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의 미세먼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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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의 미세먼지 이야기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3.0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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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 무색한 文정부의 헛발질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미세먼지 마스크도 패셔너블하게.’

조만간 이런 광고를 접할 것 같은 요즘, 뜨는 제품이 있다. 공기청정기다. 아닌 게 아니라 숨쉬기가 곤란하다. 대한민국을 뒤덮은 침묵의 살인자 초고농도 미세먼지(PM2.5) 때문이다. 평소 폐가 좋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요즘 거리를 걷다 호흡하는 데 불편을 겪을 법하다. 알고 지내는 지인 중 한 분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주 기침을 했다. 병원을 가보니 폐기종이라고 했다. 별 진단은 아니었고, 폐에 염증이 생긴 거라고 의사는 말했다. 원래 폐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공기가 탁한 곳에 있으면 호흡기부터 부정 반응을 보였다.

특히 요 며칠은 자주 숨이 모자랐다. 폐활량이 떨어지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시기 일쑤였다.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통에 숨 쉬는 게 원활하지 못했다. 마스크를 쓰고 걷자니 숨 쉬는 건 곱절로 힘들었다. 한꺼번에 숨을 몰아쉬는 일은 더욱 잦아졌다. 메르스 사태 때도 안 쓰던 마스크였다. 그러나 이제는 출퇴근 길 챙기는 필수품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인은 걱정했다. 미세먼지 나라에 살려면 적응하지 않을 수 없는 일상생활의 신 풍속도인 셈이다.

사실상 이렇듯 빠르게 기후 재앙을 겪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수년 전 유엔보고서에서 전망한 2040년 이후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를 읽을 때였다. 책에서는 머지않아 지구촌은 기후난민 시대를 맞을 거라고 했다. 공기 중 질소 수준이 한계를 넘어서는 등 기후 변화의 심각성은 인간의 생존에 직접적 위협 요소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많은 인구가 위기를 모면하려고 사는 곳을 떠나면서 아예 사라지는 국가도 발생한다고 했다. 기후 문제가 적도 부근부터 붕괴시키며 인구수의 변화, 세계 지도마저 바꾸게 한다는 지적이었다. 읽을 당시만 해도 아주 먼 얘기로 들렸다. 그러나 먼 일이 아니었다. 몇 해에 걸치면서 사상초유의 폭염이 장기화되는 등 감당하기 힘든 기후 이상 징후들이 포착됐다. 올해도 이런데 내년에는 어떨까, 노후는 물론이고 우리의 후손들은? 그런 걱정이 엄습했다.

같은 기간 고농도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은 커져갔다. 지난 2013년 세계 보건기구(WHO)는 초고농도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장기간 노출되면 천식, 기관지염 등의 폐 기능 장애, 호흡기 질환부터 심 혈관 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은 물론 뇌기능 저하, 기형아 출산을 높일 뿐 아니라 폐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얘기였다.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한국 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 발표에 따르면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 발생 위험 역시 0.95%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런 서울을 중국 베이징, 인도 뉴델리와 함께 공기 오염이 가장 심한 3대 도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뿐 아니라 이미 대한민국은 미세먼지 오염 국가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5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18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OECD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초미세먼지 농도 위험도가 높은 나라로 분류됐다.

국가적 기후 재난 공포에 따른 장단기 정부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어떤가. 애초의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이 무색할 만큼 헛발질 대책 논란이 적지 않은 모양새다. 예컨대 재작년 출범 때 600억 원가량을 들여 초중고에 미세먼지 간이 측정기를 설치하겠다는 일성부터 실효성 지적은 있어왔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으로 수시로 체크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학교 운동장 등에 측정기를 설치하는 데 예산을 낭비하는 대신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근본적 저감 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던 것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감축 정책은커녕 오히려 미세먼지 악화 원인이 되는 석탄과 LNG 화력발전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탈원전 때문이 이유라지만, 원전이 미세먼지 저감의 대안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것에 비춰 보면 '거꾸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초미세먼지 75%가 중국 등 국외 영향”이라는 국립환경과학원 발표가 지난달 있어왔다. 그럼에도 중국발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 대책을 세워온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평가도 들려온다. 외교적 해결 강화에 적극 나서기보다 소극적 대처를 하고 있다는 우려 또한 여전하다. 사후약방문이 의미 없듯 이제라도 정부가 효과적인 대응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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