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외치는 건설업계, 일선현장은 '스튜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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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외치는 건설업계, 일선현장은 '스튜핏'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3.11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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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미지 고급화, 사업다각화 일환으로 앞다퉈 도입
일부선 "신기술 도입도 좋지만 불공정관행 근절부터" 쓴소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건설현장에서 측량과 3D 모델링 등 작업을 진행 중인 수직이착륙 무인비행기(드론) ⓒ 대우건설
건설현장에서 측량과 3D 모델링 등 작업을 진행 중인 수직이착륙 무인비행기(드론) ⓒ 대우건설

올들어 건설업계가 스마트 기술 도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입주민 편의 제공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는 물론, 향후 사업 다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스마트 구호를 외치기에 앞서 일선현장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을 타파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1월 국내 최초로 최신 무인비행 장치 'V-TOL'(수직이착륙비행드론)을 경산지식산업단지 현장에 도입했다. 대형 부지를 신속 촬영해 측량자료를 빨리 얻을 수 있는 데다. 정밀한 측점 데이터를 산출할 수 있어 현장의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대우건설의 설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초 HDC아이콘트롤스, 카카오와 AI 기반 HDC스마트홈 기술개발·적용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3사는 공동기획 중인 스마트홈 시스템을 아파트 내 빌트인으로 설치해, 입주민들에게 편리한 스마트홈IoT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존 스마트홈 서비스에 카카오의 음성형 엔진, 대화형 엔진 등이 적용되는 게 눈에 띈다.

또한 대림코퍼레이션도 지난달 국내 최초로 홈네트워크 기반 공동주택 스마트 시운전 솔루션을 개발해 서비스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롯데건설도 건설장비 자동화 시스템과 드론을 활용한 통합건설관리 플랫폼을 운용 중이다.

건설현장을 넘어 신사업에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건설사도 있다. GS건설은 오는 22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스마트팜' 관련 사업 진출을 알리고, 이에 대한 사업목적을 추가·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농업시설물 설치·운영은 물론, 농작물의 생산과 유통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GS건설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스마트 기술에 혈안이 돼 있는 이유는 국내 주택시장 침체, 해외수주 환경 악화 등 불투명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스마트홈을 앞세워 고객들에게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브랜드 강화를 꾀하는 동시에, 스마트홈 플랫폼 구축을 통한 신사업을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나아가 스마트팜 등 다른 산업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모색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김우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건설산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 모델인 스마트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건설산업의 면모를 일신할 뿐만 아니라, 타 산업과의 융합 체계를 재정립하고, 산업 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건설업계의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비위 등 일선현장의 '스튜핏'을 개선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스마트 구호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올해 들어 갑질, 안전사고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대형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최근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 성서~동대구IC' 공사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줘 하도급업체에 금전적 손실을 입혔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대우건설의 일부 임원이 일용직 노동자 공임을 청구해 개인 운전기사를 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남부교정시설 부지 뉴스테이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견기업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입찰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한 유통업체에 여러 혜택을 주겠다는 약조를 한 뒤 공동입찰을 했지만, 막상 사업 인허가가 나자 해당 업체를 사업에서 배제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GS건설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당시 제기됐던 '평택 주한미군기지 통신센터 공사' 하청업체 갑질이 아직 봉합되지 않은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정의당이 지난달 임병용 GS건설 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또한 통합건설관리 플랫폼을 건설현장에 적용 중이라고 내세웠던 롯데건설은 올해 초 경기 김포 '캐슬앤파밀리에 시티'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해당 현장에서는 지난달 레미콘 차가 쓰러져 노동자가 사망한 데 이어, 갈탄 가스를 흡입한 노동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고가 터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기술 도입으로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선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라며 "스마트 건설 현장, 스마트홈 등을 내세워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도 단 한 번 갑질 사건, 안전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서면 공든 탑에 금이 가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장의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자정노력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스마트 기술은 단지 일차원적 서비스에 그칠 것이고, 분양원가를 올리는 수단으로만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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