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분양제·원가공개' 전면 확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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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원가공개' 전면 확대 시급하다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9.05.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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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벌 곳간으로 전락한 '내 집'…국회는 뭐하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건설업계의 해묵은 적폐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일 감사원은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를 공개하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공사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 '송파 헬리오시티'를 비롯한 6개 민간아파트 등 총 191가구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114가구가 최소 성능기준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의 96%인 184가구는 사전 인정받은 성능등급보다 실측등급이 떨어졌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힐스테이트 북위례', '위례포레자이', '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 등 북위례 지역에 분양된 3개 아파트 단지 분양가가 총 4117억 원 뻥튀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원가 기준이 아니라 주변 시세를 고려해 분양가를 역책정했고, 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분양홍보, 모델하우스 운영비 등을 부풀려 분양가에 반영했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최소 기준에도 못 미치는 형편없는 자재를 사용해 실제 공사비는 아끼고, 간접비를 허위로 부풀려 적용하는 등 건설사들이 소비자 기망행위로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기망행위가 비단 이번에 언급된 업체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전반에 관행으로 자리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건설사들이 소비자들을 속여 가며 챙긴 돈은 어디에 쓰였을까?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같은 날 공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과 대림산업, 오라관광(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호텔 브랜드 '글래드'를 선보이는 과정에서 APD라는 회사와 브랜드 사용계약을 맺었다. APD가 글래드 상표권을 사전에 출원했기 때문이다. 오라관광은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APD에 약 31억 원을 브랜드 사용 수수료 명목으로 넘겼다. APD는 이 회장과 그의 장남 이동훈씨가 각각 지분 55%, 45%를 보유한 업체다.

저질 소재를 쓰고, 분양가를 부풀려 얻은 부당이득이 재벌 오너가 부의 세습에 쓰인 셈이다. 먹을 거 안 먹고 입을 거 안 입으면서 간신히 마련한 내 집이 실상은 재벌의 곳간이었다니, 국민들로서는 화가 나고 허탈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또한 어떤 자재가 쓰였는지 완성품을 직접 살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는 후분양제,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원가를 검증할 수 있는 분양원가 공개제도의 전면 확대가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건설업계에 만연한 적폐로 국민 공분이 높아지면서 후분양제 의무화, 분양원가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입법 권한이 있는 국회는 민생을 외면한 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규합을 위한 인위적 갈등을 조장하기에만 바쁜 눈치다. 국회가 재벌 곳간 경비원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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