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일석삼조(一石三鳥) 투자법
[사색의 窓] 일석삼조(一石三鳥) 투자법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3.20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도서관에 가면 봄꽃에 취하듯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에는 애인 같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찾은 1년여 세월은 눈부신 약속의 나날이었다. ⓒ광진정보도서관
도서관에 가면 봄꽃에 취하듯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에는 애인 같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찾은 1년여 세월은 눈부신 약속의 나날이었다. ⓒ광진정보도서관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은 차라리 기다림이다. 어둠속에 묻어둔 꽃들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개화는 꿈이고 희망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대박 꿈’을 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느 수필가의 봄 완상(玩賞)을 떠올려 보기에 좋은 날이다.  

‘이 봄, 무사하면 어찌 사람이겠는가. 만물이 저렇게 피어나 재재거리는데 어찌 의연할 수 있으랴. 꽃 앞에선 감정을 제아무리 눌러대도 소용없다. 벚꽃잎 하나하나가 가슴 속에 무작위로 수놓인 나비일진대, 섣불리 온전한 척 하지 마시라.’ 

그곳에 가면 봄꽃에 취하듯 매혹당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에는 애인 같은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찾은 지 1년여 세월. 이 얼마나 눈부신 약속의 나날이었던가. 도서관이 좋다. 꿀벌을 부르는 꽃향기인 듯 책 향이 나를 부른다. 한강 뚝섬유원지로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본다. 한강 물처럼 유유히 이어지는 나의 도서관 생활을 반추해 본다. 

“운동으로 뱃살 좀 빼라”는 가족의 닦달에 못 이겨 자전거를 끌고 한강 뚝섬유원지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봤다. 건강관리를 위해 자전거를 타야 하는 게 그렇게 끌리지는 않았다. 페달을 빨리 돌려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욕심을 내다보니 자전거 타기는 하나의 숙제, 일이 돼 버렸다. 자발적이지 않은 일은 지속되기 어려운가 보다. 과음했다, 피곤하다, 춥다, 덥다 등등. 핑곗거리가 생겨 자전거 타기는 건너뛰기 일쑤였다. 아니, 자전거를 타지 않기 위해 그럴싸한 명분을 찾고 있었다. 

책과의 만남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인문 독서열풍을 불러일으킨 <생각하는 인문학>을 읽은 것이 책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큰애가 군대에서 ‘책읽기 우수자’로 선정돼 포상휴가와 함께 책을 받았는데, 집으로 가져온 그 책이 잠자고 있던 나의 독서생활을 흔들어 깨운 것이다. 책은 매혹적이라 중독성이 강하다. 보고 보고 또 봐도, 그만둘 수가 없다. 출퇴근 때는 물론이고, 허투루 사라지는 시간을 찾아내 책과의 만남을 늘려갈 수밖에 없었다. 

삶의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책을 통하면 쉬우면서도 큰 돈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다. 예전에 책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마지못해 봐야 하는 ‘괴로운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책 읽기가 왜 그렇게 어렵고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책을 펴면 졸립고, 졸음을 참으며 책을 보는 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책과 빨리 이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요즘은 책과의 만남을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은 것은 왜일까. 마음의 눈을 틔워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운동이란 걸 외따로 하다 보면 힘들어 며칠을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운동이 돼 살이 빠졌다”는 말이 이상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 가게 되면 운동은 자연스레 된다. 이치는 이렇다. 하기 싫고 힘든 일을 좋아하는 일과 조합해 해보는 것이다. ‘이모작’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모작이란 종류가 다른 두 개 이상의 작물을 같은 경작지에서 재배하는 방법이다. 이모작 농법으로 수확량을 늘려 가듯 이모작 생활로 삶에 활력을 줄 필요가 있다. 

자전거 타기는 어느새 하나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다.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라 유익한 취미생활이 된 것이다. 자전거를 타면 대박의 꿈을 이룰 수 있다. 큰 이득을 손에 쥘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음악들으며 한강변을 30분쯤 달리면 애인 같은 책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전거 타고 도서관 가기’는 음악 감상, 건강관리, 공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 투자법이라 할 수 있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몸에 탈이 날 듯하다. 그와의 만남을 생각하면 일찍 잠이 깨는데, 1분 1초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 주위에서는 “그렇게 매일 만나면 싫지 않으냐”며 힐난하지만, 내가 좋아 하는 일이라 싫거나 피곤하진 않다. 애인을 만나는데, 좋아하는 책을 보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보고 또 보고, 꿈속에서도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것 같다.   

책 속에는 인생 고민과 명철한 해답이 나와 있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찾아보려 하지 않고, 모르기 때문에 삶이 어렵고 괴로운 것이다. 글의 숲속에서 삶의 깨달음이나 인생의 등불이 될 만한 감동문구를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책을 통해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 이게 독서의 효능이다. ‘그래, 매일 깨쳐 가는 앎의 즐거움 때문에 책과의 만남을 끊지 못하는구나.’ 책과 연애하는 일은 오래 지속할 수밖에 없는 내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