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경제 逆성장 쇼크, '정책 구멍' 파열음
[이병도의 時代架橋] 경제 逆성장 쇼크, '정책 구멍' 파열음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5.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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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정책이 부른 침몰 비상 국면 
'성장률 패닉' 경제 대위기 신호탄 조짐
세금 퍼붓고도 最惡 역성장…文정부 경제 성적표
퍼펙트스톰 밀려오는데 땜질 대책만
美·中 선방 속 마이너스 성장…해외 탓 할 때 아니다 
설비투자 격감 - 기업들 '투자 망명'으로 피난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 대(大)전환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이병도 주필)

경제성장이 ‘마이너스 늪’에 빠져들었다.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울렸다.

성장률의 기록적 '역(逆)성장'은 물론 설비투자는 21년 만의 최저, 경기 선행·동행 지수는 49년 만의 최악을 드러내는 등 총체적 침체 양상이 뚜렷하다. 일자리와 고용, 자영업자·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외환 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악화돼 있다. 

제대로 처방하지 않으면 중병으로 번질 위험에 처해있다.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저성장 함정으로 깊숙이 빠져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투자·생산·수출·소비·고용 등 주요 경제지표 모두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퍼펙트 스톰이 밀려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1분기 경제(GDP) 성장률 ‘마이너스 0.3% 쇼크’는 이들 지표의 필연적 결과일 뿐이다. 금융위기도 아닌 상황에서 저성장을 넘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치달았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성장률 쇼크’다.

GDP는 소비, 투자, 수출, 정부 지출 등 경제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거시경제 지표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설비투자와 수출이 둔화하며 성장 동력의 불씨가 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견인차인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삼성·LG 등 간판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도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실적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67곳의 영업이익도 총 19조2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41.5%나 급감했다.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가 아닌데도 기업 실적이 1년 만에 반 토막 난 적은 없었다. 

전자 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의 부진이 뚜렷했고 기업 10곳 가운데 3곳은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도 저성장 탈출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5%를 밑돌 수도 있다는 국제 투자은행(IB)의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이는 사실상 한국 경제가 외부 요인이 아닌 국내 실물경제 부진발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큰 폭의 역(逆)성장은 국가경제 위기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전례없는 상황이다. 추락하는 한국경제를 끌어올릴 비상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런 때일수록 근거 없는 낙관론이 아닌 냉정한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경제 운용이 필요하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거의 모든 나라가 뒷걸음질칠 때도 ‘플러스 성장’을 지켜냈다. 불과 10년 만에 그 저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음이 드러났다. 근본적인 경제체질의 개선이 시급함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 경제 상황을 주로 “외부 경제여건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돌아선 국가는 없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3년에 걸쳐 심각한 세수 결손을 겪던 박근혜 정부 때도 마이너스 성장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인식도 "경제가 견실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았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대책은 실로 문제가 심각하다. 제대로 된 반성과 해법은 찾아보기 힘들다. 문 정부의 잘못된 상황인식과 앞으로의 추이가 어떤 결과를 야기케 될 것인지, 집중 진단이 필요하다.

국내 ‘투자 절벽’ 심각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끌어내린 결정적인 원인은 전분기보다 10.8%나 줄어든 설비투자 급감이었다.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21년 만의 최저다.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건 설비투자 감소가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겉도는 규제 개혁, 글로벌 흐름과 반대로 가는 법인세 인상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등이 겹치자 한국에 공장을 세울 이유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너도나도 ‘탈(脫)한국’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전년(446억달러)보다 11.6% 늘어난 497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년 새 109조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중소기업들의 해외 ‘투자 망명’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중소기업 해외투자는 100억달러로 전년보다 31.5%나 늘었다. ‘중소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말이 무색하다.

이에따라 산업은행은 올해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11조5000억원 감소한 170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3.1%) 자동차(-11.5%) 석유정제(-32.8%) 기계장비(-20.0%) 등 제조업 전(全)분야에서 투자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대기업(-0.9%) 중견기업(-31.3%) 중소기업(-24.6%) 등 기업 규모별로도 모두 마이너스 행진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투자 절벽’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해외로 빠져 나가는 투자가 급증할 때 즉각적 결과가 ‘일자리 유출’이다. 그 파장이 어떤지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대로다. 청년 네 명 중에 한 명꼴로 ‘사실상의 백수’ 상태에서 “일자리를 달라”는 절규가 늘고 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연속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월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연속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소득주도성장' 참담한 성적표

한국경제의 주력 엔진이 망가지고 있음에도 이대로는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은 더 근원적 문제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기업 투자를 막고있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천문학적 혈세를 뿌려 더 이상 경제실정을 땜질할 수도 없는 노릇이 됐다.

수출과 투자, 소비가 맞물려 돌아가고 민간 부문이 먼저 불을 지펴야 경기가 살아나고 경제가 성장한다.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면 조만간 한국 경제는 '고질화된 저성장'이라는 진단서를 받아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올 1분기 ‘마이너스 0.3% 성장률 쇼크’로 문재인 정부는 최악(最惡)의 경제 성적표를 받았다. 

IMF 외환위기 이후 분기별 마이너스 성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사스(SARS) 사태로 한 번, 이명박 정부 때 세계 금융 위기로 한 번씩 있었을 뿐인데, 문재인 정부는 특별한 위기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두 번이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금 퍼부어 억지로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연초에 예산 집행이 약간 주춤해지자 금세 바닥이 드러났다. 세금 약발이 떨어지면 마이너스로 추락할 만큼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금융위기라는 외풍이 몰아친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글로벌 경제가 호조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내부 요인이 결정적이다. 

마이너스 성장은 문재인정부 2년간 추진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참담한 실패를 말해준다. 문 정부 경제정책은 곧 나아질 거라는 장담과 달리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 수출과 투자, 소비 등 성장을 이끌어야 할 요인들이 모두 꽉 막힌 형국이다. 

통계청이 지난 달 25일 발표한 ‘2018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 결과’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53만8000원이다. 전년보다 0.8% 감소했다. 여기에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실질 소비지출 감소는 2%가 넘는다. 가계동향 조사를 이처럼 세심하게 분석하기 시작한 지난 2006년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소득과 지출의 양극화는 심화됐고 저소득층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1분기 역성장에 이은 또 다른 소득주도성장의 참담한 성적표다. 

정책실패 뒷감당 추경 예산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적 경제쇼크가 없었는데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뚝 떨어졌다는 것은 그 원인이 내부발(發) 정책 실패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환경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가 세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민간 부문은 위축될 대로 위축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제를 살릴 방법이랍시고 빚을 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계속 나서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잘못된 정책 실패의 뒷감당을 세금으로 때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미 정부 곳간에서 퍼 낼 것은 다 퍼낸데다 경기침체하에서 예년과 같은 세수 호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은 한계에 부딪혔다. 

결국 470조원대 ‘슈퍼예산’과 6조7000억원의 추경으로도 막을 수 없을만큼 거대한 경기침체(Recession)의 파도 속에 한국경제가 갇힌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최악의 고용난을 자초하고, 이를 만회하려 2년간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퍼부었지만 일자리는 늘리지 못하고 돈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세금 아까운 줄 모르는 포퓰리즘 정부의 세금 중독증을 질타치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추경 예산 편성도 그동안 정부가 말해온 경제 낙관론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가 견실한 흐름"이라고 했고, 경제부총리는 보름 전에도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경기 하강 위험'이 커졌기 때문에 추경을 한다며 말을 바꿨다. 

이번 추경 예산의 절반은 취약 계층 현금 지원과 공공 일자리 사업에 쓰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선심성 현금을 뿌리고 관제(官製) 아르바이트를 급조하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미세 먼지 대책 등을 이유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지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문제다. 올해 본예산이 아직 40% 정도밖에 집행되지 않았는데 3조6000억원 빚까지 내가며 또 세금을 쓰겠다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을 대규모 재해, 대량 실업 등 '중대 변화가 발생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추경이 여기에 해당되는지부터 의문이다. 법 규정까지 무시하면서 '3년 연속 추경'을 강행했다. 경제수석을 지낸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정부 곳간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된 셈이다.

미세 먼지 대책을 이유로 시작했지만, 정작 미세 먼지 관련 예산은 22%에 불과하다. 

복지와 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세금 퍼붓기도 이제 동력이 떨어져 민간 활력을 저하시킬 뿐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외쳤지만, 현장에선 ‘반기업, 친노동’ 분위기가 판치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비현실적 진단들

정부의 비현실적 경제진단은 실로 문제다. 

정부는 올해 2.6% 성장률 목표치를 고수할 것이라고 하지만 추경 세우고 재정 푸는 데만 '올인'하는 상황이다. 기업 투자 증대, 생산성 향상 등 실질적 근거가 아니라 세계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는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하고 있다. 너무 막연한 경기 진단이다.

정부는 여전히 “2분기 이후 재정조기집행 효과가 본격화되면 개선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상장사의 14.8%가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는 현실을 마냥 외면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은 인정하지 않고 "대외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부진했다"며 글로벌 경기 부진을 탓했는데 이런 식이어서는 한국 경제 미래가 암울하다.

성장률 추락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직접적인 원인은 우리 경제의 고비용 구조를 악화시킨 경제정책에 있다. 

청와대의 경제인식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기 때문에 거시 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그렇다. 

민간 투자를 유인할 규제·노동 개혁은커녕, 거꾸로 반(反)시장 정책을 앞세운 결과는 기업들의 탈(脫)한국 행렬이다. 이런데도 기초체력이 튼튼하다고 하니, 어느 나라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다. 

잘못된 정보를 대통령에게 입력한 것은 청와대 참모와 경제 부처 장관들일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참모들은 고령화와 인구 구조, 날씨 탓까지 하며 현실을 호도해왔다. 

"하반기부터 좋아진다"가 "연말쯤 호전"으로 늦춰지더니 "내년엔 성과 나올 것"으로 계속 말을 바꾸면서 눈앞의 위기만 모면해왔다. 심지어 통계까지 왜곡해가며 정책 부작용을 은폐하려고 했다. 청와대부터 시장과 기업 현장의 위기감을 충분히 공유해야 올바른 정책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1분기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 점차 회복돼 개선될 것"이라고도  했다.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 사과하거나 경제 운용의 잘못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하면서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렸다.

경제는 걱정할 것 없다는 인식을 드러내면서도, 그마저도 외부 탓을 한 것이다. 

‘해외 경제 불안정’이 1분기 성장 부진에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의 1~2위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은 올 1분기에 각각 6.4%(전년 동기 대비), 3.2%(연율)로 예상 이상의 성장을 유지했다. 세계경제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문 대통령 지적과 달리 대외 여건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대외 요인보다 우리 자체의 정책 실패 탓이 분명하다. 

정부의 기대와 경제의 실상이 전혀 다르다는 점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생산 소비 투자가 올 들어 모두 증가하고 지표들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린 게 지난달이었다. 정부의 공식 경제전망을 담는 ‘그린북 3월호’도 “긍정적인 모멘텀”을 강조했다. 정부 최상층부의 판단이 불과 한 달 뒤를 못 본 것이라면 ‘자격 미달’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위기감 없는 정책당국

청와대가 정책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독선에 빠져 있는 한 저성장 함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고용, 투자, 소비 등 경제지표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초(超)현실적인' 해석으로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특히 逆성장 사태 와중에 청와대가 긍정적인 경제지표를 알리려고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한다고 하니 한숨이 나올 정도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온 날, 청와대 비서실장이 '좋은 지표 알리기' 팀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제 성과를 뒷받침해줄 지표를 찾아내 국민에게 적극 알리겠다는 것이다. 

참담한 경제 상황 앞에서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엉뚱하게도 경제 홍보 팀을 만드는 방안을 들고나왔다. 

청와대의 잘못된 경제 홍보 강화 방침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뜻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경제는 괜찮은데 홍보를 못한다는 질책이었다. 

최저임금 쇼크가 경제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도 문 대통령은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했고, 자동차·조선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경제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성장 엔진이 급속히 꺼져가고 있는데도 정책당국도 전혀 위기감이 보이지 않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가 29일 열렸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3% 역성장했다는 통계가 발표된 이후 첫 번째 대책회의였다. 

홍 부총리는 “경제 부총리로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어 “어느 때보다 지금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민간투자를 촉진해 경제활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쇼크가 민간 설비투자 절벽에서 기인했다고 뒤늦게나마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홍 부총리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2.6~2.7%를 수정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 경기 후퇴에 대한 대응책도 기존 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쳐 과연 성장률 목표치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날 홍 부총리가 내놓은 것은 알맹이 없는 재탕, 삼탕이 대부분이었다.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업종별 대책, 서비스산업 혁신전략 등은 이미 나온지 오래된 얘기거나 지금까지 계속 추진해오던 일들이다. 

이래서는 10년 만에 찾아온 성장률 쇼크를 극복하기에는 안이한 대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다른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분기 -0.3% 성장이란 한국은행 발표가 나기 무섭게 “해외 경제가 불안정해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며 “경제정책 실패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는 브리핑을 내놨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도 "반도체 경기 둔화로 수출과 투자가 동반 부진한 현 경제 상황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2분기 이후 재정 조기 집행 효과가 나타나면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절박감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 인식이다.

그 외에도, 엉터리 통계로 현실을 왜곡하는 주장은 정부·여당 곳곳에서 있었다. 

지난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국 중 4국만의 성장률이 발표된 시점에서 민주당은 "지난해 한국이 성장률 1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미국 성장률이 우리보다 높게 나오자 이번엔 국무총리가 "미국에 이어 OECD 2위"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의 성장률은 36국 중 18위에 그쳤다. 외환 위기를 겪었던 1998년 이후 최저 순위다. 금방 들통날 일을 속였다.

소득주도성장 실패 판정

가장 중요한 원인에 대한 처방이 없는 한 지금 한국경제엔 백약이 무효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홍영표 원내대표 등 여권 수뇌부가 산업 현장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겉으로는 안된다. 근본적인 정책기조의 전환이 시급하다. 

최근의 결과는 검증되지 않은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수많은 전문가와 여론의 경고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결과라는 점에서 혹독한 비판이 불가피하다.

국내 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총체적 실패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가 ‘정부인가? 시장인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융합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간판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이 시장원리를 훼손하며 최악의 경제성적표로 귀결됐다는 부정적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참석자들은 “경제와 사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과거 개발연대 시절보다 오히려 심하다”고 지적했다.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는 안이한 정부에 대한 학계의 경고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에 미련을 가질 때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투자 회복’에 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제도 규제도 노동정책도 그 방향에 맞게 손질해야 함은 물론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애초 소득 증가가 소비 증가를 이끌어 결국 투자와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가계 가처분 소득은 2인 이상 가구 기준으로는 1%가량 증가했지만, 1인 가구를 포함하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월 500만~600만원 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가구의 소비지출이 동반 감소했다. 기업의 고용이 줄고 투자가 감소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은 오히려 쪼그라들었고, 주 52시간 근로는 정보기술(IT) 등 일부 기업이 갖고 있던 경쟁력을 그나마 떨어뜨렸다.

지난해 소비 양극화가 극에 달했으니 소득 양극화도 당연히 심화됐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17.7% 급감한 반면 소득 상위 20%는 10.4% 급증해 사상 최대의 소득격차를 기록했다. 그 결과 소득 하위 20%(1분위)는 월평균 115만7000원을, 소득 상위 20%(5분위)는 428만3000원을 썼다. 두 계층의 소비차는 3.7배로 벌어졌다. 

현실로 닥친 저성장 재앙은 문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경쟁국들이 제조업 부흥을 위해 기업 투자를 전폭 지원하고, 혁신산업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동안 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란 가짜 성장전략을 내세워 거꾸로 갔다. 

성장률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잘못된 경제 정책을 대수술하라는 신호다. 

전문가들과 각종 통계는 한결같이 소득주도 성장의 궤도수정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데도 여권은 내수경제를 살리자면 재정을 더 많이 쏟아붓고 소득주도 성장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책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기는커녕 무모한 정책실험을 고집하겠다는 것이다. 

문정부 혁신성장 정책이 성공하려면 첫 관문은 반기업 정서의 벽을 넘어서야만 한다.

하반기 경제대책과 신(新)산업

한국경제는 현재와 미래 경기를 가늠하는 동행과 선행지수가 각각 12개월째와 10개월째 내림세에 있으니 2분기 이후도 결코 낙관할 수 없다. 

하반기에도 엄중한 대내외 여건으로 수출 투자 소비 어느 것 하나 낙관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개연성마저 보인다. 

성장 엔진인 수출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도 녹록지 않아 앞으로 성장 전망도 밝지 않다. 미·중 무역갈등은 풀릴 기색이 없고, 우리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는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 

그 외에도 이란발 유가 급등과 미국의 무역확장법 강행에 따른 자동차 관세폭탄 우려 등 향후 세계 경제 환경은 악재투성이다.

한국은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에다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자영업 경기가 나빠진 데다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부진이 겹치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장기 불황마저 우려된다. 

한국에서 수출은 중요한 성장 엔진이다.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문제가 생기면 장단기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더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은 주력산업의 노쇠화다.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외에도 LG화학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 등 간판 기업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자동차·철강 기업들은 예상보다 선전했지만 예전 같은 활력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는 이들 ‘구(舊)산업’을 대신해서 경제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신(新)산업’ 기업이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은 미국 산업 생태계의 활발한 신진대사와 극명히 대비된다. 요즘 미국에선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페이팔 등 신기술 기업들의 잇단 ‘어닝 서프라이즈’로 뉴욕 증권시장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밀어올리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에 필요한 근본 대책은 체질을 바꾸는 것이다. 주력 산업을 재편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혁신의 토양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작업도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불황에 접어들어 당장의 생존이 다급해지면 변화의 발걸음도 몇 배로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유럽이 긴축을 미루고 중국이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배경에도 경기를 잘 관리해야 경제정책의 본질적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금 우리 경제도 그런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수출기업에 파격적 지원책을 제시하고 내수와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데 정부 자원을 집중해야 할 때다. 

미국의 성공 사례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기업 투자를 촉진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임을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배워야 한다.

미국의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3.2%를 기록했다. 애초 전망치가 0%대까지 내려간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이다. 

시장이나 전문가들의 예상과 우려를 떨치고 3%대 성장을 이룬 건 트럼프의 친기업 정책 효과가 근본적 요인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을 우리는 주목한다. 기업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5.4%에서 올 1분기 2.7%로 낮아졌지만 트럼프 취임 이후 장기 흐름에서 볼 때는 꾸준히 기업투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6년 0.5%에 불과했던 기업투자 증가율은 트럼프 취임 첫해인 2017년 5.3%, 2018년엔 6.9%를 각각 보였을 정도다. WSJ는 이 대목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로 그동안 억압됐던 기업의 야성적 충동이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소비가 성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나라다. 탄탄한 소비는 강력한 일자리 증가가 뒷받침하고 있다. 탄탄한 소비는 다시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고 실적이 좋아진 기업은 투자에 나서는 전형적인 선순환 고리를 이루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반대로 가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고 가계부채는 늘어나다 보니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니 기업 실적이 개선될 턱이 없다. 

미국이 고용·소비·투자 등 3박자의 조화 속에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은 대규모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필두로 한 규제 완화 정책 때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투자심리 회복에 정책 중심을

우리 경제가 성장 동력을 되찾으려면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무게중심이 확실히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반(反)시장·반기업의 소득주도 실험을 멈추고 투자심리를 살려야 할 때다. 

유류세 인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땜질식 정책으로 방어하기에는 경기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혁신 투자를 촉진하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게 그것이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 상위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 95곳이 가진 현금은 248조원을 넘는다. 돈이 없어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없애야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무한경쟁 시대다. 

세계 경제 둔화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정부 역할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해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활력이 회복돼야 한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기업 투자 여건 개선에 주력하면서 한계기업 정리 등 미뤄왔던 구조조정의 속도도 높여야 할 것이다.

투자 심리를 옥죄는 규제부터 과감히 없애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100건 달성 등 숫자 채우기식이 아니라 사업에 방해가 되는 규제를 없애고 꼭 필요한 규제만 살려야 한다. 경기 부양 기여도가 큰 건설업 옥죄기도 풀 필요가 있다. 1년여에 걸친 초고강도 규제 압박으로 집값이 잡힌 만큼 이제는 위축된 건설업을 살릴 궁리도 해야 한다. 

단기적인 변수에도 신경 써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힘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때를 대비해 취약한 중소기업의 여건을 살펴 지원안을 마련하고, 기업이나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없는지 업계의 얘기도 적극적으로 듣고 살펴주어야 할 것이다.

재정 중독은 잠시 효과를 낼지언정, 결국 장기불황을 부르는 독약이 될 것이란 경고를 지금이라도 새겨들어야 한다. 133조원의 투자로 43만 개의 ‘세금 내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최근 삼성전자의 발표에 답이 있다. 정부가 시장을 설계할 수 있다는 과욕을 버리고 기업을 뛰게 하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민간 주도 경제혁신 일궈야 

경제를 살리려면 규제혁파·노동개혁을 통해 고비용 구조를 전면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악성 규제, 강성 노조, 반기업 정책 등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민간의 활력을 되살릴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그 결과가 소비 확대로 이어져 국가재정도 튼튼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더 늦기 전에 기업의 투자 의욕이 살아나도록 경제적 자유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규제 혁신을 통해 신산업이 융성하고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선결 과제다. 정부는 위기의식을 갖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정책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용기가 필요하다. 시대적으로 민간 주도의 새로운 경제혁신이 요구되는 전환기로 접어들었음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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