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무용론에도 의미 있는 이유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무용론에도 의미 있는 이유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3.2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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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때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재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효성,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사측에서 올린 안건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무용론'이 제기된다.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이행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정부의 과도한 경영개입이라는 비난도 희석시키지 못했고, 오히려 표대결 과정에서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난 24일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상당수 상장사가 우려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은 경영진 견제에만 치우치지 말고, 기업과 소통하며 중장기적 기업·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를 운영해야 한다. 상장회사와 자본시장 발전에 큰 힘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필요한 까닭 ⓒ 뉴시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 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속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병폐를 청산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경유착과 전관예우라는 관행적 악행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청와대, 판검사, 국세청 관료 등 이른바 전관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내세워 로비 통로와 바람막이로 활용해 왔다. 대주주를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되레 대주주를 감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이런 악행을 타파하고자 이번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제 역할을 못하는 사외이사의 존재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하면, 비록 표 대결에서 지더라도 주주들에게 흠있는 인사를 알려주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또한 비상식적인 지배구조에 대해 재환기시키는 의미가 있다. 국내 재벌 대기업들은 소수의 오너가들이 계열사, 우호지분 등을 통해 대주주로 군림해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독특한 소유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주들은 거수기에 불과하다.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찻잔속 태풍에 그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기업의 자율성과 이사회의 독립성을 병들게 하고, 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유시장경제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부당한 경영개입이 아니라 정당한 주주권 행사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재벌의 힘,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기 어려운 연금의 경영 참여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때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한 일이 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가 이번 3월 정기 주총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유지되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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