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퇴진'에 재계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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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퇴진'에 재계 엇갈린 반응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03.2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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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처한 그룹 살리기 위한 용단" 일부 긍정평가
"본인책임 큰데 최소한의 수습마치고 물러났어야" 지적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장대한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재계의 반응이 크게 엇갈린다.

28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박 회장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은 물론,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그리고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금호고속 사내이사직도 사퇴한다. 사실상 전권을 내려놓는 셈이다.

박 회장의 자진해서 경영 퇴진을 결정한 표면적인 이유는 '책임경영'이다.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의 2018년 감사보고서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시장 불신을 키우고, 그룹 전체를 유동성 위기에 빠뜨린 점에 대해 총수로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회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오늘 나는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일생을 함께한 그룹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그룹이 더 도약하기 위한 결정임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뉴시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뉴시스

하지만 속사정은 사뭇 다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오는 29일 실질적 그룹 지주사인 금호산업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그룹 유동성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화된 데다, 지난 2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회사와 대주주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 박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7일 업계 라이벌인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하면서 여론의 향방이 박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박 회장의 퇴진이 '용퇴'가 아니라 '책임회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퇴진의 근본적 원인인 아시아나항공발(發) 감사보고서 논란이 기내식 대란, 장녀 부정채용 등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으로 야기된 부분이 상당한 만큼, 박 회장이 최소한의 수습을 마치고 회장직을 내려놓는 게 순리였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박 회장도 이 같은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주주와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퇴진이 임직원들에게는 나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는 모순에서 많은 고심을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후임자를 결정할 때까지는 박 회장이 자리를 지키고, 비상경영 체제를 지휘했어야 했다"며 "금호산업 주총을 하루 앞두고 물러나는 게 진정한 용퇴인지 의문이다. 금융위원장이 주문한 '성의있는 조치'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퇴진에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의 면담에서 그룹을 살리기 위한 협조를 요청한 만큼, 할 도리는 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7일 이 회장을 만나 자진 경영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도움을 구했다.

이에 산업은행은 조만간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협의를 통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조속한 시일 안에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 재체결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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