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窓] 행복한 계단 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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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窓] 행복한 계단 오르기
  • 김웅식 기자
  • 승인 2019.05.0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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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웅식 기자]

계단은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삶의 거울이기도 하다. 한 계단, 두 계단….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음의 티끌을 떨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일희일비(一喜一悲)했던 기억의 층계를 오르내리며 희망 바라기를 한다. ⓒ인터넷커뮤니티
계단은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삶의 거울이기도 하다. 한 계단, 두 계단….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음의 티끌을 떨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일희일비(一喜一悲)했던 기억의 층계를 오르내리며 희망 바라기를 한다. ⓒ인터넷커뮤니티

벚꽃이 진 자리에 연두색 여린 잎이 봄바람에 하늘하늘 움직이는 계절. 아차산 숲길을 따라 걸으며 계절의 변화에 어울리는 몸단장으로 소홀함이 없는 야생초와 꽃들의 부지런함을 배운다. 하루가 다르게 녹음의 깊이를 더해 가는 숲길을 걷고 있노라면 머리까지 맑아진다. 

숲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의 무딘 감각을 깨운다. 청량하고 푸른 산 빛깔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 울퉁불퉁한 흙길은 촉감을 깨우고, 숲길에서 연신 들리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는 전화, 자동차, 텔레비전 같은 기계음에 예민해진 신경을 안정시킨다. 

혼자 해 보는 나들이는 조용한 가운데 나를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여름, 가을, 겨울, 봄…. 참 많은 혜택을 자연으로부터 받는다. 자연과 더불어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 건강한 삶은 물질적인 가치 이상의 보배로움이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산 정상에서 누려 봄직한 호연지기와 상쾌함을 외면하지는 않았지만 온몸을 휘감아 내리는 땀은 질색이었다. 후줄근하게 젖어 버린 옷에서 번져나는 찬 기운이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외로움을 되새기게 하는 것 같아 싫었다. 

곤혹스러운 것은 산 중간에 버티고 있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었다. 산행이 익숙지 않은 나에게 계단 오르기는 고통스러웠다. 계단을 올라갈 때는 체중의 3배, 내려올 때는 체중의 5배 정도 무릎에 하중이 실리니 무릎이 좋지 않은 나에게 계단은 방해물이었다. 

산에 오르자 숨이 막히고 땀은 비 오듯 했다. 산을 오르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은 건강을 다지는 것이 아니라 몸을 혹사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몇 번을 앉아 쉬며 올라야 했고, 그런 난감함은 한동안 계속됐다. 남들은 잘도 오르내리는데…. 

‘뜻이 있으면 길은 있다’고 했던가.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 느꼈던 산행의 고통은 가시고 산을 찾는 즐거움이 찾아 들었다. 산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대자연의 품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는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음의 티끌을 떨어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계단은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 볼 수 있는 삶의 거울이기도 하다. 한 계단, 두 계단…. 일희일비(一喜一悲)했던 기억의 층계를 오르내리며 희망 바라기를 한다. 내일은 오늘 펼쳐놓은 가능성의 결정. 땀이 아닌 맹물로 열매를 보려 하거나 꽃을 소유하려고 가지를 꺾는 이기심은 만들지 말아야겠다. 

잘 먹고 잘 사는 일, 참 쉽지만은 않다. 행복의 근원은 단순하지만 그 실천은 어려워 우리에게 일종의 무지갯빛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 치여 패스트푸드 간편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다. 좁은 공간에서 돈을 내고 땀을 흘리며, 생각은 정리할 새도 없이 내일의 쳇바퀴로 갈아탄다. 

비 내리면 꽃잎은 질 것이고, 신록은 여름 지나 가을에 낙엽으로 돌아간다. 이는 자연의 섭리다. 생로병사(生老病死),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한 번뿐인 유한한 삶. 가끔은 모든 것 내려놓고 자연의 품속에서 영원을 꿈꾸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 방송 프로그램처럼 어디 공기 좋은 데 가서 하루 세 끼 밥이나 지어먹으며 보내고 싶다.

담당업무 :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2004년 <시사문단> 수필 신인상
좌우명 :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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