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식의 正論직구] 일본식 건설용어와 언어순화
[김웅식의 正論직구] 일본식 건설용어와 언어순화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4.12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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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일본식 건설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쓰자는 움직임은 몇몇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우리말보다 들어온 말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인터넷커뮤니티
일본식 건설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쓰자는 움직임은 몇몇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우리말보다 들어온 말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인터넷커뮤니티

다음은 대형건설사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건설현장 직원의 통화 내용이다. 

A과장: “김 기사, 계단 오도리바랑 샤끼리 청소 좀 하고, 사시낑 제대로 뽑으라 그래.”
신입사원: “잘 못 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세요.”
A과장: “오도리바 옆에 사시낑 제대로 뽑고, 샤끼리 삿뽀도 하고, 면끼 손 좀 보라고!”
신입사원: “(이 무슨 소리지), 과장님 어디 계세요?”

이 정체불명의 ‘외계어’는 무슨 뜻일까? ‘계단참과 경사진 부분 사이의 이음 철근 시공을 손보고, 경사 부분 아래쪽 동바리 받침을 제대로 하고, 측면에 못을 더 박으라’는 뜻이다. A과장은 그동안 작업하면서 써오던 말을 ‘편하다’는 이유로 신입사원에게 별 생각 없이 사용했을 듯하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대화겠지만, 건설현장의 언어생활 풍경을 엿보게 하는 예화라 할 수 있다. 

희소식이다. 60년 넘게 사용되던 ‘건설업자’라는 용어가 ‘건설사업자’로 바뀐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업자’를 ‘건설사업자’로 변경하는 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1958년 건설업법 제정 때부터 건설업자 명칭이 쓰인 지 61년 만의 변화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건설업자라는 용어가 건설업을 영위하는 업체 경영자나 종사자를 비하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보고, 건설사업자로 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사’자 하나 붙었을 뿐인데 업계에선 “건설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워줬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근에 어렵고 낯선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하려는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건설업자를 건설사업자로 바꾼 것도 언어순화의 한 성과라고 볼 수 있겠다. 입법부, 행정부에 이어 국방부도 군대에서 통용되는 부적절한 언어와 어려운 행정 용어를 퇴출하는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깔깔이(방상내피), 짬찌(신병), 화이바(헬멧), 쿠사리(면박)가 군대에서 사라지게 될 것 같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은어와 일본식 표현, 외래어, 권위적인 행정 용어, 낯선 한자어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다른 말이나 쉬운 용어로 바꾼다고 한다. 

건설업도 용어순화가 절실한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건설현장에는 국적불명의 낯선 용어가 난무한다. 업무란 말보다 ‘노가다’, 끝보다 ‘시마이’란 단어가 일상생활에서도 쓰일 정도로 고착화돼 있다. 이 외에도 할당량을 뜻하는 ‘야리끼리’, 지렛대란 뜻인 ‘빠루’, 운반이란 뜻의 ‘곰방’이 쓰이고, 가다와꾸(거푸집), 아시바(비계), 쓰미(벽돌공), 나라시(고르기), 기레쓰(균열), 가베(벽), 가꾸목(각목)이 작업용어로 흔하게 쓰이고 있다. 일본식 용어가 어림잡아 300개 이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때 서양식 건축이 국내에 도입됐는데, 그때 일본 건설업계가 쓰던 용어가 토착화됐다. 100년 넘게 쓰이다 보니 뿌리뽑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국립국어원이 2000년대 초반부터 사례집과 순화어 수첩을 나눠주며 용어순화에 나섰지만, 건설업 자체가 도제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아직도 일본식 용어가 많이 쓰이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하고 낯선 일본식 건설용어는 우리말로 순화해 쓰려는 노력이 정착돼야 한다. 신입사원이 현장에서 일을 배울 때 쉬운 용어를 듣고 사용한다면 일의 능률은 올라갈 것이다.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용어로 의사소통을 하려 한다면 자칫 착각이나 오해를 불러일으켜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일본식 건설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쓰자는 움직임은 몇몇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선 아직도 우리말보다 들어온 말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전문화, 표준화돼가는 건설현장에서 우리말 용어를 사용하는 게 필수가 돼야 하지 않을까. ‘건설업자’를 ‘건설사업자’로 바꾸기 위해 흘렸을 건설업계의 땀방울을 다시 한 번 보여줄 때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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