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4차 산업혁명 시대…정치도 직접민주주의 요소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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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성 “4차 산업혁명 시대…정치도 직접민주주의 요소 도입해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02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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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148)>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문재인의 호위무사’, ‘전략통’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문재인의 호위무사’, ‘전략통’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시사오늘

“제 아들이 가수입니다. 최낙타라고…. 많은 분들이 아빠 닮았는지 엄마 닮았는지 물어보시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제 아내는 음치입니다. 하하.”

“화면이 낫나요, 실물이 낫나요. (화면이 낫다는 대답이 나오자)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은 극소수입니다. 다들 실물이 낫다고 그러시죠.”

유쾌한 출발이었다. 4월 30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연단에 선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사소한 농담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다. ‘문재인의 호위무사’, ‘전략통’ 등의 별명이 주는 딱딱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최 의원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4차 산업혁명과 정치혁신’을 주제로 한 강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날카롭다 못해 냉정함까지 느껴지는 그의 분석이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중간자 역할 사라져…일자리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

‘경제가 좋지 않다’는 지적에, 문재인 정부가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거시경제지표를 근거로 ‘경제는 나쁘지 않다’고 반박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다소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 의원은 일자리 문제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분석했다. 바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사실입니다. 아직까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일자리 확대 폭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합니다. 이제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예전만큼 일자리를 늘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경제적·산업적 위기가 이미 목전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세계적 위기입니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혁명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우선 과거 산업혁명에는 60~80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눈 뜨고 일어나면 많은 게 바뀌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과거 산업혁명이 인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보정하는 것이었던 반면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대체해버린다는 겁니다. 요즘 은행에 직접 가는 분 계십니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집에 누워서 송금해버리고, 입는 것 먹는 것 다 온라인으로 해결합니다. 이러면 점포가 사라지니까 은행원이나 백화점 직원이 필요 없어집니다. ‘중간자’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소멸해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면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미국에 시어스라는 백화점이 있습니다. 50년 동안 부동의 매출 1위였던 백화점인데요. 이곳이 작년 11월에 도산했습니다. 아마존 매출이 늘어나면서 시어스는 망해버린 겁니다. 물론 월마트나 이런 데 고객을 뺏긴 탓도 있지만, 온라인 쇼핑 활성화가 결정타로 작용했습니다. 전 세계가 지금 이런 상황입니다. 과거 기준으로 불황이냐 호황이냐를 나누는 건 무의미해지는 시대입니다.

서비스업과 자영업이 어려운 이유도 이겁니다. 식음료의 18%, 가구의 40%가 온라인에서 거래됩니다. 가전제품도 요즘 매장 가서 안 삽니다. 이러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이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한다는 건, 단순히 백화점 매출만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산 다음에 밥도 먹고 커피도 한 잔 하고 하니까 근처 상권이 살아나는 거죠. 하지만 온라인 쇼핑은 이런 구조가 아닙니다. 설렁탕 매년 100그릇 팔던 집이 90그릇 80그릇 팔게 된 건 이런 요인들이 작용한 겁니다. 이걸 무시하고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느니 매출이 낮아졌다느니 하는 건 핵심을 보지 못하고 전혀 엉뚱한 논쟁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최 의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활 패턴 변화가 일자리 감소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오늘
최 의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생활 패턴 변화가 일자리 감소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사오늘

“스마트폰, 인간 의식구조·행동양식 완전히 바꿔”

이어서 최 의원은 정당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며, 직접민주주의 성격을 지닌 각종 보완책을 거론했다. 경제·산업 측면에서 ‘중간자’가 사라져가고 있는 것처럼, 정치에서도 중간자 역할을 최소화하고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우리 정치와 정당이 존속할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

“이렇게 세상이 달라졌으면, 정치도 변해야 합니다. 우리의 10년 전을 한 번 생각해봅시다. 2009년 우리나라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겨우 80만 대였습니다. 그런데 2018년 기준 5000만대를 넘어섰어요. 거의 모든 국민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건 결코 단순한 의미가 아닙니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의식구조와 행동양식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호적상 이름만 같을 뿐, 생각하는 것 소비하는 방식 사회적인 관계 이런 것들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이 10년 전과 전혀 다른 겁니다.

그런데 정치와 정당은 그대로입니다. 거대한 시대와 문명의 변화 속에서 정치도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꼼짝도 않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진화하는 국민과 멈춰 있는 정치의 격차가 벌어집니다. 신뢰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 자체를 찌질하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보완하지 않으면 정치와 정당은 엄청난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활동인데, 국민이 정치를 찌질하게 보면 국민과 정치의 거리는 더 멀어집니다. 제가 오늘 4차 산업혁명과 정치를 연계시켜 고민해보자고 제안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아까 제가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중간자의 쇠퇴 또는 소멸’이라고 말했는데요. 정치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로 따지면, 4차 산업혁명은 위임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직접 의사결정에 개입하고 결정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시기입니다. 국민의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고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정치 불신은 더 심해질 겁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8년에 광우병 촛불시위를 보고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직접민주주의가 실현된 중대한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시민들이 권력을 생성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국민의 시대에서 국민은 개개인이 권력의 생성과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결정하는 실질적 주권자를 뜻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분들 말처럼, 이제 우리 정치와 정당도 4차 산업혁명이 낳은 새로운 문명에 맞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은 당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당을 바꿔가고 있습니다. 제가 정당발전위원장을 하면서, 정당의 합당이나 해산 같은 주요 사항을 결정할 때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도록 당헌에 명시했습니다. 과거에는 지도부가 정치적 필요에 의해 합당을 하고 해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민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려고 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방식입니다. 다음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합당론이 분명 나올 텐데, 저는 합당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조항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토론권·발안권·소환권·투표권이라는 직접민주주의 4권이 모두 더불어민주당 당헌에 들어가 있습니다. 과거 방식은 의사결정 왜곡을 가져오고, 지금 문명과는 맞지가 않습니다. 지금은 ‘나는 토론한다, 나는 결정한다’를 혁신의 모토로 해서 토론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명적 이동과 변화에 맞춰 스스로 변화해야, 국민과의 간극이 좁혀지고 정당이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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