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최정호 장관 후보자 논란…'이 시대의 꿈과 희망'
[대변인] 최정호 장관 후보자 논란…'이 시대의 꿈과 희망'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3.26 1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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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람은 똥을 싼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은 누구나 먹고 마시면 변(便)을 본다. 아마 배변할 때만큼 인간에게 자신이 평등한 존재임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은 없으리라. 그러나 손과 입으로 똥을 싸는 경우는 다르다. 그것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주변 사람들을 심히 불편하게 만들고, 시쳇말로 '빅똥(大便)'을 쌌을 때는 사회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래도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순간의 빅똥으로 평생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면 이 또한 옳지 않다는 옛 선인들의 지혜다.

〈시사오늘〉의 '대변인'은 우리 정재계에서 빅똥을 싼 인사들을 적극 '대변(代辯)'하는 코너다. 적폐청산의 시대를 맞아 적폐가 정말 청산될 줄 알고 잠시 쉬었지만, 변이 풍기는 냄새가 오히려 더욱 강력해졌기에 대변인은 다시 돌아왔다. '변'은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를 위한 최종변론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배우자 명의), 경기 성남 분당구 '상록마을라이프' 등 아파트 2채와 세종 반곡동 '캐슬&파밀리에 팬트하우스' 분양권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중 분당 아파트의 경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 자신의 딸 부부에게 증여했다고 합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그가 갭투자를 노린 다주택자 투기꾼이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꼼수 증여한 법꾸라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투기를 근절시키고 집값을 안정화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에서 국민적 지탄을 받는 눈치인데요. 여기에 논문 자기표절 논란까지 더해지며 장관으로서 업무 적격성이 의심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최종변론에 임하기에 앞서 이 같은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무척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25일 최 후보자님께서 청문회를 통해 직접 밝힌 것처럼 부동산 보유와 관련해 질책 받은 사항에 대해서는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논문 문제도 열심히 쓴다고는 했는데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드립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과와는 별개로 최 후보자님께서 억울한 부분이 상당해, 감히 이렇게 변론대 앞에 섰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에서 다주택자가 범죄입니까? 집이 1채든, 2채든, 최 후보자님처럼 3채든 세금 잘 내고, 구린 게 없다면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불법도 아니고, 위법행위를 저지른 사안도 아닌데 단지 국토부 장관 후보자라는 이유로 자기 돈으로 집 몇 채 샀다고 주홍글씨를 찍어서야 되는지 의문이 듭니다. 외람되지만 몇몇 국민들께서 자격지심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께서도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국민)정서상 장관 후보자라서 시빗거리가 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더욱이 최 후보자님께서는 집 3채 모두 실주거 목적으로 사신 겁니다. 혹자들은 주택이 위치한 곳이 전부 투기지역이라는 점, 분당 집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잠실 아파트를 추가 매입하고 15년 동안 거주하지 않은 점, 국토부 차관 퇴직을 7개월 앞두고 세종 펜트하우스를 분양 받은 점 등을 이유로 최 후보자님이 투기를 했다고 지적하는데, 이건 그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잠실 아파트는 당시 중학생이었던 자녀 통학 문제를 감안해 미리 사둔 것이며, 분당 아파트는 잠실 아파트가 다 올라간 뒤 2008년께 팔려고 했는데 부동산 경기침체로 매각이 안 된 겁니다.

네? 잠실 아파트는 딱지 입주권 방식으로 매입한 전형적인 투기고, 2008년 분당 지역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면 매매가 활발했다고요? 백번 양보해서 다 사실이라고 칩시다. 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습니다. 투자한 게 잘못입니까? 또 투기면 어떻습니까? 정부 정책 하에서 담합이나 탈세와 같은 불법행위가 없이 거래했다면 투기는 결코 범죄가 아닙니다.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 '내 집'이 아니라 '네 집' 값이 오른 게 문제라고 지적하시는 게 아닌지.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 없다'고 양심선언하면 바보 소리 듣는 세상이 아닙니까. 최 후보자님이 장관 후보자가 아니라 내 가족, 내 친구라면 아마 다들 박수를 치셨을 겁니다.

또한 23억 원 가량의 시세차익이 발생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최 후보자님께서는 아직 집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시지 않았습니다. 아직 돈이 묶여있는 상황인데 시세차익이 났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요즘 같은 세상에 23억 원이 얼마나 대단한 재산이라고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버닝썬 만수르세트가 1억 원입니다. 고작 술 23번 먹는 돈 갖고 흠집을 내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 뉴시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 뉴시스

존경하는 재판장님, 다주택 문제와 관련해서 최 후보자님을 비판하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처사입니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의 면면을 살펴보면 지난해 1월 기준 9명의 장관이 다주택자였습니다.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 후보자처럼 3주택자, 김상곤 사회부총리,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은 2주택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 후보자님의 전임이 될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2주택자입니다. 이런 마당에 다주택자 운운하며 최 후보자님을 압박하는 건 '기회도 평등하지 않고, 과정도 공평하지 않은 것' 아닐까요. 이래서야 '정의로운 결과'가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아울러, 장녀 부부에게 분당 아파트를 증여한 걸 꼼수라고 지적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주택을 증여한 후 해당 주택에 월세로 들어가 살면서 월세 명목으로 사실상 세금까지 자식 손에 쥐어주는 것, 부자들 세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세금 회피, 부의 세습 방식 중 하나인 게 맞습니다. 하지만 최 후보자님께서는 청문회에서 "어떻게든 다주택자 상태를 면해서 빠른 시간 내 떳떳함을 갖고자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식들이 있고 해서 증여를 택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하셨습니다.

탈세나 세습 목적이 아니라 국민들 앞에서 떳떳한 장관이 되고자 어쩔 수 없이 증여를 결정하신 겁니다. 일찍이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국민들에게 떳떳한 대통령이 되고자 서울 홍은동 빌라를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에게 2017년 12월 매각하고 1주택자가 된 바 있습니다. 최 후보자님의 증여가 꼼수 증여라면, 문 대통령의 매각도 꼼수 매각이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은 그저 떳떳한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것이지, 전혀 다른 의도가 없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처럼 최 후보자님을 둘러싼 논란 대부분이 허위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최 후보자님께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주택을 보유한 것은 누가 봐도 투기 목적이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 자리에 투기꾼을 앉혀서는 안 된다며 막말까지 하고 있는데요. 물론, 최 후보자님께서 오해를 산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부적절한 인사라고 평가되는 대목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최 후보자님의 사퇴가 곧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기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금수저들의 세상입니다. 가진 자들은 돈 놓고 돈을 먹고, 자식들에게 부를 철저하게 세습합니다. 못 가진 사람들은 먹을 돈은커녕 국물도 없고, 자식들은 저 멀리 뒤떨어진 출발점에서 인생을 시작합니다.

최 후보자님은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형편으로 당시 신설된 금오공고에 입학하셨고, 졸업 후에는 5년 간 장기하사로 군에서 의무 복무를 하셨습니다. 흙수저였지만 그는 결코 아래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군 복무 중에 대학시험을 준비해 25살에 성균관대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대학교 4학년 행정고시(28회)에 합격하며 국토부에서 토지정책팀장, 대변인, 항공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2차관 등 굵직한 자리를 역임하셨습니다. 그리고 전라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내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 후보자님께서는 절대 부정이나 비리에 연루된 적이 없으셨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적도 없습니다. 다만, 고달픈 흙수저 인생을 겪은 부모로서 자식들에게는 자신보다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코자, 그저 남들처럼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인 것뿐입니다.

흙수저가 누구에게도 빚진 것 없이 자수성가를 이루고, 자녀들에게 더 높이 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이 시대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이 아닙니까? 그런데 돈도 없고, 빽도 없는 흙수저가 헬조선에서 명예를 얻고, 재산을 증식하는 방법이 뭐가 있겠습니까. 고시 패스와 부동산 투기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합리화하기 위한 항변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고, 땀 흘리며 일한 노동의 대가보다 집값 상승폭이 더 높은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는 유일한 계층 '지렛대'인 게 현실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님의 낙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의 꿈과 희망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또한 최 후보자님에 대한 비판의 배경에는 내가 다주택자인 건 로맨스고, 남들이 다주택자인 건 불륜이라는 비합리적인 국민정서가 깔려있음도 통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최 후보자님이 청문회에서 20여 차례나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말씀을 하셨음을 감안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수나 잘못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잘못을 알고 사죄를 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미덕입니다.

모쪼록 이 같은 부분을 잘 헤아려서 최 후보자님에 대한 불필요한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재판장님께서 현명하게 판단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한 최종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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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인 2019-03-27 14:19:24
반어법적으로 최정호 지명 후보자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군요.
모처럼 시원합니다.
최정호 청문회 보다가 , 촛불정부에 대한 실망감으로 정말 화가 났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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