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봄꽃 서정(抒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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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봄꽃 서정(抒情)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4.1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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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봄꽃 구경은 누구나 좋은 장소에서 하고 싶어 한다. 일본에서는 벚꽃 구경하기에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회사에 담당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 담당은 새내기 신입사원이 주로 맡는다. 그들은 활짝 핀 벚꽃 아래에 전날 밤부터 침낭을 깔고 자거나, 아침 일찍부터 돗자리를 펴서 회사 동료들이 올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고 한다. 

봄꽃 구경에 봄바람이 살짝 불어주는 운이 따르면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춘풍에 흩뿌려지는 연분홍의 꽃비도 놓칠 수 없는 광경이다. 봄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는 듯한 꽃나무 그늘 아래서 잠을 청하거나 책을 펼쳐도 좋을 것이다. 이즈음은 한잔 술로 얼굴이 발그레해 일상을 살짝 일탈해도 이해하는 분위기다. 

꽃은 여전히 시적 상상력의 핵심에 놓인다. 낙화 과정을 통해 생의 덧없음과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은유하기 때문이다.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해 꽃답게 사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인터넷커뮤니티
꽃은 여전히 시적 상상력의 핵심에 놓인다. 낙화 과정을 통해 생의 덧없음과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은유하기 때문이다. 열매맺는 가을을 향해 꽃답게 사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인터넷커뮤니티

수필가 김선화는 ‘봄꽃 서정’을 특출하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나도 당장 문을 박차고 나가 벚나무 아래를 배회하다 돌아올 참이니까. 이 봄, 무사하면 어찌 사람이겠는가. 만물이 저렇게 피어나 재재거리는데 어찌 의연할 수 있으랴. 나는 이 계절을 등에 업고 잠시 법관이 되어 보련다. 하여 “사월에 일어날 수 있는 감성 남발죄는 모두 무죄”라고 명판결을 내리련다. 꽃 앞에서 감정을 제아무리 눌러대도 소용없는 것을. 벚꽃잎 하나하나가 가슴 속에 무작위로 수놓인 나비일진대, 섣불리 온전한 척하지 마시라.’

봄은 화려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잔인한 계절’이기도 하다.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증에 걸리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가 다른 계절보다 1.5배 많다고 한다. 타인의 행복에서 자신의 불행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봄은 설렘, 그리고 박탈의 계절이다. 

나태주 시인은 ‘아파서 봄’이라고 했다. ‘봄은 차라리 기다림이다. 하나의 희망사항이고 꿈이고 애닮픔이고 상상의 나라다. 이 얼마나 눈부신 약속의 실천인가! 이렇게 꽃을 피우는 꽃들도 나처럼 몸이 아프면서 꽃을 마련하고 있지나 않을는지.’ 

꽃은 여전히 시적 상상력의 핵심에 놓인다. 낙화 과정을 통해 생의 덧없음과 올바른 삶의 자세를 은유하기 때문이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지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낸다’고 노래했다. 희망 바라기다. 꽃으로 대표되는 식물의 생태가 인생을 비유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해 꽃답게 사는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며 ‘돈이 꽃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밝혀 공감을 얻었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꽃이 진정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꽃이 진 뒤 씨앗을 만들고 다시 수많은 꽃을 피우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돈도 꽃처럼 돌고 돌아 씨를 만들고 열매를 맺어 이 땅의 젊은이들을 위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아름다운 꽃이 되어야 한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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