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로 꼬인 실타래…‘서민의 발’ 버스 멈춰 세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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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제로 꼬인 실타래…‘서민의 발’ 버스 멈춰 세우나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9.05.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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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금 인상해야” vs. 버스업체 “경영 어려워”
정부 “지자체, 요금 인상하라” vs. 지자체 “총선 앞두고 여론 부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둔 버스업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둔 버스업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둔 버스업계가 진통을 겪고 있다. 전국 각지의 노선버스업체 노동조합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손실 보전을 요구하면서 파업 찬반투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스업체와 정부, 지방자치단체 모두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버스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금 손실 보전하라는 노조 vs. 임금 인상 불가능하다는 버스업체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동차노련)은 8일 전국 지역 사업장 479곳 중 200여 곳이 8~9일 양일간 파업 찬반투표를 벌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각지 버스노조는 쟁의조정 시한인 14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미 200여개 사업장노조는 지난달 29일 파업 전단계인 쟁의조정을 신청해둔 상태다.

버스노조가 파업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원인은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임금 하락이다.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주52시간제가 도입될 시 버스기사 월급이 최대 100만 원까지 줄어든다. 낮은 임금을 추가근로수당으로 메우던 우리나라 임금구조상, 근로시간 단축은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때문에 버스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통해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임금 하락분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버스기사들은 시급이 낮아 장시간 근로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 상태에서 임금 인상 없이 근로시간만 줄이면 버스기사들은 생활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버스업계도 황망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영 악화로 수년 전부터 요금 인상·특별재정 지원 등을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는 이유에서다. 매년 임금과 운영비가 상승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됐음에도, 요금이나 지원금은 제자리걸음이다 보니 회사 경영이 임금 상승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노조 측 역시 업체에만 부담을 전가할 수는 없다는 뜻을 밝혔다. 앞선 관계자는 “회사 측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눈치만 보는 정부와 지자체…서로 책임 전가만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눈치만 보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다. 우선 정부는 지자체에 요금 인상을 권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버스 공공성 및 안전강화 대책’을 통해 버스요금 인상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대책으로 제시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만나 버스요금 인상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반면 운임 조정권을 가진 각 지자체는 버스요금 인상에 소극적이다. 내년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요금을 올리면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실제로 이 지사는 김 장관의 요청에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생각하면 (버스요금을) 인상하기 쉽지 않고, 한편으로 업계 현실성이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위해서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그런 여력도 없어 고민이 많다”며 난색을 표했다.

오히려 경기도는 국고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도와 경기지역 31개 시·군, 이 지역 버스업계는 8일 ‘경기도-시·군-버스업체 상생협의회’를 열고 일선 지자체와 버스업계 부담 완화를 위한 국고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경기도 외의 지자체들도 지방정부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국고지원 없이는 대규모 폐선과 감차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

자연히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미 파업 투표가 가결된 부산 지역의 정치권 관계자는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선거가 코앞인데 어떤 시도지사가 버스요금 인상에 찬성하겠나”라며 “주52시간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1년이나 유예기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이제 와서 이러는 걸 보면 문재인 정부가 아마추어 정부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정부의 조정 노력 미흡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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