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주자 1위’ 황교안…“착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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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 1위’ 황교안…“착시 아닐까?”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4.03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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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연속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야권 후보 없어 지지율 집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2·27 전당대회를 통해 제1야당 당권을 거머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석 달 연속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27 전당대회를 통해 제1야당 당권을 거머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석 달 연속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황풍(黃風)이 심상찮다. 2·27 전당대회를 통해 제1야당 당권을 거머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석 달 연속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했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독주(獨走)’를 시작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황 대표의 ‘단독 질주’가 착시(錯視)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대권 주자가 많아 지지율이 분산되는 여권에 비해 야권 유권자들의 지지는 황 대표에게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아직 차기 대권까지는 3년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교안 1위지만…2~6위 ‘여권 인사’

<오마이뉴스>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3월 25일부터 29일까지 수행해 4월 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황 대표는 21.2%의 지지율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이 조사에서 특정 후보가 20% 벽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연히 황 대표가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하지만 황 대표를 ‘차기 대권 0순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앞선 조사에서, 황 대표를 제외한 2~6위는 모두 여권 인사(人士)였다. 2위 이낙연 국무총리(14.9%), 3위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12.0%), 4위 이재명 경기도지사(7.1%), 5위 김경수 경남도지사(5.9%), 6위 박원순 서울시장(5.9%)의 지지율을 모두 더하면 45.8%에 달한다.

범(凡)진보 여권후보 지지율과 범보수 야권후보 지지율을 비교해 봐도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앞선 조사에서 범진보로 분류되는 대권 주자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하면 54.3%에 달했다. 반면 범보수 대권후보 지지율의 합은 36.5%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후보가 범진보 여권후보 ‘대표’로 결정될 경우, 황 대표 지지율을 넘어서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의미다.

때문에 현재 황 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보수 대권 후보가 적은 덕을 본 ‘집중 효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3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를 빼면 딱히 대선에 내보낼 만한 사람이 없다 보니 보수 지지율은 다 황 대표에게 몰리는데, 진보 쪽은 워낙 대권 주자들이 많아서 지지율이 분산된 것”이라며 “당내에서는 오히려 황 대표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더 경쟁력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차기 대선까지 3년…너무 이른 부상(浮上)

무엇보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 자리에 오른 것은 ‘너무 이른 부상(浮上)’이라는 분석이다. 선거가 ‘분위기’와 ‘기세’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찌감치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일수록 ‘뒷심’은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19대 대선 3년 전인 지난 2014년 10월 27일부터 31일까지 <리얼미터>가 수행해 11월 3일 공개한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를 보면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20.0%로 1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12.7%로 2위를 기록했다. ‘최후의 승자’였던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1.5%로 3위에 불과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무성 대표는 한때 28주 연속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질주했으나, 제20대 총선 패배로 상처를 입고 아예 대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던 사례도 있다. 대선을 1년 이상 남긴 시점에서의 여론조사는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도 지난달 12일 <서울신문> 팟캐스트인 ‘노정렬의 시사정렬’에 출연해 “집권 2~3년차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1~2위를 하는 분들은 확률적으로 (대통령이) 안 된 분들이 더 많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처럼 경선을 포함해 재수한 분들은 또 다른 경향이 있지만 처음 도전한 분들이 초반에 우세하면 상위권에 계속 있기가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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