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만 원 받으러 갔다가 사람을 구하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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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만 원 받으러 갔다가 사람을 구하고 옵니다"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9.04.06 21: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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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야심작, 경기도 체납관리단을 만나다
'잊혀진 돈' 징수에 더해 '사각지대 복지효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병묵 기자]

"안녕하세요, 수원시청 징수과에서 나왔습니다. ○○씨 댁 맞나요?"

"어머, 몰라서 못 냈어요, 지금 바로 이체할게요."
"그 사람, 여기 안 살아요. 이혼했어요. 하여간 도움이 안 돼."
"너무 힘들어서 당장은 어려운데, 나눠 내면 안될까요?"

올 봄부터 경기도에선 1279명의 '체납관리단'이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3월 8일, 경기도에선 대대적인 출범식이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이자,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는 '체납관리단'은 출범 전후로 성패를 놓고 다양한 설왕설래가 오갔다. <시사오늘>은 지난 2일, 직접 경기도 체납관리단을 현장에서 만났다.

세심한 준비…성공 의심치 않는 도청

이 지사는 주요공약으로 '조세정의'를 내걸었다. 조세정의과의 신설, 체납관리단의 가동은 조세정의 공약의 가장 핵심 부분이다.

체납관리단이란 여러 사유로 걷히지 않은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돕는 기간제 근로자들이다. 도 추정 약 4백만 명의 체납자와 2조4000억여 원에 달하는 밀린 세금이 있다. 이를 제대로 징수해 도의 재정으로 삼는다는 것이 이 정책의 골자다. 경기도청 4층에 위치한 조세정의과를 찾자, '경기세금 똑똑'이라고 쓰인 조끼가 눈에 들어왔다. 로고에 대해 이의환 경기도 조세정의과장이 직접 설명을 들려줬다.

"원래 내야하는 게 세금이지만, 가서 마구잡이로 빼앗아 올 수는 없잖습니까. 몰라서 못 냈던 분들도 계신데 범법자처럼 징수하러 갈 수는 없고 해서, 노골적인 문구보다 중의적인 의미를 담은 로고를 개발했습니다. 집집마다 방문해서 정중하게 문을 '똑똑' 두드리고, 세금 납부를 똑똑하게 알려주고 도와준다는 의미죠."

경기도 체납관리단이 입는 조끼. ⓒ시사오늘
경기도 체납관리단이 입는 조끼. ⓒ시사오늘

이 과장은 이어 "로고는 세심한 준비를 상징하는 일부다. 많은 준비 끝에 시작한 이 체납관리단은 성공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과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출범 약 한 달인데, 어느정도 실적을 거뒀나.

"출범 2주만에 21억 원 이상 징수됐다. 체납자 5만1479명의 실태조사가 완료됐고, 생계형 체납자 20명은 긴급생계비를 지원하고 사회복지부서에 연결했다. 이제 곧 보다 구체적인 실적이 추가될 예정이다."

-도민들의 불만이나 민원 제기는 없었나.

"아직까지 전혀 없다. '세금을 안 내면 안되느냐'는 억지성 불평을 빼면 공식적인 민원이 없다."

-'생계형 체납자'가 20명이라고 했다.

"정말 돈이 없어 세금도 못 내고, 정부 지원도 못 받는 사람들이라는 판단이 들면 우리가 사회복지부서와 연결해준다. 사회복지부서가 조사해서 진짜 생계형 체납자라면 그때부터 복지가 지원된다. 너무 급하다 싶으면 긴급생계비나 물품을 우선지원한다.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구제대책도 이미 마련돼 있다."

-징수 권한이 없는 체납관리단이 징수를 한다는 말이 있다.

"잘못된 정보다. 체납관리단은 직접 징수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납부 독려, 홍보가 주요업무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3년 간 총 4500개의 공공일자리가 창출된다. 경력단절여성 우선, 차상위 계급 우선, 해당지역민 등 나름의 엄격한 기준을 거쳐 선발했다. 직무 만족도도 무척 높다. 이와 관련해선 현장에 가서 들으시는 것이 더 생생할 거다."

경기도청에 최초로 신설된 조세정의과. ⓒ시사오늘
경기도청에 최초로 신설된 조세정의과. ⓒ시사오늘

"'육아 경단녀'들에게 좋은 기회"

도청과 가장 가까운 수원시 징수과의 체납관리단을 찾았다. 10시부터 업무가 시작하는 체납관리단이지만, 이미 10시가 되기 전 자발적으로 나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잠시 양해를 구하고 수원시 체납관리단 백인숙 단원과 인터뷰를 했다.

-어떤 회의가 주로 이뤄지는지.

"한 팀이 4명, 그리고 2명이 1조가 되어 움직이는데 미리 어디로 갈 지 정하는 거다. 차량이 이틀에 한 번씩 번갈아 지원되는데 이를 감안해서 동선을 짜는게 주 회의 내용이다."

-어떤 계기로 지원하게 됐나.

"예전 직업도 통신사에서 체납관리를 했었다. 적성에 맞는 일이라 생각해서 지원했다."

-정확하게 하는 일은 어떤 내용인가.

"체납자의 집을 찾아간다. 가서 어떤 이유로 찾아왔고, 어느정도 세금이 체납돼 있다고 알려드리는 일이다. 우리가 돈을 걷거나 받지 않는다."

-체납자들의 반응은 어떤지.

"체납자들과도 아직 충돌해 본 일이 없다. 말이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우리가 체납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니 서로 언성이 높아져본 적도 없다. 교육받을 때도 항상 강조받았다. 주무관님이 항상 '무리하게 (징수를)하지 말고, 항상 고객 입장에서 겸손하게 대하라'고 부탁한다. 몰라서 못 낸 분들은, 우리가 나오자마자 계좌이체를 해서 그날로 명단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한 달여가 지났는데, 어떤 생각이 드는지.

"보람있다. 여기 (체납관리단) 분들 사람들도 좋고…아주 열심히 하신다. 재미있다."

-일하며 불편하거나 힘든 점은 없었나.

"아직까진 크게 불편하고 힘든점은 없다.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좀 빠듯해서, 식사시간을 놓치고 할 때도 있긴 한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다."

-보수는 적당하다고 생각하나.

"다른 직장에 비하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근무시간이 짧은 데다 일단 일을 할 수 있어 만족한다."

경기도 수원시 체납관리단의 회의모습. ⓒ시사오늘
경기도 수원시 체납관리단의 회의모습. ⓒ시사오늘

백 단원을 포함, 수원시엔 여성 체납관리단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단원은 그 이유로 '근무시간'을 꼽았다. 체납관리단은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가 업무시간이다. 다음은 백 단원과 한 조인 조미영 단원의 말이다.

"전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다. 다른 직장처럼 8시간 이상을 일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1시간 늦게 나와 1시간 일찍 가는 체납관리단은, 나처럼 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겐 좋은 기회 같다. 일을 안하다 보면 자존감도 낮아지고, 사회에서 동떨어진 느낌이 들 수도 있는데, 보수를 떠나 내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힘이 된다."

징수+복지, 두 마리 토끼에 도전

체납관리단 취재가 거듭될수록, 징수만큼이나 '복지 정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와 관련, 김영란 수원시청 징수과장은 "수원서만 아홉 집을 해당 동 사회복지과에 안내했다"고 전했다.

김 과장은 "체납을 하기 전엔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해서 사회복지과에선 어떤 분이 어려운지 모른다. 체납을 하면 그제야 왜 세금을 못냈는지 가볼 수 있다. 징수과에선 할 수 있는 셈이다. 체납관리단이 가서 보니 상황이 어려우면, 분납 안내를 해 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지금까진 고지서 반송분에 대한 실태 파악을 하고, 30만 원 이하 소액을 주로 걷었다. 이제 차츰 100만 원 이하 체납자로 방문자를 확대하면, 징수 쪽도 성과가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체납관리단. ⓒ시사오늘
업무 중인 경기도 체납관리단. ⓒ시사오늘

최원삼 경기도청 체납총괄팀장은 "조세정의 실현과 사각지대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도전이죠"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팀장이 이동하는 차 안에서 들려준 이야기다.

"일단은 세무공무원들의 숙원사업이었죠. 이거 한 번은 정리를 하고 싶었던 겁니다. 매년 결손이 쌓여가는데 일제정리가 필요했고요. 그보다도 더 중요한 효과는 복지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분들이 세금을 못 냈나 하고 한번 가 봤어요. 하루 벌어 하루 사시던 할아버진데, 팔을 다쳐서 일을 못 하시고 계시더라고요. 돈이 없어 단칸방에 불도 못 켜고…긴급생계비를 요청했습니다. 만 원 받으러 갔다가 사람 하나를 구하게 되는 셈이죠. 이런 일도, 크게 보면 공무원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조세공무원으로서 뿌듯합니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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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이재명이다 2019-04-07 08:01:29
이재명이 추구하는 세상이 어떤 건지 알수 있다.이재명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