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텔링] 민주당이 나경원의 ‘수석대변인’ 발언을 무시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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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텔링] 민주당이 나경원의 ‘수석대변인’ 발언을 무시했더라면?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9.03.16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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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공주가 아닌 보수의 龍이 된 것은 민주당 덕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민주당의 헐리우드 액션 덕분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주 이미지를 훌훌 털고 보수 정치권의 투사인 잔다르크로 승화됐다. 이번 전투는 나경원의 勝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의 헐리우드 액션 덕분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주 이미지를 훌훌 털고 보수 정치권의 투사인 잔다르크로 승화됐다. 이번 전투는 나경원의 勝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 중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격앙돼 고함을 지르며 단상에 올라 항의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렸다. 양당은 일촉즉발의 대결을 펼쳐 국회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 13일 나경원 원내대표를 문 대통령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여권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역풍이 불었다. 민주당의 오버액션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상을 높인 셈이 됐다.
 
만약 민주당이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격앙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냥 무시했더라면 정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1 나경원, 공주 아닌 잔다르크가 되다
 
청와대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나 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여권은 나 원내대표의 ‘수석대변인’ 발언을 정국 주도권 장악의 호기로 생각했지만 정국은 정반대로 흘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13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14일 발표한 3월 2주차 주중집계(95% 신뢰 수준·표본오차 ±2.5%p)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32.3%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9%p 상승했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오히려 한국당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여권이 여론의 흐름을 잘못 읽고 과잉 반응을 보인 탓도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親여권 성향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민주당이 항의를 하면서도 연설은 계속 들었더라면 국민과 언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었는데 세련되지 못하게 과민반응을 해서 나경원 원대대표를 용으로 만들어 주고, 양비론을 불렀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오전 KBS1-R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보수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전략, 황교안 체제 출범 이후 자신들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도 있다”며 여권의 전략 미스를 꼬집었다.
 
#2 민주당이 나경원 발언을 무시했더라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사전에 입수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연설문을 철저히 분석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나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도발하려는 의도를 읽었다.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보수세력의 재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도발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아울러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전부 비판에 나선다면 나 원내대표가 보수의 잔다르크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도 들었다. 또 2월을 공치고 겨우 마련한 3월 국회가 공전에 빠진다면 여론은 야권보다 국정 운영자인 여권에게 더 큰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나 원내대표가 발언을 할 때, 오버액션보다는 거센 항의로 맞받아치고, 대변인 비판 논평 정도로 대응하기로 했다. 여권이 차분한 대응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무시하면서 자유한국당은 원래 저런 막말을 하는 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정당으로서 제1야당 원내대표의 막말 정도는 슬기롭게 대처했다는 여론의 호평이 쏟아졌고, 당 지지율 상승을 덤으로 얻었다.
 
합리적 추론-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원내대표의 ‘수석대변인’ 발언을 무시했더라면?이라는 가상 현실을 펼쳐봤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의원들의 오버액션에 대해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있다는 불편한 시각도 존재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대로 최종적 판단은 국민들이 해주는 것이다.
 
민주당의 헐리우드 액션 덕분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공주 이미지를 훌훌 털고 보수 정치권의 투사인 잔다르크로 승화됐다.
 
자세한 여론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담당업무 : 산업1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人百己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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