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여러분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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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여러분 행복하십니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1.07.07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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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언론 등 모두 축제 분위기…국가재정, 생태, 한국식 민족주의 되짚어 봐야할 때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최신형 기자]

여기서도 저기서도 강원도의 꿈이라고 말하는 2018 동계올림픽이 끝내 강원도 평창에 유치됐다.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2018년 올림픽 개최 도시는 평창입니다”라고 말하는 그 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유치 활동을 벌인 이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은 동시에 환호했고, 기뻐했다.

언론은 즉각 “강원도의 꿈 이뤄지다”, “30년 만에 또 올림픽”, “4년 전 푸틴의 국가원수 효과 이번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해냈다” 등의 제목을 뽑으며 실시간 속보를 각 포털에 보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뛴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관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김연아 등의 노력을 평가절하 하자는 게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대한국민 국민과 강원도민의 쾌거라는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들에겐 평창 동계올림픽이 긍적적인 경제 유발효과와 국격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마냥 기뻐하는 순진한 발상만 필요한 게 아니다. 눈여겨 봐야할 몇 가지 대목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놓고 우리가 한번쯤은 되짚어봐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둘러싼 한국식 민족주의의 단상과 국가재정, 그리고 생태 등 환경적 문제다.

그것에 대한 외면은 정치권에서 그렇게 부르짖던 대한민국 선진화를 요원하게 하는 길이자, 구체제와의 단절을 회피하는 길이다. 물론 이 세 가지는 서로 단절된 독립적인 문제는 아니다. 하나의 고리에 다른 하나가 걸려 있는 연결성을 지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한국식 민족주의 문제를 거론하기 전에, 7일 왜 이것을 눈여겨 봐야하는지 알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제2차관과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 트위터리안 등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민 차관은 이날 오전 0시 55분경 “2018 평창은 우리 국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이걸 못마땅해 하는 사람은 우리 국민이 아니지요. 대한민국 국민 파이팅”이라고 올렸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의 반론을 펼치자, 민 차관은 “누가 2018평창을 못마땅해 하는지 이번 기회에 잘 봐두세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어 이찬진 사장이 한 시간여 후 트위터를 통해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대회, 동계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나라는 우리가 6번째라고 하네요.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 거고 문제점도 엄청 많은 나라이긴 하지만 또한 참 열심히 사는 나라인 것도 확실한 것 같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민 차관이 재차 “축하할 거면 아무 단서 없이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후 민 차관은 트위터 글을 삭제하며 논란은 일단락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반대하면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발언을 술자리에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얘기하는 것과 공직자가 사실상 공적 공간인 트위터상에서 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평창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을 반대를 위한 반대하는 세력으로 낙인을 찍어버리고, “쟤들 또 왜 저래”라는 식으로 대하는 것, 그것은 자유주의와 다원주의 사고의 부정이기 때문에 그렇다.

▲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되는 지난 6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월드피스자유연합 회원들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태극기 및 각 나라 국기를 들고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뉴시스

재수에 도전했던 참여정부 때의 평창 유치전과 이번 평창 유치전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참여정부 때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유발효과와 민족주의를 마케팅으로 삼았다. 당시 일부 학자들이 경제적 효과에 대한 반론이 나오자, 현 정부는 경제적 효과 보다는 ‘강원도민과 대한민국 자존심’ 등을 앞세우며 민족주의 담론에 기댔다.

민족주의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민족주의를 앞세워 스포츠 마케팅을 일삼는 스포츠 쇼비니즘을 한번 쯤 되짚고 가자는 얘기다. 이제 평창 등지의 대규모 개발은 불가피하다. 평창지역을 개발할 때 그 수혜자는 누구이며, 그 비용을 대는 자는 누구인가.

건설사와 대기업 자본 등이 얻는 수익과 강원도민이 얻는 사회적후생비용 중 어느 쪽이 더 클까. 강원도민 중 경제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쪽은 그쪽에 땅을 가진 지방토호다. 반대로 평창의 개발로 인해 그곳을 불가피하게 떠나야하는 이들은 어느 계층의 사람들인가. 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야하는 책임도 우리들에게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과 생태 등 환경도 문제다. ‘포스트 불경기’라는 말이 있다. 스포츠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가 대규모 스포츠행사를 위해 과도한 시설투자를 한 뒤, 그 결과 재정적자로 인해 나라 전체가 불경기를 겪는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열악한 시설로 인해 빙상장과 스키장 뿐 아니라 기타 제반 시설의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도 3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고, 일본도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이후 재정적자로 인해 불경기에 빠졌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2년 부산아시아게임 당시 부산시가 지었던 경륜장은 이미 매년 60억 원 정도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소한의 재정부담을 위해 정확한 수요 예측이 필요한 이유다.

최문순 강원지사 등 강원도청이 정부당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대규모 시설투자시 지역공청회 등을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 절차를 통한 대회 준비가 진정한 국격의 향상이다. 단지 국제적 조명을 받기위해 예산 참여민주주의를 도외시한 채 국민의 세금을 맘대로 사용해서야 되겠나.

마지막 문제는 대규모 시설투자시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생태계의 파괴다. 우리의 경우 전체 국토에서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0%이고, 강원도 역시 ‘산’의 대명사다. 불가피하게 대규모 산을 깎으면서 초래되는, 생태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준거기준이 필요하다. 정부와 학계, 기업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의 신설과 지역 주민들과의 공청회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식 민족주의의와 국가재정, 생태 등에 대한 고민 없이 환호하고 축하하고, 그러면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올림픽이 유치되면 대단한 지역경제 부흥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장밋빛 희망을 유포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실제로 하계-동계 올림픽 역사상 그 자체로 수익을 본 사례는 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이다. 올해만 해도 1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한 알펜시아리조트 사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올림픽으로 인한 수익은 강원도 주민들이 아니라 건설 대기업 자본만 배불린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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