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의 승부수②] 대한항공, 3월 주총 경영권 방어가 국면 전환의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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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승부수②] 대한항공, 3월 주총 경영권 방어가 국면 전환의 분수령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9.03.20 09: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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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위기 돌파 위해 '그룹비전 2023' 승부카드 뽑아
사회이사 확대·송현동 부지 매각 등 5개년 성장전략 발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윤종희 기자]

‘한국의 날개’ 대한항공이 어느덧 50살이 되었다. 사람 나이로 치면 하늘의 순리를 깨닫는다는 지천명! KAL은 70년대 고도성장 시대의 주역이자 산증인이다. 그러나 이같은 공로와 업적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너 가족의 사회적 물의, 강성 노조, 연금·행동주의펀드 주총 공세....창립 50주년과 주총을 맞아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이 활주로를 박차고 새롭게 도약(take-off) 하는 ‘대한항공 르네상스’ 플랜을 어떻게 준비 중인지 승부수가 궁금하다. <시사오늘>은 대한항공 50년 변천사를 되짚어 보기로 한다.

ⓒ 시사오늘 김승종
ⓒ 시사오늘 김유종

대한항공의 ‘내우외환’ 때문에 조 회장은 50주년인 올해 3·1절 창립 50주년 행사에 불참했고, 아들 조원태 사장이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조촐하게 치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현 상황에서 성과를 자축하는 대규모 행사를 하게 되면 강성부 펀드를 비롯한 주총 반대세력과 소액주주를 자극하기 때문에 3월하순 주총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3월 주총 표대결에서 이기기 위한 조 회장의 승부수는 무엇일까?  3월27일 열리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임기 만료로 새로 등기이사에 선임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은 11.7%로, 조 회장 측이 쉽게 이길 것 같지만 소액주주들 동향에 따라서는 의외의 상황이 나올 수 있어 걱정이 많다.

그 이유는 회사 정관상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려면 주총참석 주주의 2/3 이상, 즉 66.7% 이상 지지를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반수이상 지지 보다는 훨씬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여기에서 나온다. 만약 국민연금이 주총에 대리인을 참석시켜 반대표를 던진다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매우 힘들게 통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은 우려가 더 심하다. 토종 행동주의펀드를 표방하며 표 대결을 벼르고 있는 강성부 펀드(KCGI)가 10.81%, 국민연금이 6.7%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합세해서 조 회장 일가 및  특수관계인 보유 28.93% 지분과 표 대결에 돌입하게 된다면 다른 기관투자자와 소액 주주 표심에 따라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조 회장으로서는 올해 1월이 악몽과도 같았던 시기였다. 강성부 펀드가 자신들 몫으로 사내이사 1인·사외이사 2인 선임을 요구하고 회사 자산(부동산) 매각, 사내 지배구조위원회 만들어서 투명경영 실시 등 파상 공세를 퍼부었고, 중립을 지켜야 할 국민연금마저 수탁자위원회와 기금운용위를 잇따라 열어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적극적인 경영참여를 전제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고 천명하는 바람에 힘든 나날을 견뎌야만 했다.

하지만 조 회장과 한진그룹은 강성부 펀드 요구에 대해 기습적인 맞불작전으로 맞섰다. <그룹 비전 2023>이라는 5개년 성장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2023년까지 그룹 매출을 22조원 이상, 영업이익 10% 이상을 목표로 해서 △ 한진칼 사외이사를 3명에서 4명으로 확대 △ 사외이사 추천위 도입 △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제도 도입 △ 송현동 부지 매각 추진 △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 사업성 검토에 따라 개발 또는 매각 추진 △ 한진칼 당기순이익의 50% 배당 등을 언론에 발표했다.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 안의 조양호 회장 ⓒ  대한항공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 안의 조양호 회장 ⓒ 대한항공

이에 KCGI는 지배구조위 설치와 현 경영진의 견제 장치가 빠져 미흡하다면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으나, 1월의 서슬 퍼런 공세에 비하면 기세가 많이 누그러진 것 같은 분위기다. KCGI는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해서 소액주주 표를 모으고 있지만 1월에 비해 호응도가 많이 약해졌다는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제 풀에 스스로 무너진 형국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 출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들이 주총에서 ‘프록시 파이트(주주 위임 대리인간의 표 대결)’을 해야 한다고 강성 의견을 보이고 있으나,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해 ‘금고 3년 이상을 선고받은 등기이사는 자동 해임하도록 한다’는 정관변경 주주제안만 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당장 한진그룹 경영진을 죄다 바꿀 것처럼 기세등등했던 국민연금이 아무런 준비나 원칙없이 스튜어드 코드십이라는 제도를 들고 나왔다가 망신만 당한 셈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한진칼이나 대한항공을 상대로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도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연금이 한진칼 보유 지분을 7.1% 갖고 있지만 직접 투자는 제로이고, 전량 모두 자산운용사를 통한 위탁 투자였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는다. 상법상 위탁투자 주식이라도 소유권은 위탁자(국민연금)에게 있기는 하지만, 개별 위탁을 받은 자산운용사가 독자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만큼 주주권 행사 역시 국민연금 보다는 해당 운용사에게 위탁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으로서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은 강성부 펀드에게는 주주 중시 및 회사 발전 계획을 발표하는 IR설명회 공세로 맞받아쳤고, 국민연금이 내부 혼선으로 주춤거리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수세 국면을 역전시켰다. 이런 분위기를 주총일까지 잘 유지한다면 연임이 확실하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조 회장과 한진 측은 3.1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각종 사내 화합·포용 정책과 외부 시민단체·진보세력을 겨냥한 등기임원 대폭 축소 등을 승부수의 하나로 제시하면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지난 3월4일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사소한 잘못으로 견책 이상의 내부 징계를 받은 1천여명 임직원에 대한 모든 인사기록을 말소하고, 향후 승진이나 복리후생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탕평책’을 내놓았다.

5일 이사회에서는 한진그룹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을 맡고 있는 숫자를 현행 9개 회사에서 대한항공, 한진칼, (주)한진 등 3개 회사로 크게 줄여서 시민단체나 민노총의 반발을 사전에 톤다운 시켰고, 주총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이나 강성부 펀드의 예봉을 미리 꺾는 방안을 제시해 반대편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다.

담당업무 :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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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k 2019-03-20 09:45:37
이런 사람이 기자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