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장] 얼어붙는 운정신도시, ‘3’의 저주
스크롤 이동 상태바
[부동산 현장] 얼어붙는 운정신도시, ‘3’의 저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4.24 17:41
  • 댓글 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대단지·3지구·3호선…집값 하락·공급과잉·미분양 리스크·교통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남북평화 분위기 조성, GTX-A 노선 확정 등 호재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유난히 숫자 '3'과 관련된 악재들이 많다는 이유에서 '3의 저주'에 빠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3의 저주는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기도 하다.

'3개 단지' 빼고 다 떨어진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전경 ⓒ 파주시청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전경 ⓒ 파주시청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운정신도시 아파트 매매가는 완연한 하락세에 진입한 모양새다. 경기 파주 목동동에 위치한 지난해 3~4월 2억7000만~2억9000만 원에 거래됐던 '산내마을8단지 월드메르디앙'(84㎡)은 올해 3~4월 2억4000만~2억5800만 원에 팔렸고, 같은 기간 '해솔마을1단지 두산위브'(84㎡)도 3억3000만 원대에서 3억 원대(1층, 9층)로 떨어졌다. 특히 '해솔마을3단지 운정현대'(84㎡)는 비록 1층 아파트지만 1억 원대(1억9000만 원)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야당동도 비슷한 흐름이다. '한빛마을8단지 휴먼시아'(59㎡)는 지난해 3~4월 2억8000만 원대에서 올해 3월 2억5000만~2억6000만 원대로, '휴먼빌 레이크팰리스'(84㎡)는 지난해 3~4월 3억4000만~3억5000만 원대에서 올해 3~4월 3억1000만~3억2000만 원대로 각각 매매가가 줄었다. '자유로아이파크'(84㎡)도 지난해 4월 3억200만 원(14층), 2억9800만 원(10층)에서 올해 3월 2억9500만 원(17층), 2억7300만 원(11층)으로 소폭 하락했다.

각종 호재에도 이처럼 운정신도시 내 아파트 매매가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아이파크' 등 3개의 대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분양(또는 입주)을 실시하면서 지역에 필요한 공급량이 상당 부분 채워졌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 3개 아파트는 각각 '힐스테이트운정' 2998세대,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1956세대, '운정신도시 아이파크' 3042세대, 총 7996세대 규모다. 운정신도시의 계획인구가 22만 명임을 감안하면, 3개 대단지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전체 운정신도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인 가구 환산 시 11%, 4인 가구 환산 시 15%에 이른다.

운정신도시 내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힐스테이트·푸르지오·아이파크 빼고는 다시 남북정상회담 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데다, 힐스테이트나 푸르지오는 매물 자체가 잘 안 나온다. 아이파크 분양권 거래도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분양 당시에 비해 거래량이 뚝 떨어졌다"며 "대단지 아파트가 비슷한 시기에 공급되면서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빅데이터 기반 아파트정보업체 부동산지인에 따르면 힐스테이트운정,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의 입주, 운정신도시 아이파크의 분양이 이뤄졌던 2018년 당시 경기 파주 지역 전체 아파트 공급량은 6633(목동동 4954, 야당동 1169), 수요량은 2322로 집계, 뚜렷한 공급과잉 현상을 보였다.

'3지구' 차라리 분양 안 됐으면…

매매가 하락과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운정 3지구 공급이 조만간 본격화될 전망이다. 운정 3지구는 715만㎡ 부지에 총 3만5706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계획돼 있다.

특히 올해 운정 3지구에 분양예정인 아파트는 대우건설의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 우미건설의 '파주 운정 우미린스테이', 중흥건설의 '운정 중흥S-클래스', 대방건설의 '운정1차 대방노블랜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파주운정' 등 약 5000가구 규모다. 그간 학교 신설 문제 등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파주교육지원청이 갈등을 빚으면서 운정 3지구 공급이 지연됐으나 최근 이 문제가 해결됐고, 몇몇 건설사들이 착공신고를 접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운정 3지구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시선은 차가운 눈치다. 매매가 하락, 공급과잉 등 악재에 기름을 끼얹는 격인 데다, 경기침체로 미분양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체 운정신도시 부동산 시장을 급격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선 부동산중개업자는 "건설사들이 왜 분양일정을 죄다 연기했겠느냐. 표면적으로는 학교 부지 문제라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미분양 또는 미계약 사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며 "어제(지난 23일) 국토교통부 발표를 봐라. 후분양제를 추진하겠다는 부지가 운정에 둘, 고덕에 셋이다. 두 지역 모두 요즘 주택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 곳이다. 선분양으로는 안 팔린다는 걸 정부에서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파주 목동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어느 신도시나 마찬가지겠지만 운정 3지구는 특히나 현재 주변에 인프라가 아무 것도 없다. GTX는 아직 삽도 안 들었는데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고, 들어온다고 해도 서울 강남권으로 출퇴근할 사람들이 파주에서 살겠느냐. 대우건설 정도를 빼고 다른 건설사들은 브랜드도 잘 모르겠다. 미분양이 뻔하다"며 "괜히 전체 집값만 떨어질까 걱정된다. 또 3지구가 들어서면 가뜩이나 불편한 교통이 더욱 불편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도 "차라리 3지구 분양이 안 됐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 같은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어쨌든 매물이 나오니까 중간에서 돈 벌고 좋은 건데, 장기적으로 보면 전체 운정신도시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기업 입주도 안 되고, 교통망은 여전히 확충이 안 되는데, 아파트만 막 짓는다. 이러다가 동탄이나, 고덕 꼴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3호선 연장' 지지부진

운정 3지구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불신은 매매가 하락, 공급과잉뿐만 아니라, 광역교통망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운정신도시는 교통체증의 심화, 버스노선의 미확충 등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고, 앞서 한 주민이 언급한 것과 같이 GTX-A노선이 들어서도 위치상 서울 강남권 출퇴근이 용이하다고 보기 어렵다.

운정행복센터에서 만난 한 주민은 "행복센터 옆으로 서울 광화문으로 가는 M7111번 광역버스가 다니는데, 이걸 타려면 출퇴근 시간마다 전쟁이다. 1시간을 기다려도 좌석이 없어서 못 탈 때가 많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2층 버스 몇 대 갖다놓고 끝"이라며 "GTX는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원래 여기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없고, 그래봤자 도어 투 도어 1시간에서 1시간 반이다. GTX에 따른 집값 수혜는 이미 다 적용됐다. 더 오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정신도시에서는 지하철 3호선 연장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시사오늘
운정신도시에서는 지하철 3호선 연장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시사오늘

또한 GTX-A노선의 준공 기간도 불확실한 실정이다. 지난해 이른 착공식이 진행되긴 했으나, 해를 넘긴 지금도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시사오늘〉이 지자체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문의한 결과 올해 7~8월 중 착공이라는 답변과 올해 연말 중 착공이라는 답변을 동시에 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들조차 잘 모른다는 의미다. 특히 내년 총선이 예정돼 있는 만큼, 사업의 불투명성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때문에 지역에서는 GTX 보다 지하철 3호선 연장을 갈구하는 분위기다. 실제 생활권에 도움이 되는 교통망 확충이 이뤄져야 운정 3지구도 성공할 수 있고, 전체 운정신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운정신도시연합회는 지난 13일 운정건강공원에 모여 '지하철 3호선 운정신도시 연장 촉구 범시민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합회 측은 "정부가 10년이 다 되도록 제대로 된 광역교통망을 구축하지 않아 운정신도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운정 3지구까지 감안하면 교통 대재앙이 예상된다. 지하철 3호선을 연결해 주민들의 만성적 교통지옥을 해소해 달라"고 주장했다.

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3호선 연장사업의 경우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데 GTX 돌아가는 걸 보면 사업이 확정된다고 해도 언제부터 공사가 이뤄질지 우려스럽다"며 "3호선과 대기업이 들어와야 운정이 산다. 2기 신도시에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ㅇ 2019-04-26 09:54:41
일딴 운정은 집이 더 많이 들어와서..
힐푸아 가격 거품은 잡고 서민들이 더 싸게 공급받을수 있게 해야한다. 무슨 수도권도 아니고 가격만 높게 받을려고 해.. 34평에 2억5천 정도면 괜찮은듯 한데

김영은 2019-04-25 13:05:11
각설하고 이 동네는 맘을 곱게 써도 오를지 말지 하는데, 일단 4가지들이 없어서 재물에 해당하는 부동산도 침체 되는 현상임.

호선 2019-04-25 09:36:35
운정주민에게는 gtx보다는 3호선이 더 도움될듯.. 3호선이 생겨야 좋은거임

운정 2019-04-25 07:21:55
교통지옥에 아파트만 미친듯이 지어대네요...

파주인 2019-04-24 23:20:32
맞는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