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 45년 외길...대한항공 글로벌 리더 반열에 올려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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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45년 외길...대한항공 글로벌 리더 반열에 올려놓아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04.08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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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양호 회장의 삶
오일쇼크, 9·11테러에도 항공기 도입 늘려 호황기 도약 발판 마련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등과 스카이팀 결성...항공시장 주도권 확보
가족 갑질, 사내이사 연임 실패 등으로 말년에 마음고생 겪기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했다. ⓒ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했다. ⓒ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50년 역사를 이끌어온 그의 항공운송사업 외길 인생이 재조명받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항공운송사업 한길만을 45년 이상 걸어온 인물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리더 반열에 올려놨다. 특히 조 회장의 앞을 내다보는 리더십과 결단력은 회사의 위기 극복과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우선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첫 발을 들인 1974년부터 탁월한 경영 안목을 발휘했다. 1차 오일쇼크로 글로벌 불황이 엄습했던 당시, 조 회장은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친 것.

연료비 부담으로 미국 최대 항공사들이 인원 감축에 나서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항공기 구매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했으며, 시설과 장비 가동률도 높였다. 이러한 혜안은 대한항공에 오일쇼크 이후 찾아온 호황 대비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중동 수요 확보 및 노선 진출을 이룰 수 있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

조 회장은 항공기 운용방식에 있어서도 리스 대신 자체 보유기를 늘려나가며 회사의 체력을 비축해 나갔다. 이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항공기 매각 후 재임차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나아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는 보잉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격에 737-800, 737-900 기종 27대를 구매, 향후 대한항공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해냈다.

또한 이라크 전쟁, 사스(SARS) 뿐만 아니라 9.11 테러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세계 항공산업이 침체의 늪에 빠진 2003년 조 회장은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고삐를 죘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A380 항공기 등의 구매계약을 맺은 것. 이는 2006년 이후 경제 회복에 따라 경쟁사들이 물량 부족으로 차세대 항공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적기 도입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이룰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의 업적은 비단 과거에만 국환되지 않았다. 글로벌 항공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항공사간 전략적 협력의 중요성을 미리 내다본 것.

우선 2000년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에어로멕시코와 함께 글로벌 항공동맹체 스카이팀을 창설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2018년 5월에는 델타항공과의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 시행을 통해, 환승 경쟁력을 높여 대한항공의 여객 매출 증가세를 일궈냈다.

하지만 파란만장했던 조 회장의 삶에는 굴곡도 존재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휘청거리던 한진해운을 살리고자 1조원이 넘는 자금 지원과 사재 출연 등의 노력을 기울렸지만, 결국 2017년 회사 청산이라는 비극을 맞게 된 것.

여기에 가족들의 일탈과 갑질로 인한 사회적 물의도 조 회장을 시름하게 만들었다. 지난 2014년 12월 큰딸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회항' 파문을 일으키며 회사에 오명을 안겼다. 이어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지난해 3월 물컵 갑질을 벌였고,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씨의 갑질 폭행 논란까지 더해지며 전국민적 지탄을 받는 처지에 내몰리기도 했다.

특히 일련의 과정들은 올해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실패로 이어졌다. 14분기 연속 영업흑자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주주들 손에 의해 사내이사직을 상실한 첫 총수로 기록되는 오명을 쓴 것.

이에 주총 당시에도 미국에 머무르며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던 조 회장의 급작스런 별세 소식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조 회장은 그간 앓아왔던 폐질환 병세가 악화, 8일 새벽 0시16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 병원에서 영욕의 삶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1974년 대한항공에 몸 담은 이래로 반세기 동안 ‘수송보국(輸送報國)’ 일념 하나로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항공사로 이끄는데 모든 것을 바쳤다"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그 위상을 제고하는 등 사실상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전했다.

한편 별세한 조 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이명희(前 일우재단 이사장∙70)씨를 비롯해 아들 조원태(대한항공 사장∙44)씨, 딸 조현아(前 대한항공 부사장∙45)∙조현민(前 대한항공 전무∙36)씨 등 1남 2녀와 손자 5명이 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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