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필담] 사표(死票) 방지하겠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대통령제는?
[주간필담] 사표(死票) 방지하겠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대통령제는?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05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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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표는 총선보다 대선이 더 많아…결국은 개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시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뉴시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4월 30일 새벽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지역구·비례대표 의석 조정, 연동률 50% 적용, 선거권 연령 만18세로 하향 등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선거법 개정안은 최장 330일(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부의 60일)이 걸리는 일정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명분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게임의 룰’에 해당하는 선거법을 제1야당 참여 없이 고친 전례가 없는 데다, 사표(死票)를 방지하겠다는 선거법 개정 의도가 ‘Winner takes all(승자독식)’인 대통령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3월 1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선거제도의 핵심은 국민 한 명 한 명의 투표가 사표가 되지 않고 국회 구성에 정확히 반영되게 하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편에 대한 전향적 자세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는 당선자 이외의 후보가 얻은 표는 모두 의미를 잃게 되므로, 민심이 왜곡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여야 4당은 정당득표율과 총의석수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 사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 역시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표가 2000만여 표에 달하는 대통령선거를 반례로 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명분이 레토릭(rhetoric)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갖는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선에서 발생하는 2000만여 표의 사표는 무시한 채 국회의원 선거에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유불리만 계산한 결과라는 목소리다.

실제로 지난 제19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전체 투표수 3280만7900여 표 가운데 1342만3800표가량을 획득해 당선됐다. 득표율로는 41% 수준이다. 즉, 1938만4100여 표가 사표였다는 의미다. 반면 ‘비례대표제포럼’이 지난 2015년 공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3대~19대 총선에서 발생한 평균 사표는 1023만2362표였다. 총선보다 대선에서 더 많은 사표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지난 3월 20일 cpbc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총선에서 나오는 사표가 1000만 표라고 하는데, 대통령제에서는 1500만 표 내지 2000만 표가 사표”라며 “그러면 대통령도 200~300명을 뽑을 것인가”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자연히 개헌 이야기가 나온다. 사표를 방지하려면 대선 제도 역시 개편이 불가피한 데다, 다당제를 유발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제와의 궁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내각제로 가기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적지 않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12월 ‘선거법 개정 방향 합의를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에서 “현행 선거제도를 다수대표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병행으로 전환 시 정치제도 간 조응성에 미스매치가 발생해 정치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며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도 같은 자리에서 “선거제도 개편은 그 자체가 헌법 개편이다. 5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했다는 것은 개헌에 합의했다는 뜻”이라며 “결국 비례대표로 가자는 것은 다당제로 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합의가 자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자유한국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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