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지선 졌는데도…몸값 높여가는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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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지선 졌는데도…몸값 높여가는 김태호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4.08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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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서 선전·보선서 영향력 과시…PK 주자 존재감 부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의원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오늘
자유한국당 김태호 전 의원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총력전을 펼치던 지난 3월 말,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 유세장에 낯익은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태호 전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은 지선에서 패배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강기윤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경남 선거’에 재등장했다.

중요한 선거, 그것도 당의 ‘텃밭’에서 패한 후보가 곧바로 ‘지원군’에 합류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김 전 의원을 지목한 이유는 단순했다. 첫째, 패배가 뻔히 눈에 보이는 선거에 선당후사(先黨後私)를 내세우며 몸을 던져 당심(黨心)을 얻었다는 점. 둘째, 힘든 와중에도 당 지지율을 크게 상회하는 득표율을 얻으며 ‘저력’을 증명했다는 점.

실제로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김경수 캠프의 한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지지율은 앞서고 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김태호 후보는 스킨십이 좋고 조직도 탄탄해 선거를 할 줄 아는 정치인인 데다가, 어려운 상황에서 출마했다는 희생적인 면이 있어서 당 지지율과는 별개로 개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편”이라고 경계한 바 있다.

결과도 인상적이었다. 패하긴 했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 전 의원은 42.95%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52.81%)에 불과 10%포인트 차 뒤진 2위를 기록했다. 당시 한국당 정당지지율이 18.5%(CBS 의뢰·리얼미터 2018년 6월 4~5일 조사 7일 공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의원의 ‘경쟁력’이 표로 나타난 셈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호감도와 경쟁력은 이번 4·3 보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창원성산과 통영고성을 부지런히 누빈 그는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언론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김 전 의원의 인기는 황교안 대표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선거 직전 창원성산에서 만난 한국당 관계자도 “물론 지원 유세 때 제일 큰 환호를 받는 사람은 황 대표지만, 김 전 의원도 경남에서는 역시 파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김태호 김태호 외치는 사람들도 많다. 왜 김 전 의원이 다 졌다고 생각한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그렇게 많은 표를 얻었는지 알 것 같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당이 소기의 성과까지 거두면서, 김 전 의원의 ‘몸값’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 4·3 보선에서 한국당은 1대1(통영고성 승리·창원성산 패배)이라는 결과에 그쳤으나, ‘진보의 성지’라고 불리는 창원성산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가며 선전(善戰)했다. 이처럼 한국당이 기대 이상의 득표율을 올린 데는 김 전 의원의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는 평이다.

자연히 내년 총선 출마설도 들린다. PK를 기반으로 하는 김 전 의원이 총선을 통해 원내(院內)로 복귀, 존재감을 드러내야 영남의 지지를 되찾아올 수 있다는 당내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황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외에는 이렇다 할 ‘거물(巨物)’이 눈에 띄지 않는 한국당에 또 다른 대권 후보가 등장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당에서도 김 전 의원의 출마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다. 8일 <시사오늘>과 만난 한국당 관계자는 “총선도 그렇고 대선도 그렇고 사실상 캐스팅보트는 PK가 쥐고 있다고 봐도 되는데, 지금 당에 PK 주자라고 할 만한 인물이 없다”면서 “도지사 선거에서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김 전 의원이 PK에서 ‘먹히는’ 후보라는 것이 밝혀졌으니, 우리 당에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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