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는 분명 ‘있다’…“보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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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는 분명 ‘있다’…“보이지 않을 뿐이다”
  • 조서영 기자
  • 승인 2019.04.3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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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는 과연 있는가?…중도는 ‘있다’
소선거구제에서 중도정당 ‘없을 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조서영 기자]

중도를 표방한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지지도가 양극화된 것은, 중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시사오늘 김유종
중도를 표방한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지지도가 양극화된 것은, 중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시사오늘 김유종

동물국회로 돌아온 건 고작 7년만이었다. 빠루(쇠지렛대)가 등장한 국회를 본 국민들은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을 올렸으며, 청원 시작한지 8일만에 100만명의 동의를 넘어섰다. 이에 질세라 29일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청구’라는 청원도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이런 시기일수록 양 정당에 대한 혐오가 커진다”며 “따라서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도정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실상은 진영별 지지도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tbs가 의뢰하고 <리얼미터>가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조사해 25일에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무당층이 전주(15.3%)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했으며 중도를 표방한 바른미래당(4.9%)은 고작 0.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민주당(38.6%)과 한국당(32.1%)은 나란히 전주에 비해 0.8%포인트 지지율이 상승했다.

중도는 과연 있는가?…중도는 ‘있다’

중도를 표방한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음에도 민주당과 한국당으로 지지도가 양극화된 것은, 중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지난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양극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들리는 반면, 중앙의 목소리는 온건해서 상대적으로 잘 들리고 않고, 잘 보이지 않는 것뿐”이라며 “하지만 분명 중도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시사오늘이 30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2012년 제18대 대선까지 총 6개의 대선에서 보수는 최소 47%에서 최대 64%의 득표율을, 진보는 최소 26%에서 4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시사오늘이 30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2012년 제18대 대선까지 총 6개의 대선에서 보수는 최소 47%에서 최대 64%의 득표율을, 진보는 최소 26%에서 4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시사오늘 그래픽=박지연 기자

<시사오늘>이 30일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2012년 제18대 대선까지 총 6개의 대선에서 보수는 최소 47%에서 최대 64%의 득표율을, 진보는 최소 26%에서 4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여기서 최소 득표율에 해당하는 보수 47%와 진보 26%는 각 진영의 부동층이다.

반면 최대에서 최소 득표율의 차에 해당하는 보수 17%포인트와 진보 23%포인트는 각 선거마다 움직이는 ‘중도’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이언근 초빙교수(전문경력인사)는 지난 26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중도는 존재한다”며 “중도는 상황과 여건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도는 선거 때마다 종종 등장해 자신의 존재감을 보였다. 중도 표를 누가 가져가느냐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먼저 2007년 제17대 대선이다. 17대 대선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선거로,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있었다.

만약 중도가 없었다면 보수에 해당하는 이회창 후보와 이명박 후보의 득표율의 합은 47%에 그쳐야 했다. 하지만 보수가 64%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17%의 중도가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만 놓고 봤을 때는 15%지만, 이명박 후보를 포함한 보수의 득표율은 64%다”며 “이는 이명박 후보가 보수 부동층인 47%에 더해 약 17%의 중도표를 갖고 왔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원규(전북대학교 교수, 행정학)의 <제17대 대통령선거와 투표 행태> 논문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은 오히려 서민들의 삶은 이전보다 더 고달프게 됐다”며 제16대 대선 때 노무현을 찍었던 중도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간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예는 1996년 제15대 총선이다. 15대 총선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139석을 획득해 제1당이 된 선거다.

이내영(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정치학)의 <제15대 총선과 한국정치의 진로> 논문에 따르면 “신한국당의 경우는 보수-중도-진보라는 이념적 스펙트럼 모두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았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논문을 통해 “이회창의 영입과 구민중당 지도부를 포함한 비교적 개혁적 인물들의 공천을 통해서 진보적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며 신한국당 개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평가가 총선에서 중도의 표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선거에서는 왜 중도가 사라지는가?…중도정당은 ‘없다’

‘그 놈이 그 놈이다’며 한숨 쉬는 국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만 되면 중도가 사라진다. 즉, 더불어민주당도 자유한국당도 싫어하지만 결국 표는 그 두 정당에게로 간다.

중도를 표방했던 정당으로는 2016년 국민의당과 2019년 바른미래당이 있었지만 그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승리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이언근 초빙교수는 “바른미래당처럼 중도 정당을 표방하는 정당도 결국 큰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중도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한 임성호 교수는 “중도온건파를 대변할 목소리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3당의 부재에 따른 문제점이 있다면, 중도정당을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뒤베르제(Maurice Duverger)는 “선거 제도가 소선거구제일 때는 양당제를, 비례대표제일 때는 다당제를 낳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뒤베르제의 법칙에 따르면 소선거구제를 채택한 우리나라는 거대 양당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도 중도를 표방한 중도정당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

또한 채진원의 <진영논리의 극복과 중도정치에 대한 탐색적 논의> 논문에는 중도 정당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중도는 진영논리가 보여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국가vs시장, 자유vs평등, 안보vs평화, 성장vs분배, 세계주의vs민족주의) 모두를 잘못된 대립구도이고 그 양자 간에 어느 한쪽만을 선택하는 절대적인 분리가 아니라 양자 간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 둘 다를 선택해야 한다는 당위적 논리를 내세우지만, 즉 양비론적으로 양쪽 모두를 비판할 수 있지만 역으로 그것의 적중을 의미하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가 매울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이에 대해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장혜영 교수도 “중도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정당을 지지하는데, 이는 이미 거대 정당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고 있다”며 “매력적인 정책을 중도정당이 내세우는 것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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