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北비핵화 외교解法 근본 과제
[이병도의 時代架橋] 北비핵화 외교解法 근본 과제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3.3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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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국내 정치에 좌우되는 '북핵'
'판문점 합의' 깬 北에 할 말 제대로 해야
'강對강' 대치 중단 적극 협상 복귀를
트럼프 “추가제재 철회 지시” 北 화답 중요
북한, 핵 파기 파행史 전술 반복 흐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과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여정이 먼 길임을 새롭게 확인시켰다.

협상을 중재하려는 한국의 노력이 북한의 일방적 행동 때문에 물거품이 될 수 있음도 다시 검증됐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는 4·27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정상회담 합의까지 일방적으로 팽개치는 행동은 북한에 대한 신뢰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 수석대변인 소리까지 들으며 아무리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도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동안 미국과 북한이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면서 우리 중재 외교는 도전을 받았다. 미국이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고, 북한도 온갖 비난과 함께 남북연락사무소를 철수하는 등 신경전이 고조되며 우리 정부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한국은 중재 외교의 난항을 자초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후에도 개성공단과 금광산관광 재개 피력등 미국과 엇박자를 보였고, 그렇다고 북한의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외교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이지 이상(理想)이 아니다.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우리 중재 외교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는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비핵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남북 관계는 좋아질 수가 없고,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 해도 허구에 불과하다.

현재 흐름이라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는 어렵다. 비핵화와 대북 제재는 한·미공조의 틀 안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복잡하게 얽힌 미·북과 남북, 한미관계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가장 현실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협상동력 약화 가능성

그런 점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후속 접촉 계기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겉돌던 북핵 교착국면이 또하나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추가 제재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철회를 전격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대북 제재 발표를 대통령이 철회한 것은 전례를 찾기 쉽지 않을 정로도 이례적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불씨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물론, 트럼프의 후퇴와 한국 정부의 최근 역주행 움직임은 국내 정치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측근 34명의 기소 등으로 내년 대선이 위험해진 상태에서 북이 다시 도발하면 트럼프의 외교 안보 치적은 물거품이 된다. 김정은과의 쇼가 벌어질 때마다 지지율 상승과 지지층 결집을 끌어냈던 문재인 정권도 이미 김정은과 한 몸체로 묶여 버렸다. 북핵 폐기보다 정권 연장이 우선인 듯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의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북·미 협상이 올 상반기 중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면 미국의 정치 일정 등을 감안할 때 협상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으로서도 대북 제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는 포괄적 로드맵 하의 단계적 이행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 많은 전문가가 공감한다.

대치가 장기화하면 대화 재개의 동력이 갈수록 더욱 떨어지고, 민감한 시기엔 작은 변수가 전체 상황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양측은 강대강 대치에 매몰되지 말고 협상 궤도에 복귀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의지 내포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 선전 기관은 연일 "남한은 미 꼭두각시" "미국 눈치 보지 마라"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북이 지금의 판을 깨면 한국 정권도 정치적 중상을 입을 테니 한국이 알아서 북의 방패가 되라는 것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이 제멋대로 연락사무소 철수를 자행함으로써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한 간에 이뤄진 합의의 토대를 일방적으로 무너뜨렸다는 사실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지난해 9월 문을 연 남북관계 복원의 상징적 존재였다. 남북한은 이 선언을 바탕으로 철도와 도로 연결을 비롯한 경제협력 사업과 군사적 긴장 제거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해왔다.

물론, 북한의 연락사무소 철수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북미 협상 교착에 대한 불만과 그런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의 표출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는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도 이해할 필요는 있다.

혼란속 협상 여지

그런 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추가 제재 철회를 지시한 것은 다행스럽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지만 나는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는 글을 올렸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 철수를 통보한 지 17여 시간 만이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강경파가 주도해온 대북 압박흐름에 일단 제동을 걸어 북한이 협상 국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셈이다.

북한의 일방적 연락사무소 철수 조치에 따른 북·미 간 긴장 고조를 피하고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를 철회하겠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전날 미 재무부가 발표한 중국 해운사 2곳 등의 제재일 수도 있지만 미 언론들은 "이번 주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던 대규모 다른 제재"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추가제재 철회 조치가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다. 약간의 숨통을 열어주면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볼턴 안보보좌관 등 강온파에 상관없이 “검증된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조건”임을 내세우고 있는 데서도 확인된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21일 대북제재 강화 방안을 발표한 조치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행정부 내의 전략 혼선을 초래하면서까지 북한 지도부에 대해 손을 내민 셈이다.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추가 제재 철회' 메시지는 하노이 2차 미·북 회담 결렬 이후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던 미 행정부에 적지 않은 혼란을 줄 수도 있지만, 이로써 미국은 당분간 대북 추가 제재를 가하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도 연락사무소에 남측 인원 잔류를 허용하고 지원함으로써 복귀 여지를 남겨뒀다.

미국도 북한도 협상의 파국을 원치 않고 있음은 확인된 셈이다.

국내 정치상황 배경

대북제재에서 트럼프의 후퇴는 궁지에 몰린 미 국내 정치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뮬러 특검팀이 수사 결과 보고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는데 그 내용과 공개 범위에 따라 트럼프가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트럼프 캠프의 전 선대본부장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측근 34명이 기소된 상태다. 잘못 굴러가면 내년 대선이 위험해진다. 여기에 북이 다시 도발하면 '북핵·탄도미사일 위협을 중단시켰다'고 자랑해온 트럼프의 외교·안보 치적마저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1차 회담 때부터 김정은 쇼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해왔고 지지층의 박수를 받았다. 따라서 눈앞에 닥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김정은의 비위를 맞춰줄 가능성의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 문재인 정부도 다를 게 없다. 작년 초 청와대 안보실장은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 유훈"이라는 20년 전의 북 기만술을 새로운 주장인 양 포장하며 비핵화 협상 판을 깔았다. 북한의 그 '유훈'이라는 것이 북 비핵화에 앞서 한반도 주변 미군 전력 철수를 의미한다는 건 상식에 가깝다.

이후 문 대통령은 앞장서 '김정은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계속 강조했다. 김정은 쇼가 벌어질 때마다 정권 지지율은 올랐고 지지층은 결집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 비핵화 의지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운운한 것은 이미 문재인 정권의 국내 정치와 김정은 쇼가 불가분의 관계로 엮여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강對강 대치

그동안 북미는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 상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강대강 대치 형국을 보여왔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 발언,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핵·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한 회견,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 등 기싸움이 이어졌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한목소리로 북한에 핵·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대량파괴무기의 폐기와 경제제재 해제를 일괄 타결하는 ‘빅딜’을 압박해왔다. 미 재무부는 지난 21일,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대북 제재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요구를 “강도 같은 태도”라고 비난하며 북-미 협상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했고, 이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전격 철수해 버린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영변 폐기 플러스알파(+α)'의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며 대북 제재 고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미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도운 혐의로 중국 해운회사 두 곳에 대한 미국 내 자산 동결ㆍ거래 금지 조치를 발표한 것도 그런 배경이다.

이에 맞서, 단계적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 재개와 북미 협상 중단을 위협했다.

또한, 매체들을 동원해 한·미공조를 비난하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자 한국에 분풀이라도 하듯 연이어 비난 공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와 통일신보 등은 “남조선이 미국과 공조해 봐야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거나 “대북 제재 틀 내에서의 남북협력사업은 외세의 개입”이라며 한·미공조 대신 민족공조를 선택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한·미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중재자 회의론 확대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회의론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관련, “북미가 비핵화와 제재해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현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손발이 묶여 있다”며 “문 대통령의 중재자로서의 역할은 하노이 회담 이후 벽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평가는 미국이 대북제재를 놓고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동맹국의 기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한국이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남북경협 재개 주장에 너무 앞서나간다며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남한 정부를 비난 하기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남측이 미국 편에 서서는 안 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중재자 역할, 촉진자 역할을 떠드는 것은 미국의 승인과 지시가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자기 처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주제넘은 처사”라고 했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철수 이후에도 한·미동맹 흔들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공정성이 생명인 중재자가 일방적으로 북한 편이나 거들고 있다는 의심을 사거나 양쪽 모두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제 역할을 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어설픈 정책에 매달리지 말고 굳건한 한미공조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야 한다.

결국 현재로서는 우리 정부가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을 서두르려 할 경우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다. 남북연락사무소 철수에서 보듯 북한은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다.

중재외교 어려움 자초

우리 중재 외교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자초한 측면이 있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는데도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를 피력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과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급기야 미국은 대북제재 회피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목록에 한국 선박까지 포함시켰는데, 이는 우리 정부를 견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언론들도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도 아니다. 북한은 되레 우리 정부를 향해 미국을 설득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논평에서 "한심한 것은 미국과 공조해 평화체제 구축과 북남협력을 꿈꾸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남북연락사무소 전격 철수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중재 외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특히 남북간 ‘군사합의’가 이뤄진 이후 우리 군의 방어능력 약화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커졌음에도 정부는 북한과의 약속 이행 및 신뢰 유지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각종 군사훈련마저 축소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우리 군 수뇌의 전방부대 격려방문조차 ‘도발적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한민국 국방 역량 무력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이제 개성연락사무소 일방 철수로 판문점 선언과 후속 합의를 파기한 것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진 만큼, 우리 정부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중재자·촉진자론’에 갇혀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비관으로 무기력해질 이유는 없다. 북미가 대화 의지를 버리지 않은 이상, 상호 입장 조율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중재는 더 절실해졌다.

정부는 차제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한·미공조와 대북 제재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북측에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공조를 깨면서 추진할 수 있는 남북경협은 결코 없다.

北, 협상 테이블로 다시 나와야

북한으로서도 선택 방안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발표한 첫 대외 메시지에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강조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가 선결돼야 하며, 결국 ‘완전한 비핵화’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핵 보유와 경제 발전을 양손에 쥐려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 의전 책임자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려는 속셈이다.

김 위원장이 4월11일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상황을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비핵화 협상은 한번 궤도에서 이탈하면 돌이키기 어려워진다. 북·미 협상의 틀을 흔들지 말고 추가 제재를 철회한 트럼프 대통령 언급에 화답해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할 것이다.

북한도 북미 관계를 지난해 이전으로 돌이키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큰 게 사실이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인력 철수를 결정하면서도 남측 인력의 사무소 철수를 요청하지 않음으로써 여건이 조성되면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을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협상의 판을 깨지 않는 선에서 한미 양측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북한 최선희 부상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지속할지,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 만큼, 북한도 더 늦기 전에 이를 명분으로 삼아 대화 재개와 핵·미사일 실험 유예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벼랑 끝 전술 現代史

現代史의 경고는 중요하다. 한국과 미국을 향한 격렬한 비난과 남북 연락사무소 철수 등 북한의 최근 행태는 협상이 막히면 늘 써먹던 벼랑 끝 전술의 재탕이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북한의 자업자득이다. 지난 날 북한의 핵 파기 파행史는 앞으로의 여정에 더 확실한 경고를 던진다.

지난 24년간 한반도에는 세 번의 공인된 핵위기가 있었다. 북한이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미국이 94년 6월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한 게 1차 핵위기다. 1차 위기는 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로 넘겼다.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면 보상해 주는 내용이었다.

그렇지만, 2차 핵위기는 2002년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개발을 발표하면서 다시 찾아왔다. 제네바 합의는 곧바로 휴지 조각이 되고, 새로운 9·19 공동성명(2005년)이 탄생했다. 북한이 모든 핵을 포기하되 북·미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역사적 합의였지만, 이 역시 백지화되고 말았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ICBM 개발 완성은 세 번째 핵위기의 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1차 미북 합의문은 얼핏 9·19 공동성명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 더욱이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만 12번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기에 도발에 이은 대북 제재, 유화 제스처에 따른 국제사회 지원 그리고 또 다시 도발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 갈수도 있다는 배수진의 의도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유의하며 주시해야 한다. 언제든 돌변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향후 김정은의 태도 가변성에 대한 엄밀한 주시가 필요하다. 북·미 대화 내용상의 실질적 진전과 김정은의 진정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가 계속 빈틈없이 이행돼야 하는 근거다.

한미동맹 강화속 대화재개를

북미 모두 현재의 대화 국면을 완전히 깰 생각은 없는 만큼, 이젠 신경전을 거두고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북미간에 비핵화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만큼, 양측은 대화 테이블에 앉아 다시 이견을 좁혀야 한다.

협상 교착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제재 철회 지시가 북미가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북미 설득과 중재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미도 한국에 중재하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운신의 폭을 부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다만, 현재로서 북을 핵 폐기로 몰아가는 유일한 길은 제재와 압박뿐이고 한·미 공조는 그 필수적 조건이다.

한국은 무엇보다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하게 유지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설득해야만 한다. 한미 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중재 외교가 성과를 낼 수 있지, 한미공조가 흔들리면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

북한도 부분적이 아니라 대폭으로 제재가 완화돼야 경제개발을 꾀할 수 있고, 이는 과감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실질적이고 완전한 비핵화 없는 경제 개혁개방은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아무리 우리 정부를 압박해도 미국의 입장에 맞서 남북경협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 진전된 비핵화 카드를 준비해 대화에 나설것을 촉구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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