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정치] 조헌의 임진왜란 경고와 북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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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정치] 조헌의 임진왜란 경고와 북핵 위기
  • 윤명철 논설위원
  • 승인 2019.03.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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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역사 반복 피하려면 역사가 주는 교훈 외면 말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명철 논설위원)

무능한 군주 선조와 정쟁에만 빠져있던 집권세력이 조헌의 간청을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조선의 국토는 백성들의 피로 물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무능한 군주 선조와 정쟁에만 빠져있던 집권세력이 조헌의 간청을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조선의 국토는 백성들의 피로 물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진제공=뉴시스

임진왜란은 예고된 참사였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에서 온 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에게 명을 침략할 길을 빌려달라는 ‘정명가도’를 천명했다.

하지만 조선은 일본의 침략에 대해서 애써 외면했다. 일본이 섬나라라는데 집착해 수군이 강하고 육군이 약할 것이라는 전략적 오류로 일본 수군이 명의 영토로 직접 상륙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실책을 저지른다.
 
임진왜란 초기 의병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조헌 선생은 조정의 전략적 실책을 맹렬히 비난하며 왜군의 침략을 사전에 대비할 것을 간했다.
 
<선조수정실록> 선조 24년 3월 1일 기사에 따르면 조헌은 일본(日本)의 서계(書契)가 패역스럽고 왜사(倭使)도 함께 나왔다는 말을 듣고서 옥천(沃川)에서 백의(白衣)로 걸어와서 예궐(詣闕)해 소장을 올렸다.
 
그는 “이들이 우리 나라를 함몰시키고 중국을 침범할 경우에는 중국에 대해 변명할 길이 없고 이들이 기회를 포착해 갑자기 쳐들어올 경우에는 해변의 방어가 너무도 허술하다. 반드시 전쟁이 있을 지역인데도 아직까지 조충국과 같은 경략이 없었고 원(元)나라의 사신을 영접하지 말라고 항의한 정몽주 같은 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헌은 “수길(秀吉)이 우리에게 길을 빌어 중국을 침범하려는 악랄함은 이만주에게 견줄 정도가 아니고 글을 보내어 우리를 무함하는 방술이 중추(中樞)의 자급에 그칠 정도가 아니다”라며 일본의 침략에 대비할 것을 간곡히 청했다.
 
하지만 조선 조정은 일본 침략의 징조가 여기저기서 감지되는데도 불구하고 전쟁 위기론으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우려해 국방력 강화에 소홀했다. 결국 조헌이 상소를 올린 이듬해인 1592년 일본은 중국이 아닌 부산에 상륙했고, 조선 땅을 유린하며 조선의 백성들을 살육했다.
 
미국과 북한이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후, 북한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며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로의 회귀다. 문제는 북한이 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에서 나오는 하노이 담판 뒷이야기는 북한이 우리와 국제사회가 원하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전, 정명가도라는 허무맹랑한 요구조건을 내세워 조선의 항복을 강요했던 역사와 비슷하다.
 
북한은 애시당초 비핵화는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명분으로 삼아 대북제재 완화를 통해 김정은 체제 유지를 추진했던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무능한 군주 선조와 정쟁에만 빠져있던 집권세력이 조헌의 간청을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조선의 국토는 백성들의 피로 물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의 조선 백성들은 어리석은 집권세력을 잘못 만난 대가를 참혹하게 치룬 셈이다.
 
또 수군이 강한 일본군이 우리 조선을 거치지 않고 명을 직접 침략할 것이라는 전략적 실책은 북한의 핵이 우리를 겨냥하지 않고 미국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전략적 착각과 일맥상통할 수 있다.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피하려면 역사가 주는 교훈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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