친 선생님께 돌아갔다. 그 선생님이 너무나 미웠다. 뒤도 안돌아보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세면기 앞에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며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대학교는 내 인생과도 같았다. 모든 인생이 대학교에 맞춰져 있었다. 대학교만 들어오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알았다. 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원 없이 울었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 내가 했던 모든 노력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 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USC를 떠나는 나의 뒷모습은 한없이 초라하기만 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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