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노리는 황교안이 가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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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노리는 황교안이 가야할 길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3.21 17: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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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사는 개혁보수가 대권에 가깝다는 사실 증명…황교안도 대선서 확장성 고려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2·27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해결해야 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27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해결해야 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18일부터 20일까지 수행해 21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0.2% 오른 31.9%로 나타났다. 폭발적인 상승세까지는 아니지만, 일종의 ‘한계선’으로 간주되던 30%를 꾸준히 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의 지지율 상승이 장기적으로 한국당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구(舊)보수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개혁과 변화에 대한 동력(動力)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당은 아직까지 5·18 망언 당사자들에 대한 징계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또한 전당대회에서 ‘태극기부대는 김진태를 데리고 당을 나가 달라’고 외쳤던 조대원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하려다가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한국당이 ‘변하고 있다’는 징후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전대 컨벤션 효과와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반사효과까지 누리고 있는 한국당 지지율은 30%선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당내에서는 ‘잘 나가고 있는데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전언(傳言)이다. 이주 초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율이 오르면서 내부 혁신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생긴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환부(患部)를 도려내기보다 적당히 덮고 넘어가기로 한 한국당의 선택은 현명한 것일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리 좋은 선택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1992년 치러진 제14대 대선에서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는 42.0%를 얻어 33.8%에 그친 민주당 김대중 후보를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기본적으로 김영삼의 당선은 ‘3당 합당’의 영향이 지대했다. 하지만 김영삼이라는 인물이 민주화 투사가 아니었다면, 김종필과 같은 ‘또 하나의 보수 세력’이었다면 3당 합당의 효과는 그리 대단치 않았을 것이다. 즉, 김영삼의 낙승(樂勝)은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그가 보수와 손을 잡음으로써 중도와 중도보수, 구보수 표를 모두 끌어올 수 있었던 덕이 컸다고 봐야 한다.

제15대 대선 결과는 이 같은 분석을 방증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당내 권력 투쟁 과정에서 개혁보수 세력이 아닌 민정계·공화계와 손을 잡았다. 김영삼과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김영삼이 끌어온 중도·중도보수 세력을 포용하지 못하고 구보수와 한 배를 탄 것이다. 결국 이회창은 중도·중도보수 표를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에게 빼앗기면서 고배(苦杯)를 마셔야 했다.

제17대 대선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박근혜 후보의 지지층과 자신의 지지층인 중도·중도보수층을 묶어 손쉽게 권좌(權座)를 손에 넣었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층은 이명박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지지할 리는 없었다. 양당제 하에서는 이념 스펙트럼상 가장 오른쪽에 있는 유권자들도 중도보수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보수정당이 중도보수 성향의 후보를 내면 ‘필승(必勝)’이라는 공식이 다시 한 번 맞아떨어졌던 셈이다.

이렇게 보면, 황교안 대표가 대권에 다가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스스로가 중도보수의 길을 걷는 것이다. 황 대표가 중도보수로 포지셔닝(Positioning) 할 수 있다면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중도·중도보수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웬만해서는 여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태극기부대’의 표심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황 대표가 구보수 이미지를 갖게 된다면 중도는 물론 중도보수 유권자를 놓고도 여당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보수 통합이 힘들어지면서, 제15대 대선에서의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나 제19대 대선에서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같은 ‘중도보수’ 후보의 등장 가능성도 높아진다. 황 대표로서는 좋을 것이 없는 구도다.

2·27 전대에서 황 대표는 당내 선거인단 투표에서 5만3185표를 얻어 2만 1963표를 획득한 오세훈 후보를 압도했다. 그러나 일반인 여론조사에서는 ‘중도보수’를 표방한 오 후보가 50.2%를 기록해 37.7%에 그친 황 대표를 12.5%포인트나 앞섰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황 대표는 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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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 2019-03-22 21:07:06
황교안 대통령 얼마안남았다..
박근혜 이명박 문재인
말아 먹은 나라.......정상으로 돌릴수있겠냐..

국민이.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