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예(禮)의 문화와 참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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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예(禮)의 문화와 참 경쟁력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4.1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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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지금은 휴대폰 시대다. 내 손 안에서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고, 그래서 소통의 주인이 된 듯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통(不通)이 심하다며 소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옆방에 있는 부모에게 카톡 문자만 보내놓고 외출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 삶이 복잡하게 엉킨 실타래 신세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와 집, 학원을 오가며 숨가쁘게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대화할 시간은 차치하고라도 친구들과 어울릴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무거운 가방에 짓눌려 힘겹게 생활하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 입시공부가 청소년기 삶의 전부가 된 듯한 이면에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은 남의 나라 일이 된 듯하다.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지식을 탄탄하게 쌓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양이 뒷받침되지 않은 앎은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조금은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람살이의 원칙과 기본이 바탕이 된 지식 습득을 강조하고 싶다. 기본이 안 된 사람이 리더가 되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속아도 마지막엔 드러나게 돼 있다. 그게 세상 이치다.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지식을 탄탄하게 쌓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양이 뒷받침되지 않은 앎은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인터넷커뮤니티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다양한 지식을 탄탄하게 쌓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소양이 뒷받침되지 않은 앎은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인터넷커뮤니티

앞서 나가려면 탄탄한 실력과 함께 세대를 뛰어넘는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예(禮)를 중시해 왔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예’의 문화가 조금은 옅어지긴 했지만 그 전통은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예는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세계만방의 모든 사람에게 통할 수 있다. 

지식이 사람살이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산업화 시대의 과실을 마음껏 향유한 서구사회에서는 이제 동양의 정신문화를 배우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분석과 개발중심의 실용주의 지식이 인간성 상실이라는 사회적인 폐단을 불러온 것이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지식, 따스함이 묻어나는 앎은 동서양 어디에서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소중하다. 

벌써 수년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큰아이는 중학교 입학 이후 몇 년 동안 학교 시험 때가 되면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왔다. 학원에서 자습을 하게 한 듯했는데, 어떨 때는 밤12시가 넘었는데도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당혹스러운 적이 있었다. 내심 ‘중1인데 공부할 게 뭐 그렇게 많을까’ 하며 염려도 했지만, 아이가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겠다는데 말릴 수도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학교 시험공부가 전부는 아닌데’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입맛에 맞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시작 전부터 많은 것이 요구된다. 일자리 전쟁터가 된 대학은 1학년 때부터 토익, 해외연수, 자격증, 학점, 인턴, 공모전 등 스펙 쌓기에 정신이 없다. 이것들을 다 갖추고 나면 보통 28~29세 때 간신히 취업에 성공한다. 취업 빙하기 시대에 취업에 성공했으니 축하받을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신입사원 77%가 전공과 무관한 ‘묻지 마 취업’을 하며, 그런 까닭에 많은 수가 이직(移職)을 고려한다고 한다. 

문화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할 기회가 적은 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성세대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학교, 학원, 직업, 심지어 창업까지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 한다. 그렇게 자신만의 생각이나 철학 없이 덩달아 따라 하게 되면 빈껍데기 같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북극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고, 아프리카 부시맨에게 운동화를 파는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마음이 없고서는 세상이 인정하는 성공을 할 수 없다. 참된 경쟁력은 무지갯빛 환상이 아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 외국의 선진기술이나 문물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겠지만 좋은 우리 것을 버리면서까지 남의 것을 따라 갈 필요는 없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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