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텔링] 인사청문회 후보자들…‘그때는 몰랐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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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텔링] 인사청문회 후보자들…‘그때는 몰랐겠지요?’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3.27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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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박영선 후보자 의혹 중심으로
YS 때 공직자 재산공개 등 도입했지만
고위급 부정부패 척결 여전히 ´멀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7명이 각종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7명이 각종 의혹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시사오늘(그래픽=김유종)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의혹투성입니다. 청문보고서 채택도 험로가 예상되지만 임명 강행이 된다 해도 불명예 꼬리표가 따라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신의 미래가 장관 인사청문회 후보자로 오를 줄 알았다면 관리 면에서 조금은 달랐을까요? 한 시민이 던진 물음으로 시작하는 인사청문회 후보자 논란. 최정호‧박영선 후보자 의혹 중심으로 ‘시사텔링’을 통해 고민해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미국 유학생 신분에서 군인이 된 A(남 20대)입니다. 경기도의 한 군부대 복무 중이며 이등병입니다. 자대 배치 후 첫 휴가를 받고 집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한남대교 좌측의 고급 아파트가 우리 집입니다. 미국 유학을 오래했습니다. 오랫동안 외국 생활을 해서 한국말이 서툽니다. 원래 한국에 올 생각도 군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들어와서 군대 가라’고 하셨습니다. ‘군대는 꼭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뒤이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언제 어떻게 출세할지 모르지 않느냐.’ 4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이신 아버지는 나름 큰 꿈을 꾸고 계신 듯했습니다. 혹시 또 압니까. 생각지도 못한 순간 국가의 부름이 있을지. 자식 된 도리로서 아버지의 출세 길을 막을 수는 없지요. 어쩌겠습니까. 가라면 가야지요." 

이상은 지난 25일 서울 마포 지역에서 만난 중년의 택시운전기사가 전해준 일화를 일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장차 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이 혹시라도 있을지 몰라 군대부터 보내려는 아버지와 외국 유학 중임에도 그 같은 명을 받고 군 입대를 하게 된 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택시운전기사 B(남) 씨가 이 얘기를 꺼내게 된 것은 요즘 한창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문이었습니다. 

이날(25일)은 여의도 국회에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던 날입니다. 최 후보자는 다주택 논란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토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맞춰 주택 가격 안정화를 목표로 집값 상승의 원인인 다주택자 규제 강화에 적극 나서 왔습니다. 하지만 최 후보자의 행적은 정부 방향과는 상반된 모습이었습니다. 부동산 투기와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할 주무부처의 수장이 편법 증여, 갭 투자, 가족 부동산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것입니다. 

최 후보자는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와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동 아파트를 비롯해 세종시 반곡동에 건설 중인 펜트하우스 분양권 등 똘똘한 3채로 23억 원이라는 시세차익을 거뒀습니다. 16년이나 살지 않는 집임에도 실거주 목적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습니다. 최 후보자는 갭투자를 인정하며 송구스럽다고 했지만, 경실련 등 시민단체나 정치권은 “후보 스스로 사퇴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현재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은 야당의 반발로 불발된 상태입니다. 

최 후보자뿐 만아니라 2기 내각의 장관 후보자 7명 모두는 세금체납, 채용 특혜, 위장전입, 아들 이중국적 논란, 병역 특혜 의혹, 재개발 투기 의혹 등 도마에 올라 있는 상황입니다. 2기 내각 검증 대상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입니다. 

“그때는 몰랐겠지요?”

택시운전기사 B 씨는 인사청문회 관련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돌연 그렇게 물으며 다음 말을 이어갔습니다. 

 “오늘 청문회 보니까 집이 3채다 하는데, 그 양반(최정호 후보자)이나 다른 후보자들도 자신이 장관 후보자가 되리라고 생각을 했겠어요? 알았다면 일찌감치 문제 될 것들을 그렇게 관리해 놨겠어요?”

인생이 다 그렇지만 먼 훗날 뭐가 될 줄 알았다면 공직자의 도덕성 및 자질 면에서 불명예스럽고 질타받을 일은 안 만들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었습니다. 

B 씨는 ‘이회창 아들 병역 의혹’도 예로 들었습니다. 

“이회창 씨가 아들 때문에 떨어졌잖아요? 우리나라가 병역 문제에 얼마나 민감한데요. 그 당시엔 몰랐겠지요. 자기가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곤 꿈도 못 꿨지 않겠어요? 진실 여부를 떠나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은 것은 사실이잖아요.”

법조인 출신의 자유한국당 이회창 전 의원은 대쪽 이미지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면서 YS(김영삼 전 대통령) 문민정부 당시 일약 유력 대권주자가 된 바 있습니다. 15대 대선 당시 아들 병역 의혹 등 여러 자질 문제에 휩싸이면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에 패했습니다. 

이 전 의원 아니고서도 선거 과정 또는 인사청문회 등에서 아들 병역 문제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른 고위공직자들은 여럿 돼왔습니다. 결국 일련의 학습효과 때문에 미리 단속하는 사례도 생긴다는 거였습니다. 

B씨의 언급대로 이번 2기 내각 후보자들도 청문회에서 날아온 날카로운 송곳 질문에 진땀을 흘리며 ‘후보자가 될 줄 진작 알았더라면…’이라고 후회하는 이들도 꽤 될 것으로 짐작됩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서 인사청문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저격수로 자자했지만 이제는 검증 대상에 오른 박영선 중기부 장관 후보자 또한 여러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칠 것으로 보입니다. 박 후보자는 재산 축소신고, 증여세 탈루 의혹, 논문 표절, 자녀의 이중국적, 특실 갑질 의혹 등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27일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는 야당으로부터 자료 미제출 관련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을 받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이종배 의원은  ‘박영선 후보자의 내로남불’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박 후보자는 2009년 7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차용증만 있고 통장 거래 내역이라든가 금융거래 내역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의혹을 더 사고 있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다. 자료를 내시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해 9월 이귀남 법무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자료를 안 내고 버텨서 적당히 넘어가려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 준하는 경우에는 자료를 내게 돼있습니다. 인사청문회는 국정감사에 준하는 그 이상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당 정우택 의원은 박 후보자에게 “청문위원일 때는 92년 MBC 기자 들어올 때부터 재산 내역 과정을 다 소명할 수 있다고 했으면서 배우자 및 자녀 거래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을 왜 하지 않느냐”며 상반된 모습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잇따른 추궁에 “제 아이와 남편이 한국에 없다” “사생활에 가까운 개인정보가 왜 필요하냐” 등 반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당 산자위원들은 당일 저녁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박 후보자로부터 받지 못한 자료는 360건이 넘는다”며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한없이 자비로운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자진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박 후보자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한 회사원(남, 49)은 <시사오늘>에 “지역구에는 딸랑 오피스텔 전세만 두고 있고, 연희동, 일본 등에 집을 소유한 것부터 서민 입장에서는 불쾌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서울에서도 평당 단가가 저렴한 곳으로 뉴스에 소개 됐더라”며  “지역구 의원조차 찬밥 신세 취급하는데 발전이 있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이외에도 박 후보자와 같은 날 검증 대상이었던 진영 행안부 장관 후보자는 지역구 내 부동산 투기 의혹 및 고액 후원금 의혹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연구비 횡령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휩싸여 있습니다. 

‘청백리’ 공직자를 보기는 하늘에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인지 ‘이번에도 역시나’ 후보자의 자질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떠오르는 인물이 YS입니다. <김영삼과 박정희>(노병구 저)에 따르면 YS는 군사독재 32년 동안 저질러진 부정부패 부조리가 만든 한국병을 극복하고자 공직자 재산공개,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투명하고 깨끗한 체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이를 위해 본인의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고 권력을 이용해 기업인뿐 아니라 어떤 불법적인 돈은 10원도 받지 않겠다고 한 취임식 때의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스스로 부정부패를 원천 차단하고 모범을 보이며 실천했다는 평가입니다. 

따지고 보면 결국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등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투명 시스템이 YS때 도입됐지만 정착 면에서는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때문에 너무나 어려운 이상 장기적 관점의 긴 호흡으로 투명 시스템이 안착화될 수 있도록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27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고위공직자의 재산 공개 및 실명제 등 투명시스템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한 세대가 지나야 정착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공직자 재산공개, 실명제를 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은 상당히 많은 형편”이라며 “한꺼번에 거두기 어려운 문제라면 연속성 상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전부 다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파행과 난타전의 정쟁으로만 치닫고 제대로 된 검증 규명은 오히려 방해받고 있는 듯하다”며 “청문회 법을 개정해 공개할 부분과 비공개할 부분 등을 나눠 이성적이고 합리적, 정교하게 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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