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개각 ‘인사 참사’-검증시스템 수술하라
[이병도의 時代架橋] 개각 ‘인사 참사’-검증시스템 수술하라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4.0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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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후보자 도덕성 의혹
임계점 다다른 국민 피로도
국민 눈높이 외면한 인사청문회
두 후보자 정리로 봉합될 일인가
靑 민정·인사라인 전면 쇄신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3·8 개각'으로 지명된 장관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이 동시 낙마하는 엄중한 사태가 벌어졌다. 현 정부 출범 후 인사 실패로 중도 탈락한 장관급 고위 공직 후보자만도 이제 8명으로 늘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유성 출장 및 '해적 학술단체' 관련 학회 참석 의혹, 아들의 호화 유학 논란 등이 제기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장관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아온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진 사퇴했다.

부동산 투기 근절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국민에겐 다주택자가 되지 말라는 정책을 펴면서 3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로 20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둔 다주택자를 국토부 장관에 앉히려 한 당초의 발상은 놀랍기만 하다. 현 인사검증 라인의 인식은 국민이 갖고 있는 상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두 사람은 투기와 자녀 황제유학 의혹 등으로 일찌감치 탈락 대상으로 지목됐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여당마저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결국 청와대가 고개를 숙인 셈이다. 갈수록 악화되는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두 후보자의 낙마는 당연한 귀결이다. 청와대로선 그토록 피하고 싶은 ‘인사참사’가 현실화한 셈이 됐다.

부실검증 반복

부동산 투기, 꼼수 증여, 위장전입, 자녀 특혜 채용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은 ‘촛불 정권’을 자임해온 문재인 정부가 이토록 도덕성이 떨어지고 자기관리가 부실한 인사를 인선한 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낙마한 두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다섯 명의 후보자에 있어서도 크고 작은 결격 사유가 드러났다. 후보자 전원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또는 위장전입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특히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막말과 이념적 편향성이 건전한 상식으로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으며, 8차례 다운계약서 작성과 차명 '딱지 전매'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태다. 과거 남의 흠결을 매섭게 지적했던 내용이 자신에게서 그대로 드러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끊임없이 야당과 다투느라 소관 부서의 개혁과제를 제대로 다룰지도 의문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서울 용산이 지역구인 진 후보자 부인은 용산참사 인근 재개발 지분을 10억여원에 구입해 2년여 만에 26억원대의 분양권을 받았다. 이른바 ‘딱지투기’로 재산을 불린 의혹을 받는 후보자를 지역 균형개발 등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는 행안부 장관 자리에 앉힌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정책 능력에서는 모두 뛰어난 경력의 사람들이 평소 자기관리가 이토록 허술했는지 안타까울 정도다. 심각한 것은 장관 후보자 지명 때마다 불거지는 부실검증이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도 똑같은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덕성과 자질도 못 갖춘 이들이 장관 후보자가 된 것은 인사검증의 기준과 방식에 근본적 결함이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문제다. 책임지는 청와대 참모가 없어 “인사·검증라인은 성역이냐”는 비판이 터져나올 정도다.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다시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에 지금보다 훨씬 더 혼선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43%로 취임 후 최저치를 또 갈아치웠다. 부실인사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국민의 눈높이를 안다면 지금이라도 부적절한 후보자 전원의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또 인사검증을 맡은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적절 후보 전원 지명철회를

검증 실패는 인사 때마다 반복돼 왔지만 그동안 책임지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이번엔 달라야 한다. 국민의 ‘인사 피로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다.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 결과 7명의 장관 후보자 중 결격 사유 없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는 이 참담한 사태를 그중 부담이 덜한 인물 2명을 떨궈내는 식으로 봉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책임선상에 있는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여론을 거슬러 나머지 다섯 후보 임명을 밀어붙일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그랬다가는 가뜩이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이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로 들씌워진 여권의 '내로남불' 이미지만 키울 뿐이다. 임기 2년이 채 안된 현 정부는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미 8명의 장관급 임명을 강행했다. 자칫 야당 때 그토록 '불통 정부'라고 비판했던 박근혜정부의 불명예 기록(4년간 10명 임명)을 경신할 판이다.

인사가 만사다. 청와대는 남은 후보들의 임명을 강행하기에 앞서 고장 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을 뼈아프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은 각각 인사 추천과 검증에서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  문 정부 출범 후 초대 내각과 부분 개각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불거지고, 일부 후보가 낙마했지만 양 수석실은 제대로 책임진 적이 없다.

부실한 검증 능력에 정무적 판단 능력까지 떨어지는 청와대 민정·인사 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청문회 정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야권에선 조·최 후보자 외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태세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인사 추천 및 검증의 부실이다.

남은 후보자 의혹도 오십보백보

물론, 이번 장관후보자들의 낙마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지 이틀 뒤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장관후보자에 대해 지명을 철회한 건 이 정부 들어 처음이라는 점에서 여권의 상황인식이 과거와는 달리 엄중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번 인사청문회는 우리 사회에 어떤 부조리가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돼버렸다. 정부 고위직 후보라는 이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해 살아온 모습을 보면서 허탈해하는 시간을 국민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도덕성과 자질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이 거의 모든 후보들에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청문 결과 7명 후보자 전원이 청와대가 제시한 ‘7대 인사배제 기준(병역기피ㆍ세금탈루ㆍ부동산투기ㆍ위장전입ㆍ논문표절ㆍ성범죄ㆍ음주운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보고서가 채택될 후보자가 몇 명이 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남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도 국민의 눈에는 오십보백보로 비친다는 점이다. 이들도 부동산 투기와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하자투성이어서다. 

두 후보자의 사퇴로 이번 인사 논란이 진정될지는 의문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다른 후보들에 대한 추가적 조처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여권에서조차 청와대의 검증부실 책임론과 함께 ‘보고서 채택 불발-임명 강행’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국민 눈높이나 정서에 맞지 않는 분들도 있다"고 인정할 정도다.

정주의 오만의 검증 오류

두 후보자 사퇴를 야당은 "코드 인사가 아닌 사람부터 내치는 꼬리 자르기"로 비판했다. 현직 의원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현 정부 대북관을 대변한다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문제도 낙마한 두 후보자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결격 사유의 심각성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한 취사선택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그동안의 막말과 편향된 대북관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대북제재 무용론을 펼쳐온 대표적 학자다. 김 후보자를 통일부 장관에 앉히겠다는 것은 미국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협력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영선 후보자 역시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야당 의원 시절 장관 후보자들의 사생활까지 들춰내며 질타하더니 정작 자신이 검증대에 서자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제출을 끝까지 거부하는 오만의 극치를 보였다.

청와대는 당초 낙마한 조 후보자의 경우 ‘부실 학회 참석’을 제외하고는 청문회에서 지적된 모든 흠결을 인사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며, 그럼에도 조·최 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높이 평가해 장관으로 기용하려 했다고 밝혔다. 우리 편은 괜찮다는 온정주의, 국정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오만함이 이번 사태를 불렀음을 자인한 셈이다.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아들의 ‘황제 유학’,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은 시민 정서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는 다주택 보유로 인한 투기 의혹, 아들의 인턴 채용 비리,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을 동시다발로 받고 있었다. 세입자의 전세금을 올려 아들이 포르셰와 벤츠를 몰도록 ‘황제 유학’을 지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제대로 소명하지도 못했다. 여기에 해외의 ‘해적 학술단체’와 관련된 학회에 참석한 새로운 의혹이 더해졌다. 모두 조국 민정수석실의 사전검증에서 걸러졌어야 할 사안들이었다.

최 후보자 역시 잠실·분당·세종에 아파트와 분양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23억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얻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딸 부부에게 집을 팔고 월세로 사는 쇼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 블랙홀 조현옥-조국 라인 책임론

이번 인사사고는 누가 봐도 ‘시스템 참사’다.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인사·검증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임명 전 낙마한 차관급 이상만도 11명에 이를 만큼 ‘인사 피로감’이 누적된 탓이다.

만약 조현옥 인사수석-조국 민정수석 라인의 인사 추천과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면, 물러난 두 후보자는 애초에 청문회 자리에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돌아보면 조현옥-조국 라인은 인사 때마다 빠짐없이 실패를 반복해 왔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안경환 법무·조대엽 고용노동부·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소진된 국정 에너지만도 엄청나다. 인사야말로 모든 국정의 블랙홀이 되고 말았다.

이번 두 후보자의 낙마도 인사검증 방식과 담당자 인식에 모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며 밝힌 결정적 사유는 부실한 해외 학회에 외유성 출장을 다녀와 놓고 검증 과정에서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미리 알았다면 지명하지 않았을 거라는데, 뒤집으면 그동안의 검증이 당사자 입에만 의존했다는 뜻이 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의혹들은 모두 인사 검증에서 확인됐던 내용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이다. 조 후보자는 위장전입을 통한 농지 취득, 최 후보자는 다주택 보유와 ‘꼼수 증여’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이 문제를 알고도 지명했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주택 정책 책임자로서 투기와 전쟁에 나서야 할 국토부 장관에 이런 흠결을 가진 후보를 앉힌다는 발상 자체가 실로 놀라울 정도다.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했든가, 인사 검증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제도적 한계라고 해명하겠지만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개선책을 찾지 못했다면 이는 능력의 한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사실패로 낙마한 장차관급만 벌써 10여명에 이른다. 장관 후보가 낙마하면 차기 장관이 나오기까지 수개월간 국정공백은 불가피하다. 이런 국력 낭비는 청와대가 자초했다고 봐야 한다. 개각 때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건 청와대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에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정말 인사라인의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검증방식 허점과 인사시스템

조국 민정수석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후보자가 외유성 출장 문제가 밝혀져 물러났을 때 "송구하다"고 밝힌 것을 비롯, 차관급 이상 후보자가 7명이나 낙마하며 부실 검증 문책론이 끊이질 않았다.

민정수석실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김의겸 전 대변인의 재개발 투기 의혹도 조 수석이 사전에 챙겼어야 할 문제들이다. 조 수석은 경제정책 실패같이 직접 관련 없는 문제에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훈수를 두더니 정작 자신의 임무인 인사 검증이 잘못되자 국민소통수석을 대신 기자회견장에 내보내 사과하게 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행위 동영상을 수사하는 검찰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이 문제를 알고도 차관 임명을 강행했는지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곽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 딸의 해외 이주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보복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전 정권 민정수석의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해서는 6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처벌하겠다면서 현 민정수석의 거듭된 인사 참사 문책은 논의조차 않고있는 것이다. 남에겐 서릿발 같고 자신에겐 한없이 너그러운 이 정권의 내로남불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인사검증이 본인 해명에 주로 의존하고 결과적으로 야당이나 언론 검증보다 수위가 떨어진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인사 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에 한계가 있다”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의 해명은 너무 무책임하다. 이미 문제점을 확인하고도 후보로 추천했다는 이낙연 총리의 기존 해명과도 또 다르다. 윤 수석의 말대로 공적 기록과 세평에 따라 검증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구태여 청와대에 인사검증 조직을 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인사 원칙을 재정비하고 치밀한 검증법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인사 추천ㆍ검증 시스템의 철저한 점검과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친소 관계에 따른 회전문 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인재풀을 확장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청와대 조현옥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 책임자들을 경질하고 이른바 7대 원칙 등도 다시 세워야 한다. 걸러내야 할 사람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인사시스템을 방치한 채로는 인사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청와대가 2017년 발표한 7대 배제 기준은 병역기피·세금탈루·불법적 재산증식·위장전입·연구 부정행위·음주운전·성 관련 범죄다. 이런 공직자 추천과 임면 기준 강화 논의야 당연한 후속 조치겠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내 편'에만 관대한 온정주의나 이중잣대 인식은 없었는지도 철저히 자성해야 한다.

지난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 참석하는 (왼쪽부터)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뉴시스
지난 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 참석하는 (왼쪽부터)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뉴시스

청문회 문제점…정쟁화와 민원사업 악용

국회 청문회의 문제점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제기됐던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꼼수증여, 세금 미납 등 후보자들의 흠결이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의원들의 질의는 대부분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의 재탕에 불과했다.

후보자들도 청문회 하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사과하며 넘어가려 했다. 장관 후보자가 공직 수행에 적합한 자질과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지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한순간만 모면해 보자는 ‘사과청문회’로 변질된 듯했다.

친북 성향의 발언과 막말로 표적이 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신의 과거 문제 발언에 대해 대부분 말을 바꿨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던 발언에 대해 “북한에 천안함 사과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물러섰고,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을 ‘통과의례’라고 한 데 대해선 북측 책임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발언 내용을 뒤집으니 발언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만약 장관 임명이 강행된 뒤 청문회에서 한 말을 또 뒤집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권 자세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당은 무조건 감싸기로, 야당은 닥치고 흠집내기로 일관하며 청문회를 정쟁화한 책임도 크다.

여당 중진 입에서 “천연 다이아몬드처럼 무결점인 분”이라는 낯뜨거운 말이 나오고, 야당 의원들이 공공연히 과거 청문회의 앙갚음을 공언하며 사적 의료기록까지 들춘 것은 민망하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청문회라는 자리를 망각한 듯 자신의 지역 민원을 부탁하는 추태를 보인것도 문제다.

지난 25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장에서 여야 의원 가릴 것 없이 지하철이나 철도 건설 등 민원사업을 챙겨 달라고 호소했다. 한 의원은 청문회 도중 장관 후보자가 지역구 사업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내는 기민함을 보였다.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여 낙마를 걱정해야 할 최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잘 챙겨 보겠다”는 덕담을 하는 어이없는 장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이 장관 후보자 7명 모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지나친 정치 공세이자 정략적인 발목 잡기는 아닌지, 되새겨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자성 사과 넘는 용단을

청와대가 청문회를 ‘통과의례’ 정도로 여기고 자격 미달 후보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은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의 출범부터 기대를 접을 것이다. 이번 개각으로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쇄신을 원한다면 겸허히 국민의 눈높이에서 문제 후보들을 추가로 걸러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사 때마다 시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뼈저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내편, 네편 가르지 않고 인사의 폭을 넓히는 등 인사정책의 과감한 반성과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앞으로 정부 고위직 인사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는 필요성을 깨우치고 있다. 정권 출범에 기여하거나 진영 논리에 동조하는 사람들 중에서 사람을 뽑으려 든다면 선택의 폭은 좁혀지기 마련이다. 출범 만 3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성패와도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다. 진영의 칸막이를 과감히 낮춰 널리 인재를 찾아 나서기 바란다.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귀착되는 대통령제 아래서 청와대 참모들의 부실한 보좌는 곧 국정동력 약화를 부른다. 경제도 외교도 인사도 다 마찬가지다.

추천 단계에서 부적절 인사를 걸러내야 하고, 기왕에 추천된 인사는 철저하게 검증해 흠결이 발견되면 내정 단계에서 낙마시켜야 한다. 3년차 위기의 신호들이 만연하게 된 정부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나가기 위해서도 청와대 인사 라인의 재정비는 불가피하다. 이번에는 고질병이 된 부실 추천·검증 문제를 어떻게 수술할 건지 청와대가 응답해야 한다. 자성과 사과를 넘는 청와대의 용단이 필요하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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