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보니] 자유조선 “조직원 신변 보호해 달라”…언론에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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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보니] 자유조선 “조직원 신변 보호해 달라”…언론에 호소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3.30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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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단체 옛 천리마민방위
스페인 주재 北대사관 사건
배후 밝혀지며 국제 쟁점으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잇따라 홈페이지 글을 통해 조직의 신변을 보호해줄 것을 언론을 향해 호소하고 있다. 어떤 일인지 ‘듣고보니’를 통해 정리했다.

지난 1일 단체명을 자유조선으로 바꾼 옛 천리마민방위는 탈북 조직이며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모였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시사오늘(사진=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일 단체명을 자유조선으로 바꾼 옛 천리마민방위는 탈북 조직이며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체제를 타파하기 위해 모였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시사오늘(사진=자유조선 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자유조선의 도움으로 북한을 탈출해 세계 각국에 있는 동포와 결집한 탈북민의 조직이다. 우리는 행동으로 북한 내 혁명 동지들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뿌리째 흔들 것이다. 북한 정권을 겨냥하는 여러 작업을 준비 중이었지만 언론의 온갖 추측성 기사들의 공격으로 행동소조들의 활동은 일시 중단 상태이다. 우리는 엄격한 보안상 한국 거주중인 그 어떤 탈북민과도 연계를 맺거나 심지어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 언론은 우리 조직의 실체나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자제해 달라. 우리의 더 큰일들이 앞에 있다. 우리는 김 씨 일가 세습을 끊어버릴 신념으로 결집된 국내외 조직이다.”

이는 반(反)북한 세습독재 타도를 표방하는 비밀 조직인 자유조선(옛 천리마 민방위)이 지난 28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우리 조직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 전문이다.

현재 단체는 국제적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김한솔 피신, 임시정부 건립에 이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사건의 배후로 밝혀지면서 베일에 싸인 조직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눈들도 많아졌다. 그럴수록 자유조선은 조직의 신변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며 잇따라 언론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에도 단체는 조직 구성원의 신원이 밝혀지는 것에 걱정을 나타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 사건의 연관성을 인정하면서도 공격이 아닌 긴급 상황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점을 해명했다.

앞서 스페인 매체인 엘콘피덴시알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며칠 전인 지난달 22일 괴한들이 마드리드의 북한 대사관을 습격했다고 같은 달 27일 보도한 바 있다. 북한 대사관은 컴퓨터 등을 도난당했으며 결박당한 채로 발견된 직원 중 일부는 경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뒤늦게 알려진 이 소식에 세계는 주목했다. 북한 특수공작원 개입설부터 CIA 배후설 등 여러 추측이 잇따랐다. 자유조선이 배후 가능성은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WP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소식통 전언을 근거로 이 사건의 배후 단체가 자유조선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매체도 이를 인용하면서 단체에 대한 세간의 주목도는 다시금 커졌다. 

특히 북한 인권 운동 및 탈북자 지원 단체인 ‘링크’의 설립자이자 멕시코 국적의 재미교포 2세인 에드리언 홍이 대사관 침입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자유조선은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조직 구성원의 신원이 밝혀지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날(26일)  ‘마드리드에 관한 팩트들(Facts About Madrid)’이란 제목의 영문 글을 통해 단체는 “일부는 이 싸움의 과정에서 투옥되거나 고문을 당하거나 살해될 수 있다”며 “우리를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수백만 명에 대한 고문과 살상을 저지른 북한의 체제를 돕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체는 보도된 내용 중 사실이 아닌 것이 있다며 자체 반박에도 나섰다. 우선 대사관에 초청받아 간 것이며 비슷한 시기(2월 말)에 열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과 관계된 바는 없다고 했다. 스페인 국가를 존중해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보도와 달리 누구에게도 재갈을 물리거나 폭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돈이나 이익을 대가로 정보 교환한 곳도 없으며, 자발적으로 상호 기밀 유지 하에 FBI(미국연방수사국)와 이 사건에 관한 특정 정보를 공유했다고 했다.

정확히 어떤 사항이 공유된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태영호 전 영국주재공사의 관측에 따르면 암호 해독 기능의 변신용 컴퓨터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세계가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에 대해 계속 보도하고 있는데도 북한이 한 달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북한 대사관의 핵심기밀사항인 변신용 컴퓨터를 강탈하지 않았는가 생각 된다”고 짐작한 바 있다. 이어 “북한의 특수암호기술은 어느 서방정보기관도 풀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방식인데 그 암호프로그램이 담겨져 있는 컴퓨터가 FBI에 넘어갔다면 북한으로서도 큰 일”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아마 원천 파일부터 다 교체하고 한동안 모든 공관 사이에 암호통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체는 북한 대사관에 대해 “불법 마약과 무기 거래의 중심지이며 사이버 공격과 도둑질, 암살, 납치를 위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싸움은 수백만 명의 노예가 된 사람들을 대신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배후 등 정보를 언론에 유출시키는 이들을 겨냥해서는 신뢰에 대한 깊은 배반이라고 지적하며 비밀을 지켜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자유조선은 지난 17일에도 “모든 언론인들께”라는 글을 통해 조직원 안전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혹시라도 우리 단체 구성원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더라도 신원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한다. 한 명의 신원이라도 밝혀지면 다른 구성원의 신원이 노출 될 수도 있다.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위협받는 구성원들이 있다. 동포와 친인척 중에는 정권의 손에 목숨을 잃은 불운한 이들도 많다. 수용소에 남아있는 이들은 가족 중 반체제 인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단체는 “우리가 상대하는 정권이 얼마나 무자비한지 절대 잊지 말아 달라. 북한의 현 정권과 벌이는 싸움은 소수의 혁명 조직이 목숨을 걸고 대항하는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가 강력히 보장되는 새 북조선이 올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유조선은 지난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후 그의 아들인 김한솔을 구출해 피신시킨 단체로 처음 알려졌다. 지난 2년간 천리마민방위라는 이름으로 활동해오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난 1일 자유조선으로 명칭을 바꾸고 북한의 임시정부를 건립했다고 선언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당시 단체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하얀색 저고리에 검은색 치마의 한복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모자이크 처리된 여성이 등장해 탑골공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선언문을 낭독했다.

자유조선은 “조선 인민은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체제를 다음과 같이 고발한다”고 했다. 뒤이어 △먹여 살릴 능력이 있음에도 수백만 명을 기아에 허덕이게 한 죄 △정부 주도의 살인과 고문, 감금의 죄 △숨통을 죄는 감시와 사상 통제의 죄 △계급에 의한 강간과 노예화, 강제 낙태의 죄 △전 세계에서 저지르는 정치적 암살과 테러 행위의 죄 △우리 자녀들의 강제 노동과 잠재력 억압의 죄 △살상의 목적으로 만든 거대한 파괴력을 지닌 현대적 무기 개발 및 유통과 잔혹 행위에 사용하려는 이들과 거래한 죄 등을 나열했다.

단체는 “이 정부가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임을 선언 한다”며 “지난 수십 년간 인도주의에 반하는 막대한 범죄를 저지른 북의 권력에게 맞서고자 일어선다. 광복이라는 밝은 빛이 평양에 다다르는 날까지 인민을 압제한 자들에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자유조선은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이여 혁명에 동참하라. 과거 독재와 억압의 상처를 지닌 국가들이여, 우리와 연대할 것을 요청한다. 우리와 당신의 자유를 위하여”라고 동참을 호소했다. 더불어 “이 체제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자들이여, 역사는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당신이 어디에 서 있었는지 기억할 것”이라며 “과거에 우리의 고통을 몰랐더라도, 오늘이라도 알면 된 것이다. 어떻게 도울지 몰랐더라도, 오늘 그 방법을 알면 된 것이다. 함께 싸울 것을 요청받은 적이 없었다면, 이제 인류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요청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최근 로이터, 워싱턴포스트를 인용 보도한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당국은 북한 대사관에서 중요 정보를 빼낸 이들 중 일부가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하며 범죄인 인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자유조선의 변호를 맡은 리 월로스키 변호사는 조직원들의 신변이 보호돼야 한다는 대리 성명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클린턴 부시 정부 당시 근무한 NSC(국가안보회의)출신 인물로 현재는 유명 대형 로펌 소속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지난 29일 채널A <뉴스탑텐>에 출연해 “자유조선 조직원들이 미국을 넘어 제3국, 심지어 북한과 가까운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만큼 신분과 보안을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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