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철학] 정운찬이 전한 트루먼 리더십…“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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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철학] 정운찬이 전한 트루먼 리더십…“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9.05.06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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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책임 공방 난무 속 상기해보는 ‘책임’
트루먼 대통령 책상에 항상 놓였던 문구…
정 전 총리 인생에 큰 위안 됐다고 전해져
KBO총재로 처음 사과한 것도 책임 강조 일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저서 <가슴으로 승부하라>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트루먼의 리더십’에 대해 전한 바 있다. 자신의 직분에 대한 소신 역시 그러함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정치권의 ‘남 탓 정쟁’이 판을 치는 중 ‘책임 정치’를 펴 온 ‘트루먼 리더십’을 재조명해본다.  정 전 총리의 책을 참조, ‘명사의 철학’을 통해 전한다.

정운찬 전 총리(현 KBO총재)는 트루먼 리더십을 강조하며 책임 정치의 중요성을 자신의 저서 '가슴으로 승부하라'에 피력한 바 있다. 정치권이 책임 공방으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트루먼 리더십을 상기해본다.ⓒ시사오늘
정운찬 전 총리(현 KBO총재)는 트루먼 리더십을 강조하며 책임 정치의 중요성을 자신의 저서 '가슴으로 승부하라'에 피력한 바 있다. 정치권이 책임 공방으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트루먼 리더십을 상기해본다.ⓒ시사오늘

요즘 책임공방으로 정국이 혼탁하다.

경제가 연거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에 대해서도 정부와 야당 간 견해는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마이너스 성장의 악화 요인은 "세계 경제 둔화 탓"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반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4일 광화문 집회 연설에서 “그건 거짓말”이라며 “누구의 책임인가. 정부 책임”이라며 날선 공격을 가했다.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지정) 문제로 정국 경색이 심화되자, 더불어민주당은 동물국회의 책임은 자유한국당에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자 한국당은 민주당 책임이라며 연일 전국 장외 집회 투쟁 중이다.                  

시끌벅적한 정국 속 책임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되는 가운데 떠오르는 말이 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 hero).”

이는 정운찬 전 총리(현 KBO총재)가 집필한 책 <가슴으로 승부하라>에 소개된 ‘트루먼 리더십’,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인 그의 정치 철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발언이다.

정 전 총리는 트루먼 리더십의 책임 정치를 자신의 책 말미에 전하며 본인 역시 서울대 총장 시절 책임감 있게 직분을 수행했다고 술회한 바 있다.

그의 책에서 개략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한마디로 책임 정치를 구사한 대표적 정치인으로 소개돼 있다.

1884년 미국 미주리 주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세계 전쟁의 발발이었다.

“트루먼은 전쟁이 만든 영웅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그는 농장에서 일하던 이름 없는 일꾼이었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아리따운 동네 처녀와 결혼에 골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러 나라가 뒤엉켜 전대미문의 전쟁을 벌이고 미국이 그 전쟁에 발을 들여놓자, 그는 조국 땅에 포탄 한 발 떨어지지 않는데도 군대에 지원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징집이 면제됐지만, 국가적인 대사를 남의 일처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정운찬 지음 <가슴으로 승부하라> 중)

트루먼은 1717년 포병 소위로 세계 제1차 대전에 참전한 것을 시작으로 1934년 상원의원, 1944년 부통령, 이듬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사망 후 대통령 직을 승계 받으며 세계정세 한복판에 전면 등장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엉겁결에 물려받은 것과 달리 트루먼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을 십분 발휘해 세계정세를 주도해나갔다는 게 정 전 총리의 설명이다.

“(트루먼은) 오래 준비된 지도자처럼 세계사의 전면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능숙한 솜씨로 세계정세를 요리해 나간다. 원폭을 떨어트려 제2차 세계 대전을 종결하고, 샌프란시스코 회의를 통해 UN을 탄생시키고,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을 설치해 미국의 안보를 굳건히 했으며, 서독을 보루로 서방세계를 수호하고, 동유럽에 주둔하고 있던 소련군에 맞서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창설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 한마디로 오늘의 세계평화 체제를 다진 지도자가 바로 그였다. 일본을 패망시켜 해방의 문을 활짝 열어 준 것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의 독립과 6·25 참전까지 트루먼을 빼고는 한국의 현대사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우리와의 인연 또한 깊고도 각별하다.” -정운찬의 <가슴으로 승부하라> 중-

미국의 역사가 폴 케네디는 트루먼에 대해 “비전과 애국심으로 모두를 감동시킬 줄 아는, 뚝심 있고 부지런한 리더”라고 평했다고 한다. 또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트루먼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나는 각하를 낮게 평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해 증오도 했지요. 그 당시 내 평가는 틀렸습니다. 그때 이래 각하는 누구보다도 서구 문명을 잘 지켜 내셨습니다.”

정 전 총리는 이처럼 호평을 받았던 트루먼의 리더십은 (앞에 언급했듯)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분의 백악관 집무실 책상에는 리더십의 요체를 한마디로 요약한 메모가 항상 놓여 있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유럽의 정치인들이 그 당시 자주 들먹이던 처세술이 ‘책임을 회피하라’는 것이었는데, 트루먼 대통령은 달랐다. 그분은 모든 문제에 대해 최종결정을 내렸으며, 스스로 책임질 줄 알았다.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유 자체가 그랬듯이, 재선에 도전하려다 7년 재임에 만족하고 물러설 때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었던 것도 충만한 책임감과 역사의식 덕분이었다. 이런 것이 바로 위대한 리더십일 것이다.”- 정운찬의 <가슴으로 승부하라> 중-

또 이는 서울대 총장 시절 자신에게 커다란 위안이 돼주었다고 한다.

“트루먼 대통령처럼 스스로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안 중 제일 좋은 안을 선택해 낼 수 있는 지도자의 철학과 비전, 안목과 자질이 필요하다. 다행히 ‘선택의 학문’인 경제학을 오랫동안 공부한 것이 총장직을 시작하려는 나에게 커다란 위안이 됐다.”-정운찬의 <가슴으로 승부하라> 중-

그래서일까. 정 전 총리는 KBO 총재직을 수행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잊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선동열 감독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선발 병역 특례 의혹 논란 등이 한창 뜨거울 때였다. 당시 정 전 총리는 역대 KBO총재로서는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한 바 있다.

권위주의 관행을 깬 파격주의 행보이기도 했다. 그 시기 정 전 총리는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KBO최고책임자로서 상처받은 국민, 특히 야구팬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아시아게임 야구 3연패를 달성했지만 병역 문제 관련 질책을 많이 받았다. 더 늦기 전에 거기에 대한 사과 해명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2018년 9월 <시사오늘>인터뷰 중-

마무리하며, 세계의 각종 위기는 ‘책임지지 않는 인간들’ 때문이라며 역설적으로 책임을 강조한 한 경영학자의 경종의 메시지를 곰곰이 상기해본다.

그 메시지는 ‘블랙스완’의 이론가인 미국의 경영학자 나심 탈레브가 자신의 저서 <스킨인더게임>(SKIN IN THE GAME)에서 한 말이다.

“책임을 안고 현실에 참여하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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