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치상식] 더불어민주당 뿌리는 1955년 민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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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정치상식] 더불어민주당 뿌리는 1955년 민주당이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4.29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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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민주당은 신민당-통일민주당으로 이어져…더불어민주당은 통일민주당에서 탈당한 DJ의 평화민주당 계승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1955년 민주당을 함께 계승했던 YS와 DJ는 1987년 대선 직전 완전히 결별했다. ⓒ시사오늘
1955년 민주당을 함께 계승했던 YS와 DJ는 1987년 대선 직전 완전히 결별했다. ⓒ시사오늘

지난해 9월 17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창당 63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 대표는 “1955년 그 어려운 시절에 민주당을 창당해서 63년 동안 달려왔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켰고, 작년엔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대표의 발언에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뿌리가 1955년 창당된 민주당이 맞을까?’라는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창당 62주년 기념식을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서 개최하는 등 1955년 민주당을 계승하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민주당은 1955년 자유당이 이른바 ‘사사오입 개헌’을 단행하자 이에 반발하는 야당 세력이 모여 만든 정당이다. 이 당에는 각각 구파(신익희·유진산·조병옥 등), 신파(장면·박순천·정일형 등)와 친분이 있던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가담했는데, 후에 YS와 DJ가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하면서 민주당의 정신은 두 사람에게로 이어진다.

이후 YS와 DJ는 동지이자 라이벌로서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대통령 직선게 개헌 직후, ‘뿌리 논쟁’의 근원이 된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지금까지도 민주화 세력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1987년 대선이다.

1987년 대선을 앞두고 YS와 DJ는 힘을 모아 통일민주당을 창당했다. 통일민주당은 가까이는 신민당, 멀게는 1955년 민주당을 이어받은 정당이었다. 문제는 이 당이 상도동계가 주도하고 동교동계가 가담하는 형태였다는 점이다. 유신 체제가 수립된 이후 주로 해외에서 민주화투쟁을 벌여온 DJ와 달리 주로 국내에서 활동해온 YS는 상대적으로 큰 세력을 갖고 있었고, 이는 통일민주당 구성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러다 보니 DJ는 당내 경선으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할 경우 패배는 기정사실이라고 판단했고, 결국 담판(談判)을 통한 단일화에 실패하자 탈당을 결행했다. 그러고는 평화민주당을 창당, 이른바 ‘4자 필승론’을 주창하며 대선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을 1955년 민주당의 후신(後身)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YS와 DJ가 함께 했던 통일민주당은 의심의 여지없는 1955년 민주당의 계승자였다. 그러나 여기서 DJ는 당을 떠나는 선택을 했고, 평화민주당을 만들었다.

그리고 1991년 평화민주당은 일명 꼬마민주당과의 합당을 통해 민주당이 됐다. 이 민주당은 수차례 이합집산과 당명변경을 거듭하다가, 현재의 더불어민주당에 이르렀다. 즉, 더불어민주당의 뿌리는 1955년 민주당이 아니라 1987년 창당된 평화민주당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1955년 민주당을 계승했던 통일민주당은 어떻게 됐을까. 1987년 대선에서 패한 YS는 1990년 통일민주당과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을 합치는 ‘3당 합당’을 결행해 민주자유당을 탄생시켰다. 민주자유당은 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을 거쳐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이승만의 자유당과 1955년 민주당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정당인 셈이다.

Fact – 더불어민주당의 뿌리는 1987년 창당된 평화민주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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