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 “한국은 중재, 북한은 변화, 미국은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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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한국은 중재, 북한은 변화, 미국은 양보”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4.03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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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44)〉김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트럼프. 북한 협상은 내작품 vs 김정은, 경제를 살릴 영웅”
북미회담 결렬 이유…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
해법은 무엇? “한미회담, 우리 정부의 조정자 역할 중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지난 2일 오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길’ 강의가 열렸다.ⓒ시사오늘
지난 2일 오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길’ 강의가 열렸다.ⓒ시사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이 힘이 넘쳐나는 카리스마를 가졌다면, 그의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의 강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다. 하지만 논리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점에서 둘은 닮았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지난 2일 오후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진행된 김 의장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길’은 학술적 관점이 아닌, 북측이나 중국측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경험한 정보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먼저 김 의장은 북한 핵문제 기원에 대해 간략히 설명한 뒤,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의 의미와 11일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제언했다.

트럼프 “북한과의 협상은 나의 작품” vs 김정은 “경제를 살릴 영웅” 
 
김 의장은 북한과 미국과의 합의는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비핵화' 총 3가지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북한 측 불만이 ‘왜 1항과 2항에 대해서는 노력을 안하면서 왜 3항만 요구하는 것인가’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진전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약을 이루었기 때문에 더 어려운 북한과의 협상은 자신의 작품으로 만들고 이를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해서 경제발전의 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북한은 외세와 싸워서 이겨내 정통성을 지켜냈으며,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외부의 적이 노리고 있으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주의 국가의 배급망이 무너지고 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번 중산층이 생겼고, 물질주의가 팽배해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와는 달리 경제를 살릴 영웅이자 생활수준을 높였다고 인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김 의장은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를 예로 들며 북미의 태도를 비교했다.ⓒ시사오늘
​김 의장은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를 예로 들며 북미의 태도를 비교했다.ⓒ시사오늘

북미회담 결렬 이유…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

“핵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어디까지나 갑은 트럼프 대통령, 을은 북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사꾼이자 사업가이기 때문에 절대 손해보지 않으며, 이익을 절대적으로 지킵니다. 여기서 이익은 미국 국익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이익입니다. 남북은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김 의장은 이솝우화 ‘여우와 두루미’를 예로 들며 북미의 태도를 비교했다. 

“북미는 서로가 먹을 수 없는 그릇에 음식을 담고 먹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꾸준히 썰어서 비핵화를 하자는 입장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과 달리 사업가로써 ‘중간에 어긋나면 투자하는 것을 날리는 게 아닌가’하며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하는 건 한꺼번에 내놓으라는 식인데, 이는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반대로 북한도 여태까지 국제외교의 상식에 어긋난 방식으로 협상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대접해주려는 상태이기 때문에, 과거의 벼랑 끝 외교 방식은 문제가 있습니다.”

해법은 무엇? “한미회담, 우리 정부의 조정자 역할 중요”

“북한도 바뀌어야 하지만 미국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그만두고 절충을 해야합니다. 미국으로 핵탄두를 보내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만들지 않은 사람이 해체하는 건 위험할 뿐만 아니라 이를 만드는 데 정보를 제공한 세력이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는 이들이 있어 국가적으로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해체하고 이를 미국이 참관하는 식으로 절충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은 회담 결렬 후 강경측이 주도하고 있는데, 너무 심해지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김 의장은 11일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조정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미가 서로 협상장에서 안 좋게 헤어진 상태에서 누군가 중간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줘야 합니다. 둘 다 체면을 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데, 미국도 암묵적으로 양보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해 확고하게 입장을 보여주고 이를 관철시키는 모습을 보여줘 한국이 믿을만한 중재자라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김 의장은 예상된 시간보다 짧게 강의하고 대신 많은 질문에 답했다. 질문 공세에도 흔들림 없이 논리적이고 깔끔하게 답변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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