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성산 大戰①] 노동자 vs 자영업자…대리전
[창원성산 大戰①] 노동자 vs 자영업자…대리전
  • 김병묵 기자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3.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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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사람과 사는사람에 대한 인식차 확인된 선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병묵 기자 정진호 기자)

창원성산은 계급투표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친노동 정책을 펼쳐온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시사오늘
창원성산은 계급투표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친노동 정책을 펼쳐온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시사오늘

대한민국 선거를 분석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역주의’라는 도구만 사용하면,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일지라도 대략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호남 지역감정을 자극해 성공을 거두고, 198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른바 ‘4자 필승론’으로 쐐기를 박은 이래 지역주의는 각종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왔다.

제20대 총선 결과만 보더라도, 지역주의가 여전히 대한민국 정치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제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영남에서 약진(躍進)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상 민주당이 이곳에서 얻은 의석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키긴 했으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동서(東西)가 뚜렷이 나뉜 구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역주의 속에서도 독자적 기준으로 당선자를 선택한 지역은 존재했다. 민주노동당 출신의 무소속 김종훈·윤종오 의원을 배출한 울산동구와 북구, 그리고 故 노회찬 의원에게 원내 복귀 기회를 준 창원성산이었다. 공단 지역인 울산동구와 북구, 창원성산은 보수정당 ‘텃밭’으로 기능해온 영남권이면서도 ‘계급 투표’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받았다.

노동자 vs 자영업자

창원성산이 4·3 보궐선거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유가 여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지속적으로 친(親)노동 노선을 견지했다. 당선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zero)’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2년 동안 최저임금 29%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등 그간 노동계가 요구해왔던 사안들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부채질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인상을 불러일으켜 영세 자영업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냈다. 주52시간제 도입 역시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초 <시사오늘>과 만난 몇몇 자영업자들은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만 살아라 살아라 하고 자영업자들은 죽어라 죽어라 하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뱉기도 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창원성산 보궐선거의 중요성이 드러난다. 창원성산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처음으로 원내 진출길을 열어줬을 만큼 진보 색채가 강한 곳이다. 그러나 지난 여섯 차례 선거에서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이 한 번씩 승리를 거뒀던 역사도 있다.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정확히 세 번씩 자리를 나눠가졌던 셈이다. 이러다 보니 창원성산 보궐선거는 정의당 여영국 후보와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각각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을 대표해 ‘대리전’을 펴는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노선에 여전히 지지를 보내는 쪽은 정의당 여영국 후보를, 자영업자 도산 등 경제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쪽은 한국당 강기윤 후보를 지지하는 구도가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창원성산 보궐선거 결과는 어떤 방식으로든 ‘문재인 정부 심판’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시사오늘>이 창원성산에서 만난 시민들의 경우, ‘파는 사람’인지 ‘사는 사람’인지에 따라 지지 정당이 명확히 나뉘는 모습이 나타났다. 상남시장에서 만난 대다수 상인들은 “재작년보다 작년이,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들다”며 “더 이상 문재인 정부를 믿을 수 없어 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물건을 구매하는 시민들은 대체로 “그래도 창원은 경기가 나쁜 편은 아니다”라며 “그나마 서민들 신경써주는 정의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각 당 대표들도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시사오늘
각 당 대표들도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시사오늘

물러설 수 없는 승부

같은 맥락에서, 창원성산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미리 민심(民心)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도 맡게 됐다. ‘여당 없는 선거’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의당과 단일화를 한 민주당이 자칫 한국당에게 패한다면, 한국당이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에 탄력이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월 28일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 입장에서 창원성산은 빼앗으면 대박이고 져도 본전인 곳이지만, 민주당은 절대 한국당에게 빼앗겨서는 안 되는 곳”이라며 “보궐선거에서 한국당 의석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고 있다는 선고나 다름없어 잘못하면 조기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최근 들어 PK(부산·경남) 민심이 정부여당을 떠나고 있는 상황에서, 창원성산에서마저 기대 이하의 성과가 나온다면 이 지역 민심 이반에 가속도가 붙을 공산이 크다. PK를 기반으로 ‘전국정당화’의 꿈을 꾸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것이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3월 25일부터 27일까지 수행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P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1.9%로 40.3%의 한국당에 오차 범위 밖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 역시 부정(50.9%)이 긍정(41.5%)를 넘어선지 오래다. 민주당으로서는 PK 여론 반전을 위해서라도 창원성산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입장이다.

물론 한국당이라고 해서 창원성산에서의 패배가 아프지 않을 리 없다. ‘경제 실정론’을 주무기로 문재인 정부에 맞서고 있는 한국당이 ‘노동자 vs. 자영업자’ 구도로 진행되고 있는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정권 심판론’의 칼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더욱이 황교안 대표가 창원에 숙소를 마련하면서까지 ‘총력 지원’에 나서면서,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대한 주목도는 크게 높아진 상태다. 한국당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복원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창원성산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앞선 관계자도 “창원성산에서는 져도 본전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황 대표가 총력전을 펴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며 “이번에 이기면 황 대표 체제가 안착하면서 다음 총선까지 리더십을 갖고 갈 수 있겠지만, 진다면 당의 우경화와 대여투쟁전략 실패와 같은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황 대표 체제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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