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울림 주는 기부천사의 부(富) 
[사색의 窓] 울림 주는 기부천사의 부(富)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4.19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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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웅식 기자)

계단은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삶의 거울이기도 하다. 한 계단, 두 계단…,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음의 티끌을 털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일희일비(一喜一悲) 했던 기억의 층계를 오르내리며 희망 바라기를 한다. 땀이 아닌 맹물로 열매를 보려 하거나 꽃을 소유하려 가지를 꺾는 이기심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나누거나 비우지 않는 탐욕은 남과 나를 속이는 일임을 알겠다. 

80·90년대 홍콩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영화배우 주윤발은 큰 부를 가졌으면서도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사는 사람이었다. 그가 호텔 식당이나 고급 리무진을 이용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주윤발은 소시민들이 즐겨 찾는 허름한 만두집이나 지하철을 애용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최근 전 재산 81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주윤발은 평소 서민들이 즐겨 찾는 허름한 만두집이나 지하철을 애용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최근 81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속에서 보여준 의리의 큰형님답게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진정한 ‘부(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주윤발은 평소 서민들이 즐겨 찾는 허름한 만두집이나 지하철을 애용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최근 81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속에서 보여준 의리의 큰형님답게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진정한 ‘부(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커뮤니티

주윤발은 말한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닙니다.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이지요.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평화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고, 걱정 없이 남은 인생을 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돈은 벌어서 산처럼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주윤발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보여준 의리의 큰형님답게 모든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진정한 ‘부(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도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이룬  부(富)라는 것은 내 삶에 익숙해진 일부분일 뿐이지, 그것으로 행복의 지수를 말할 수 없다. 내가 죽어서 가져갈 것은 돈이 아니라,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추억들이다. 나는 그 좋은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지 못하고 죽어가는 것을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한다.”   

부(富)를 쌓기 위해 애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부’라는 것이 물질적인 축적만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성숙한 영혼이 동반되지 않은 돈을 두고 우리는 진정한 부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재벌 회장들은 배당금으로 거액을 챙겨 가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한 기부보다는 재산 대물림이라는 ‘검은 기부’를 선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래 전에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에게 기업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꼼수 기부’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잘못을 저지른 후 나온 거액의 기부약속이 공익재단 출연으로 이어지고, 공익재단의 재산은 이후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고 간 법정 스님은 “소유욕에 사로잡히면 드넓은 정신세계를 보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행복의 비결은 우선 자기 자신에서부터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일이라고 했다. 

법정 스님은 평소에 나누고 비우는 삶을 강조했다. ‘잎이 져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雪花)를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린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이미 매달려 있는 것들이 있어 더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결과물만 남는 인생이라면 좋은 추억을 많이 쌓지 못한 것이다. ‘그릇은 비울 때 채워진다.’ 이웃과 나눌 것이 많은 사람은 부자다. 

담당업무 : 산업부 소속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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