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선 앞두고 열리는 국감에 벌써부터 ‘정치 갑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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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선 앞두고 열리는 국감에 벌써부터 ‘정치 갑질’ 걱정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4.10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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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질의는 드물어…망신 당하거나 허수아비처럼 있는 경우가 태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열리는 올해 국정감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내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열리는 올해 국정감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시사오늘 그래픽=김유종

10일 복수의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감이 6개월 가량 남은 시점임에도 여러 기업 대관팀들이 의원회관, 의원 주최 행사 등을 중심으로 보좌진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이들이 이른 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오는 9~10월께 열릴 국감을 대비한 사전 로비활동과 정보수집이다.

이번 국감은 임기 반환점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격인 데다, 21대 총선을 앞둔 전초전인 만큼, 여야가 국감을 통해 국정 주도권을 잡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재벌 오너가들이 잇따라 갑질, 마약 사건 등에 연루돼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상당한 상황이어서, 의원들이 재벌개혁 구호를 앞세워 대기업 길들이기에 이용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의원들이 국감에 기업인을 소환할 만한 명분을 갖춘 사안들이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재계에 부담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발(發) 위법 대출 논란에 연루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건 직접 당사자로서 정무위원회의 부름을 받을 공산이 있다. 한진그룹은 故 조양호 회장의 별세에 따른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이 심화될 경우 과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사례처럼 국감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아울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 관계자들은 5G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야기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엔지니어링은 경남 진주뿌리산단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세계 최대 규모 공룡발자국 화석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청 관계자들과 함께 국토교통위원회 또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부터 호출을 받을 수 있다.

한 의원 주최 토론회에서 만난 대관팀 실무자는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전에 상임위원장, 간사, 전문위원 위주로 신경을 쓰고 있다"며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인사청탁은 많이 줄었는데, 아무래도 선거가 목전이니까 후원금 고지서를 들이대는 의원실은 더 늘었다. 예전보다 (의원실의) 콧대가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관팀 실무자도 "최종 목표는 '회장님', '사장님' 이름을 증인 명단에서 빼는 거지만, 우선 지금은 정보수집과 소통이 최우선 과제"라며 "대선 직전에 열린 2012년 19대 국회 첫 국감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쁘다. 대관팀 인력이 많이 축소돼 윗선에 정보보고하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철이 왔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인지도가 부족한 비례대표, 초선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기업들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마구 뿌리고 있고, 재선·3선급은 큰 거 한방들을 준비하는 눈치"라며 "당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켜야 하는 여당이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 야당이든, 가장 손쉬운 방법은 기업을 저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 일련의 사건으로 많은 기업들이 대관팀을 축소·개편했지만, 오히려 최근에 국회 전담 대관팀을 별도로 꾸린 업체들도 상당하다"며 "현 정부 들어서 사정기관 쪽 정보력이 약해진 반면, 국회에 많은 정보들이 몰리고 있다. 대관팀과 의원실 간에 여러 조건을 걸고 일종의 정보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 이 역시 국감 준비작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국회가 재계 길들이기보다 국정을 감사하는 본연의 역할에 치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언젠가부터 국감에 기업인들이 기본 100명 이상 불려나가더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다. 불러놓고 제대로 된 질의를 하는 의원들도 드물다. 망신만 당하거나, 허수아비처럼 있다가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경제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거공학적으로 국감을 이용하지 말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 국가정책의 올바른 집행 여부에 대한 판단 등 국감의 본질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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