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소득 3만달러 시대, 質的 성장 대전환을
[이병도의 時代架橋] 소득 3만달러 시대, 質的 성장 대전환을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3.16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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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고실업 속 빛바랜 발표
‘최악의 저성장’ 경고에도 땜질 정책만
삶의 질 생활 만족도 후퇴
퇴보냐 도약이냐 전환점
선진한국 가로막는 3대 장벽
文정부 정책기조 고용참사 빈부격차 초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이 ‘2018년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통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1,349달러를 기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6년 2만달러 돌파 이후 12년 만이다. 2만달러 달성이 1995년 1만달러를 넘은 이후 12년 만에 이룬 결과였던 것처럼 똑같은 기간이 걸렸다. 우리 경제사에 남을 값진 기록이다.

이로써 한국은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미국·독일· 영국·일본·프랑스·이탈리아 등 기존 6개국에 이어 1인당 GNI 3만달러를 넘어선 7번째 나라가 됐다.

반가운 일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1인당 소득이 67달러에 불과할 만큼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65년 만에 선진국 문턱에 이른 것은 대단한 성과다.

분명 자축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는 깊기만 하다. 가계 살림은 팍팍하고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가면서 소득지표의 성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상당수 국민들에게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여전히 먼 나라 일로 들린다. 체감 경제와 밀접한 고용 시장은 얼어붙어 있고 양극화는 계속 심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올해도 내수와 수출 동시부진으로 극심한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국민 체감 불가

소득 3만달러 진입을 국민이 체감할 수 없는 것은 양극화가 깊어진 사정이 크다. 소득의 불균등 심화는 내부 갈등과 정치 혼란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의 가구별 소득 격차는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최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20% 가까이 줄어든 반면, 최상위 20%(5분위)의 소득은 10% 이상 늘어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때문에 지난해 소득 5분위는 1분위보다 5.47배를 더 벌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격차가 가장 크게 확대됐다. 10년 만에 최악이다. 이 현상을 방치하면 3만 달러를 넘어 4만, 5만 달러 시대를 연들 체감층은 소득 상위층으로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각종 소득불평등 통계가 보여주듯 소득 양극화는 경제 차원을 넘어 국가적 난제가 된 지 오래다. ‘고용 없는 성장’에 의해 가속화하는 취업난, 해결 기미 없는 비정규직 양산 체제 등은 지표로 보여지는 성장률과 국민소득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이나 생활 만족도 역시 후퇴했다.

이런 식이라면 4만달러로 뛴다 해서 경제의 건강성과 국민의 삶의 질이 저절로 향상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외형적으로 경제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화려함 뒤에는 그에 비례해 부익부 빈익빈도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케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은 선진국진입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도약으로 정책초점을 바꿀 때가 됐다는 신호일 뿐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이같은 시대적 소명에 부응해 보다 효율적인 경제질서를 구축할수 있느냐는 중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

反시장 정책 경제 발목만

더 큰 문제는 4만달러 시대로 가는 길이 첩첩산중이라는 사실이다. 성장엔진이 식어가는데도 反시장정책은 경제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구조개혁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금기어처럼 됐다. 구조개혁 추진은 커녕 소득주도성장의 폐해가 명확해졌는데도 정부는 ‘정책기조 전환은 없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추면서 수출 침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악영향을 주요한 원인으로 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기업 손발을 묶는 규제에 집착하면서 고용 참사와 빈부 격차에 따른 양극화, 기업 투자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다시 소득 2만달러대로 주저앉느냐, 4만~5만달러대로 도약하느냐 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암울한 경제징표들…2만달러대 뒷걸음질 우려도

선진국과 비선진국을 가르는 주요한 기준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여부다. 그렇지만 이 조건을 충족하는 상당수 국가는 인구가 1000만명도 안 된다. 스위스(810만명) 홍콩(720만명) 스웨덴(957만명) 등이다.

한 단계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게 ‘30-50클럽’이다. 인구가 5천만 명을 넘으면서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를 '30-50 클럽'이라고 한다. 한국이 7번째로 이 클럽에 들어가게 됐다. 우리나라가 경제력 면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현 경제상황은 너무 엄중하다. 고용지표, 소득분배, 실업률 어느 하나 제대로인 게 없다.

암울한 경제를 알리는 징표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 2.7%는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명목 성장률 3.0%는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데는 환율 영향이 컸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원화 기준 1인당 소득은 3449만4천원으로 전년보다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국민의 체감도가 특히 떨어지는 이유중의 하나다.

이래서는 우리가 3만달러를 넘었다가 바로 고꾸라진 남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스페인, 그리스, 키프로스 등도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다가 재정위기를 겪고 2만달러대로 뒷걸음질했다. 우리도 1994년 1만달러를 넘었으나 외환위기에 8000달러대로 되밀렸고, 2006년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움츠러들었던 아픈 경험이 있다.

가계 몫은 61.3%에 불과

1인당 GNI에는 가계뿐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소득이 포함된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 재정이 크게 늘어나 정부 소득 증가의 힘을 크게 입었을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기업들이 이익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 둘 게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어 가계와 이익을 나눠야 한다. 정부도 수십조원의 초과세수를 적극적으로 풀어 이전소득 등으로 가계에 흘러들게 해야 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GNI 가운데 가계 몫은 61.3%에 불과하다. 양극화가 심하다는 미국도 79%(2016년 기준)이고 선진국 대부분 가계 몫이 70%를 넘는다.

현실은 어둡고 미래는 암울하다. 우리 경제의 주요 지표들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주원인은 세계적 경기 침체다. 무디스도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춘 이유에 대해 “투자 약화와 글로벌 무역 감소, 특히 중국의 중간재 수요 둔화와 반도체 수요 침체로 수출이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수출 비중에서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경우 지난달 수출이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할 만큼 심각하다.

자동차산업 역시 카마겟돈(carmageddon)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암울하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재앙으로 치닫는 저출산·고령화도 성장 활력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시장과 괴리된 소득주도 성장에만 매달리는 정부는 물론 경제주체 모두의 환골탈태가 절실한 때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다.  상당수 국민들에게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여전히 먼 나라 일로 들린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다. 상당수 국민들에게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여전히 먼 나라 일로 들린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승종

성장률 쇼크 수준속 정부 땜질 처방만

당장 걱정스러운 것이 올해 경제다. ‘최악의 저성장’ 경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째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2월엔 ‘반도체 쇼크’로 전년 동기 대비 11.1%나 감소했다. 무디스는 투자 사이클의 약화, 무역 감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부진이 성장률 추락을 부르고 있다고 했다.

무디스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2.1%는 한국이 경제개발에 나선 1960년 이후 네 번째로 낮다. 이전 세 번은 1980년(-1.7%), 1998년(-5.5%), 2009년(0.7%)으로 각각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거나 그 후유증으로 시달렸던 때다.

따라서 경제위기가 없는 평상시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낮은 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2.8~2.9%)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성장률 쇼크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틀에 갇혀 땜질 처방만 내놓을 뿐이다. 최근 수출 지원을 위해 무역금융 규모를 15조원 늘려 235조원 공급하겠다고 했다.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근본적인 대책일 수는 없다.

소득 양극화는 고용 문제와 직결된다. 정부는 고용 참사를 타개하기 위해 공공부문 채용을 대거 늘리는 손쉬운 수단에 매몰된 듯싶다. 이는 지난해 ‘단기 알바’ 사례처럼 일시적인 효과만 낸다. 근본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실 한국 경제의 대외 충격은 전면화하고 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리스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시 한국이 총수출액의 3% 수준인 230억달러의 수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차이나 쇼크’마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1인당 소득 3만 달러 진입도 실제 환율 덕을 본 측면이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제고를 노려 한국과 중국 등의 통화가치 상승을 압박해 온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최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6.0~6.5%로 낮춰 발표했다. 지난해 중국은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6.6%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보다 목표를 더 낮춰 6% 성장률 사수를 선언한 것이다. 중국 시장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6%(홍콩 포함 34%)를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 성장 둔화의 충격은 한국에 고스란히 전해질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도,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일본은 22년째 1인당 소득 3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년 장기불황 탓이다. 독일도 막대한 통일 비용과 과도한 복지, 높은 실업률 등으로 1998년 다시 3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6년 후인 지난 2004년에야 다시 3만 달러를 회복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앞길도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조선·철강·반도체 등 주력산업이 구조적 한계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데다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숙한 사회 근본 과제

3만달러 돌파라는 양적 성과를 질적 개선으로 연결해 성과를 함께 누리게 하려면 고용 사정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이 부진한 터여서 정부가 일자리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공공 부문의 신규 채용을 늘리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가는 게 불가피하다.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전통적인 주력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분야의 산업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하도록 불합리한 걸림돌을 없애고, 불공정한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노력 또한 이어져야 한다.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창의력과 역동성을 누르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장애물들을 곳곳에서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한마디로 국민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경제가 강해진다. 기존에 수립했던 경제활력 방안들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독일은 2007년 일본을 추월해 1인당 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비결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정치 생명의 단축을 감수하고 밀어붙인 ‘어젠다 2010’ 구조개혁이었다.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소득세와 법인세를 내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골자였다.

1인당 소득 3만달러에 걸맞은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것은 ‘성장의 신화’에 함몰돼 ‘함께 잘사는 사회’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데 대한 반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내면화한 시민들을 키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 때문에 신뢰와 관용의 수준은 낮고, 양성평등, 환경 보호, 소수자에 대한 관용, 정치적 의사결정에의 참여가 빈약한 사회가 되었다.
또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허약한 교양 시민층’은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허술한 사회를 장기간 방치토록 했다. 한국 사회는 상대적 빈곤율이 높고, 연금의 소득대체율과 공적사회지출이 낮은 사회, 언제라도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재기가 불능한 사회는 많은 부를 쌓아도 더 가지려고 하는 욕구를 잠재울 수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역시 기대할 수 없다. ‘혼자만 살겠다’는 불안사회에서, ‘함께 사는’ 안정사회로 가도록 각성이 필요하다.

미래 과제 산적 올바른 인식을

역사와 現代史의 교훈은 모두 중요하다. 1인당 소득이 처음으로 1만달러(1994년 1만168달러), 2만달러를 넘어선 뒤에도 각각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대폭 뒷걸음친 적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역사적으로 임진왜란, 병자호란. 경술국치. 남북 분단 등을 겪은 것은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겪은 피눈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앞으로 국력을 더욱 키우고 탄탄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과거의 아픔과 슬픔은 반복될 수 있다.

그 국력의 기초가 바로 경제력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만족하지 말고 경제력을 더욱 강하게 해야 한다는 데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1948년 건국 이후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던 우리는 1960년대 산업화의 걸음마를 거쳐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책을 발판으로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성장 신화를 만들었다.

타고난 성실과 근면, 높은 교육열에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무기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1953년 겨우 67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2만달러를 돌파했다. 이 같은 경제성장은 1980년대 민주화를 이루는 토양이 됐다.

사실상 무에서 출발했던 우리나라 경제는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이 시동되면서 77년 수출 1백억달러, 1인당 GNP 1천달러를 달성했다. 뒤이어 조선·기계·중공업·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의 본격적 개발과 중동 등 해외건설의 활발한 진출로 성장을 가속화하면서 89년 5천달러를 돌파했고 다시 6년만에 1996년 1만달러대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압축성장을 거듭해 온 것이다.

우리 경제가 정치체제의 격변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률을 지속해 왔던 것은 정치의 경제 제1주의 의식, 재벌그룹 등 기업가들의 모험적 기업가정신, 여전히 저렴한 양질의 노동력 등이 삼위일체를 이뤄 능률의 증폭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의 성취에 자족하는 것보다 세계경제의 선두그룹에 참여하고 거기에 남아 있기 위해서는 앞으로 타개해 가야 할 미래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이 미래 도전의 성패에 우리 경제의 생존이 걸려 있는 것이다.

후진적 정치체계 역기능

그렇지만, 당파싸움으로 날을 지새는 정치권은 국민을 절망케 했다. 3류도 못되는 4류정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부도, 기업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산업화 시대가 뿌려놓은 열매를 따먹는 데 안주하고 있었다. 일본은 우리를 따돌리기 위해 더욱 질주하고 중국은 우리를 따라잡기 위해 분발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2007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45달러로 사상 처음 2만달러를 돌파했다. 1995년 1만달러대에 처음 진입한 이래 12년 만의 새 기록이었다. 외환위기 여파로 7000달러대로 추락하는 아픔을 딛고 이룬 성과여서 의미가 적지 않았고 ‘중진국의 터널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할 만했다.

오랫동안 1만달러 대에 갖혀 있던 국민소득 수준이 이를 탈출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컸다. 특히 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이후 몇년간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오는 등 우여곡절 끝에 달성한 것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2만달러 시대 진입 역시 1만달러 시대의 전례처럼 반락 - 재진입으로 우회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경제 외형은 커졌지만 실속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오랜 기간 이어졌다. 국민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았던 까닭은 여기에 있었다. 국민 생활수준 향상과는 거의 무관한, 무늬만 2만달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성공한 선진 국가들의 공통점은 작은 정부, 친기업적 조세개혁, 노·사·정 합의 도출, 규제철폐를 획기적으로 단행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실패한 국가들은 성공모델과는 정반대 궤적을 밟았다. 즉 후진적 정치체계가 공공부문 비대화를 방치했고 내부적 갈등을 잘 다스리지 못해 노동시장 경직성을 풀어내지 못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오늘의 한국도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새 출발점에 선 대한민국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는 우리에게 질적 성장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체질을 개선해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신산업 발굴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

성장잠재력을 끊임없이 확충해야 선진국 진입이 가능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난해 크게 감소한 민간투자를 확대로 되돌려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더 과감히 없애고, 정확하고 일관된 정책으로 신뢰를 회복토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작은 정부’를 서둘러 추진하고 과감한 규제완화 등을 통해 민간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국을 쫓는 '패스트 폴로어'였던 우리가 기술과 시장이 격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창조적 파괴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혁신성장 정책과 규제·노동개혁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경제적 자유를 증진해 기업가정신과 창의력이 맘껏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소득 5만달러 시대를 앞당길 새로운 국부론을 적극적으로 대두시켜야만 한다.

국민의 가치관에서부터 경제제도·체제 등에 지각변동의 변혁과 혁신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안정과 정·경사이의 효율적인 관계정립이 정착돼야 한다.

성장은 나눔과 동반자여야 한다. 나눔을 통해 불평등과 격차를 줄이면 시민성도 고양된다. 더 나은 사회로의 전환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1인당 소득이 4만달러, 5만달러를 넘는다해도 오늘과 똑같은 불만이 쏟아질 것이다. 우리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엄청난 힘을 발휘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내는 저력 있는 민족이다. 단결력과 역동성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은 다시 출발점에 서 있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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