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신음하는 석문국가산단 지역경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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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신음하는 석문국가산단 지역경제, 왜?
  • 박근홍 기자 장대한 기자
  • 승인 2019.05.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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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률 저조에 대금미지급·임금체불 겹쳐…수억 원 피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장대한 기자]

㈜부강이 시공을 맡은 문제의 플라이애시 공장. 길 건너편에 민주노총 충남지역플랜트건설노조가 붙인 규탄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시사오늘
㈜부강이 시공을 맡은 문제의 플라이애시 공장. 길 건너편에 민주노총 충남지역플랜트건설노조가 붙인 규탄 현수막이 걸려있다 ⓒ 시사오늘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지역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산단 분양률 저조로 인한 상권 비활성화, 특정 업체의 임금체불과 대금 미지급으로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석문산단 상가번영회의 제보를 받고 방문한 석문산단은 그야말로 황량한 벌판이었다. 1201만2000㎡에 이르는 사업부지는 텅텅 비었고, 신호등의 빨간불과 파란불 표시가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로 지나가는 차량이 뜸했다. 석문산단 내 위치한 호서대학교 당진산학융합캠퍼스에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곳곳에 자리한 상가 건물에는 지켜보는 사람 없이 분양 홍보 현수막들만 바람에 날려 아우성쳤다.

국가산단이라 부르기 무색할 만큼, 이처럼 당진산단에 파리가 날리는 이유는 저조한 분양률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LH 국가산단 자료'에 따르면 석문산단은 2009년 공급을 시작한 이후 10년 넘게 분양을 진행하고 있지만 분양률은 지난해 말 기준 33%대에 불과하다. 석문산단은 1조4878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준공됐으며, 이후에도 정부보조금 지원 명목으로 꾸준하게 혈세가 들어가고 있다.

석문산단에서 만난 한 지역 공장주는 "당진에 보통 공장 부지가 평당 20~30만 원인데, 석문산단은 70만 원 수준이다. 산단 입주에 따른 각종 세금 혜택 등을 감안해도 차라리 다른 곳에 공장을 짓는 게 낫다"며 "근처에서 원자재를 조달하거나, 거래처가 산단과 가깝지 않은 이상 큰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단치단체나 시행사(LH), 대행사(JS미래산업)의 말만 믿고 석문산단 내 삶의 터전을 일군 상인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석문산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분양률이 30%라고 하는데 여기 와서 직접 보라고 하시라. 20%도 안 될 거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사람이 코빼기도 안 보인다. 밤에는 택시도 안 다닌다"며 "왜 여기에 들어올 생각을 했는지 후회된다. 이제는 가게를 뺄 수도 없다. (가게가) 안 나간다. 다른 식당들도 같은 처지"라고 토로했다.

석문산단 상가번영회이 추산한 건설설비공사업체 (주)부강의 대금 미지급, 임금체불 피해자들. 석문산단뿐만 아니라, 보령에서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인들이 있었다. ⓒ 시사오늘
석문산단 상가번영회가 추산한 건설설비공사업체 (주)부강의 대금 미지급, 임금체불 피해자들. 석문산단뿐만 아니라, 보령에서도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상인들이 있었다. ⓒ 시사오늘

지역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대금 미지급과 임금체불 문제까지 발생했다. 한 업체가 지역 소상공인, 일용직 현장 노동자들에게 줘야 할 대금과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석문산단은 물론, 당진 시내와 주변 지역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게 석문산단 상가번영회의 설명이다.

석문산단 상가번영회에 따르면 석문산단에 위치한 한 플라이애시 공장의 시공을 맡은 건설설비공사업체 (주)부강은 지난해 해당 공장을 착공하는 과정에서 지역 오피스텔, 철물점, 식당, 지게차, 전기공사업체, 가스유통업체 등과 계약을 맺고 현장 노동자들의 숙식, 설비 등을 해결했으나 이에 대한 대금 지급을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 상가번영회 추산 피해금액은 약 4억 원(지난해 말~올해 초)에 이르며, 피해업체는 석문산단뿐만 아니라, 충남 천안, 경기 화성, 서울 서초까지 뻗어있다.

상가번영회의 한 관계자는 "(주)부강에서 원청업체와의 금전관계를 핑계로 약속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받아야 할 돈까지 못 받고 있으니 정말 죽을 맛"이라며 "(주)부강은 충남 보령 지역에서도 현지 숙박업체, 식당, 인력업체 등과 대금 미지급으로 갈등하고 있다고 들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보령 지역 상인들과 연계해서 이달 중에 (주)부강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부강은 같은 현장에서 임금체불 문제도 야기했다. 석문산단 플라이애시 공장 건설사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수개월 간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민주노총 충남건설기계지부는 원청업체와 (주)부강을 규탄하는 시위를 지난달 해당 공장 앞에서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에게 일부 임금을 지불했을 뿐, 노조원이 아닌 노동자 대부분은 여전히 임금체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오늘〉이 파악한 피해 노동자 수만 31명에 이른다.

한 피해 노동자는 "노조에서 집회를 열고, 일이 커지는 것 같으니까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에게만 입막음 식으로 밀린 임금을 줬다. 비노조원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금액은 저마다 다른데, 많게는 수백만 원, 1000만 원 넘게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주)부강에서는 원청한테 받으라고 하고, 원청에서는 (주)부강한테 받으라고 하니, 우리들은 사이에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가번영회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관련기관에서 석문산단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고 하는데, 죄다 탁상공론이다. 실제 현장에 와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라"며 "지역경제 살린다고 만든 국가산단에서 오히려 지역경제가 피폐해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주)부강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서 만난 원청업체 대표는 "우리도 (주)부강에게 받아야 할 지체상금(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6~7억 원에 달한다"면서도 "하지만 지역경제와 상생하는 측면에서 미지급된 대금 중 일부를 도의적인 책임에서 상인들에게 줄 용의는 있다.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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