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 찬반 논쟁 재점화…‘탄력근로제’란 무엇인가
[친절한 뉴스] 찬반 논쟁 재점화…‘탄력근로제’란 무엇인가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3.1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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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근로시간만 맞추면 연장근로해도 수당 없어…노동계 반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노동계에 또 하나의 이슈가 떨어졌다. ⓒ뉴시스
바람 잘 날 없는 노동계에 또 하나의 이슈가 떨어졌다. ⓒ뉴시스

바람 잘 날 없는 노동계에 또 하나의 이슈가 떨어졌습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이하 탄력근로제)가 그것인데요. 현재 3개월로 규정돼 있는 탄력근로제를 6개월까지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과 경영계, 노동계 간에 설왕설래(說往說來)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탄력근로제,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법이 개정되면 당장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제도인데도, 내용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죠. 그래서 <시사오늘>이 탄력근로제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오늘 12시간 일하고 내일은 4시간만 해”

우선 근로기준법이 탄력근로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볼까요.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취업규칙에 준하는 것을 포함한다)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2주 이내의 일정한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특정한 날에 제50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정해뒀습니다.

같은 법 제51조 제2항은 ‘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하면 3개월 이내의 단위기간을 평균하여 1주 간의 근로시간이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특정한 주에 제50조 제1항의 근로시간을, 특정한 날에 제50조 제2항의 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있다. 다만,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너무 복잡하죠. 예를 들어 간단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연말 파티 용품을 생산하는 A기업은 12월 마지막 주가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최소한 하루 10시간씩은 근무해야 들어오는 주문을 소화할 수 있죠. 반면 1월 첫째 주가 되면 일이 하나도 없다시피 합니다. 근로자들은 그냥 회사에 와서 시간만 때우다가 퇴근하는 수준입니다.

자, 만약 A기업이 탄력근로제를 실시하지 않는 기업이라고 해봅시다. 그리고 A기업 근로자들의 시급은 2만 원이라고 가정하죠. 12월 마지막 주 A기업 근로자의 일 수입은 법정근로시간 8시간분의 임금(8시간×2만 원=16만 원)에 2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2시간×3만 원=6만 원)을 더한 22만 원이 됩니다. 연장근로수당은 시급의 1.5배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죠.

그런데 A기업이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간단히 말해 탄력근로제는 ‘일이 많을 때’와 ‘일이 없을 때’의 근로시간을 평균해 8시간으로만 맞추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입니다. 그러니까 A기업이 12월 마지막 주에 10시간씩 일을 시킨다고 해도 1월 첫째 주에 근무시간을 6시간으로 줄여주면, 12월 마지막 주와 1월 첫째 주의 평균근무시간은 8시간이 되므로 연장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사라집니다. 이러면 A기업 근로자들은 일을 많이 한 12월 마지막 주에도 16만 원만 받게 되는 거죠.

노동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에 도입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는 탄력적 근로시간에 도입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최대 3개월이 6개월로…노동계 “장시간 노동 노출”

그렇다면 탄력근로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근로기준법 제51조 제1항과 제51조 제2항을 보셨죠? 현행법상 탄력근로제가 적용되는 최장 기간은 3개월입니다. 한두 달만 바쁘고 나머지 달은 한가한 몇몇 특수 업종을 제외하면,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걸 6개월로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와 경영계의 생각입니다. 단위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좀 더 많은 기업들이 탄력근로제를 활용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가령 업무 특성상 3개월 안에 일을 끝내야 하는 기업이라면, 3개월 동안 많은 연장근로를 시키고 이후 3개월 동안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휴가를 보내주는 등의 방식으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공기(工期)에 민감한 건설업체나 집중적 연장근로가 잦은 IT업계 등은 탄력근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14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현장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공기를 맞추려면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52시간 제도가 들어오면서 고민이 많았다”며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숨통이 좀 트일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다는 겁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같은 시간 동안 근로를 해도 지금보다 적은 돈을 받게 되니까요. 게다가 탄력근로제가 6개월로 확대되면 최대 3개월까지는 주64시간 근무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주64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11시간 30분을 더 근무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주52시간 도입 취지가 완전히 몰각되는 거죠.

이런 이유로 노동계에서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과로를 장려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52시간 도입으로 ‘인건비 상승’ 폭탄을 맞은 경영계의 요구, 그리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노동계의 반발이 부딪치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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