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퇴계 이황이 사랑한 백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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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퇴계 이황이 사랑한 백매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9.03.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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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의 茶-Say>봄날 따뜻한 차 한 잔 즐기며 매화의 우아함을 닮아보기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간만에 마스크를 벗었다.

연일 미세먼지에 시달리며 마스크 대량 구입으로 또 하나의 지출 품목이 추가됐다.

꽃샘 추위인 듯 제법 쌀쌀하지만 미세먼지 없는 오늘은 오히려 차가운 기온이 싫지 않은 주말이다. 길지 않은 이 추위가 물러가면 남쪽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고, 각종 매체는 꽃소식을 당분간의 화제 거리로 채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들려오는 꽃 소식은 매화일 것이다. 매화가 가지에 소담하게 피어난 그림을 보면 화려하기보다는 품위 있어 보이는 꽃 중 하나다.

그러나 필자는 홍매보다는 고결해 보이는 백매에 더 맘이 간다.

사군자의 하나이기도 한 매화.

특히  백매는 퇴계 이황이 매우 좋아했다고 한다. 무심히 보고 지나치는 1000원짜리 지폐를 보면 퇴계 이황 초상화에 백매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백매는 우아하고 이성적이며, 천지 자연의 이치를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윤리적 삶을 실천하고자 했던 많은 유학자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매화를 꼽았다고 한다.

자연 사물을 인간의 덕에 비유하는 것을 비덕(比德)이라 하는데, 그 옛날 문인 선비들의 문장과 그림들에서 쓰는 표현 기법 중 하나였다.

매화 ⓒ 뉴시스
매화 ⓒ 뉴시스

가장 대표적인 비덕의 소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매·란·국·죽이었으며, 물과 돌, 소나무, 달 등이 함께 소재가 돼 수많은 시와 문장, 그림이 탄생했던 것이다. 이렇게 문인들이 모여서 시와 문장, 그림으로 취미삼아 즐길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차였다.

처음에 차는 약용으로 사용됐으나, 서서히 스님들의 참선에 잠을 쫓는 용도로 이용되다가 이후 문인들에 의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문인들은 차로서 사교를 하고, 그 한 잔의 차로 마음을 가다듬고 안정을 취하며 정신 수양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전해 내려오는 그림들과 시, 산문 등을 보면 궁중과 문인들의 사교 모임에서도 차가 빠지지 않는다.

퇴계 이황 선생이 그려진 1000원권 지폐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퇴계 이황 선생이 그려진 1000원권 지폐 ⓒ 김은정 茶-say 아카데미 대표

그만큼 많은 문인들의 시 표현에서 그들이 얼마나 차를 좋아하고 즐겼는지를 알 수 있다. 눈 내리고, 바람 불며, 비 뿌리는 날에 차는 향과 맛이 깊어지고 몸에 따뜻한 기운을 전달하며, 마음에 평온과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더 할 수 없이 좋다.

그러나 계절을 느끼며 세월의 무상함을 자연에 맡겨두고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도 잔잔한 정신에 유희를 느끼게 한다.

꽃피는 봄 날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시간을 잠시 멈춰두고 매화의 우아함을 닮아보는 건 어떨까.

샘물을 길어다 달빛 아래 매화를 보며 차를 마시는 전경을 읊은 조선 초기 문인이자 화가였던 김정(金淨, 1486~1521)의 시 한 수 읊조려 본다.

 

소나무 뿌리 아래 샘물을 길어
창을 열고 雪茶를 달이네.

산중에 달빛 없어도
한 밤에 매화가 곱구나

천지에 붙어사는 몸
풍상에 수염이 세려 하네

시 읊노라니 罷漏가 울려
높은 나무 까마귀들이 놀라네

 

출처 : <한국의 차문화 천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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