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의 時代架橋] 북한 무력시위와 대처방향 명암(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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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의 時代架橋] 북한 무력시위와 대처방향 명암(明暗)
  • 이병도 주필
  • 승인 2019.05.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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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교활한 단거리 도발…무력시위로 얻을 건 없다
대한민국 전역 사정권, 동족 볼모로 협박하는 北
저강도 시위에 한.미 절제된 대응 
北 미사일 유엔결의 깨도 韓•美는 정치계산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는 정부와 軍
‘총성 사라졌다’는 文대통령 현실인식 
대북 인도적 지원, 대화 물꼬 지렛대 삼아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또 시작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잇따라 감행했다.

일종의 무력 도발을 재개해 한반도 정세 불안의 조짐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북핵 협상의 출구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북한이 장거리 방사포와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발사체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4일 오전9시6분부터 27분까지 강원도 원산에서 단거리발사체 수 발을 발사한 뒤 10시께 전술유도무기 2발을 추가로 쐈다. 

이날 발사체는 동해상까지 약 70㎞에서 240㎞까지 비행했다.

이어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한 지 닷새 만인 지난 9일 평북 구성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또 발사했다. 고도 50여㎞를 비행해 '북한판 이스칸데르'일 가능성도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500㎞로 한반도 전체가 사정권에 든다. 패트리엇과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이 미사일에 핵이나 화학무기라도 달면 어떻게 할 것인지, 안이한 대처자세를 보이고 있는 정부와 군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또 시작했다.ⓒ뉴시스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또 시작했다.ⓒ뉴시스

발사체 성격 조속한 공개를

북한은 이번 군사행동으로 미국을 압박하며 단계적 비핵화에서 한 발도 후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비핵화 의지'를 부풀려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던 계획이 '하노이 노딜'로 틀어지자 다시 군사적 긴장을 높여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북한의 식량 사정은 10년 만에 최악이다. 136만t의 외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한•미가 대북 식량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마당에 이렇게 군사도발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 비판치 않을 수 없다. 국민을 굶기면서 무기시험을 하는 나라에 무슨 지원이냐는 부정적 여론이 고조될 것은 빤한 일이다. 

민간 군사전문가들의 판단이 맞는다면 북한의 이번 감행은 북한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 행위의 중단을 요구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74호의 위반이다. 중대한 사태다. 이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추가 제재를 불러올 수 있고, 북한 비핵화보다 대북 제재 완화를 앞세우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사일은 방사포와 달리 탄도수정이 가능한 유도(guide) 기능을 갖춘 것이다. 군 당국은 발사체 성격에 대한 조사 결과를 조속히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군사합의 용도폐기에도 안이한 대응

현재 한•미는 엄중한 상황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뒷말을 낳고 있다. 유엔결의를 위반해도, 남북 군사 합의를 깨도 양국 정부가 국내 정치 계산에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론도 적지 않다. 

우선, 우리 정부의 대응은 너무 미온적이고 안일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문재인 정부로서는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몇 발 쐈다고 국정 목표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망치고 싶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뻔한 사실마저 부인해선 곤란하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일 공산이 크다고 보는데도 그 가능성을 일축하려는 분위기는 실로 걱정스럽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나 그 변형이라면 실로 심각한 일이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어서 미국에 대한 위협은 아니라고 했지만, 한국에는 미사일 방어 체제를 무력화할 위협이다. 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대한민국이 직접 타격 대상이다. 

현대적 무기체계에서 전술유도무기란 사실상 미사일이다. 전술유도무기가 자체 추진력으로 좌표에 입력된 목표물을 찾아가 타격하는 무기이다. 바로 미사일이 그렇다. 이렇게 미사일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정확한 실체가 무엇인지 선뜻 다가오지 않는 전술유도무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라는 측면에서도, 북한 도발에 대한 신속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부적절하다.

이번 북한의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자, 9•19 남북 군사합의가 용도 폐기됐음을 알린 행위다. 김정은도 도발 당일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평화와 안정이 담보된다는 철리”를 언급했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긴장 유발 행위는 남북 간 신뢰를 해치는 동시에 북미 간 협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자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특히 북한의 이번 발사는 한미의 연례적인 군사훈련보다는 훨씬 더 위협적 성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북한은 연말까지를 협상의 시한으로 정해 놓고 한미를 압박하고 있고, 내년에 미국 대선이 있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과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으로 다져놓은 톱다운 방식의 해법 틀이 돌발 변수로 인해 흔들리고 있어 우려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실로 큰 타격이다. 이러고도 대북제재 해제 우선의 대북 유화정책을 밀고 가기는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협상 문호…식량지원 관리론 대두

한편으로, 북한의 행동에 한국과 미국 모두 자제력을 발휘한 것이 다행스러운 측면은 물론 있다.

그것은 우리 정부와 미국이 북한의 무력시위에도 여전히 협상의 문을 열어 놓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단거리로 발사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면서 북한과 협상할 의사가 있으며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대응을 자제한다고 해서 조성된 긴장 국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 행보다. 

그런 점에서 한미 정상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한미 간 비핵화 공조 체제를 확인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북한 식량난은 같은 민족으로서 외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명은 굶주림에 직면해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 주민들을 존중하고 인류에 대한 박애정신을 실천하는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과 김정은 정권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따른 ‘대북 제재 압박’은 별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의 저강도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고 싶어 하며, 인도적 지원을 사실상 그 당근책으로 선택했다. 한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의 어정쩡한 결과물에 균열을 보이는 듯했지만 식량지원을 계기로 접점을 찾은 듯하다.

우리로선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지렛대로 적극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철저히 인도적인 지원이어야 할 것이다.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를 훼손하거나 에두르는 편법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돼야 한다. 국제기구와 공조해 지원품 사용에 대한 검증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묘한 도발 한미동맹 이간 노려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한 대응은 정확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저강도 도발로는 대북제재가 더 강화되지는 않으리라는 계산 아래 모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를 노린 교묘한 도발로 한미 동맹의 이간을 노렸다. 중•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미사일로 미국 영토를 직접 위협하는 레드라인(금지선)은 피하면서도 점차 후순위로 밀려가는 북핵문제에 관심을 끌겠다는 상투적인 수법을 다시 사용했다. 

북한의 이번 훈련에서 중거리 이상 탄도미사일은 빠졌다. 대미협상의 판은 깨지 않으려고 그 나름대로 수위를 조절한 셈이다. 미국 측에 '영변 핵시설 폐기 대(對) 주요 대북제재 해제' 카드를 받으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북이 일부 핵시설•물질을 감춰둔 채 '스몰딜' 하자는 요구에 미국이 응하리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참모들의 만류로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절제된 반응을 보였지만, 미국 조야의 기류는 여전히 강경 기조다.

그런 점에서, 남한 당국의 대응자세 문제점은 실로 크다. 군 당국은 발사 직후엔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했다가, 발사체로 명칭을 바꾸더니, 북한이 신형 전술유도무기라고 발표한 뒤에는 같은 용어를 복창하다시피 했다. 

군이 그 실체를 정말 몰랐다면 심각한 안보 무능력을 자인하는 셈이다. 미사일로 내부 결론을 내리고도 공식 발표를 못한다면 더 심각한 일이다. 대한민국을 방어하려는 의지보다 북한 비위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정치적 고려가 더 앞선 것은 아닌가.

정부의 미온적인 자세는 도발 수위를 더 높여도 아무 탈이 없을 것이란 북한의 오판 가능성만 높여 줄 뿐이다.

미온적 대응과 오판 배경 

그 오판 가능성은 북한의 이번 도발 배경에서도 읽혀진다. 

북미 협상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유인하고 한미 간 대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북측 입장을 적극 옹호하게 하려는 전형적인 북한식 전술인 셈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 북한 측이 강력한 어조로 미국에 책임을 돌렸으며 최근에는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견뎌나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전술 유도무기 사격시험을 참관한 데 이어 이번엔 발사 장면까지 공개하며 협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아예 보란듯이 드러내놓고 도발을 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발사 순서와 방법까지 정해주고 발사 명령을 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이번 무력시위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압박 공조’를 강조한 직후에 이뤄진 것은 주목할 만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 이행 및 제재 완화 방안과 미국이 요구하는 일괄적 비핵화 및 제재 해제 방안 사이에 접점을 찾아지지 않아 비핵화 협상은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교착돼 있다. 이번 도발은 이런 판을 흔들어 교착된 북미협상을 움직여 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중단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면서도 비핵화 협상에서 빅딜(일괄타결)을 앞세워 타협하려 하지 않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도 읽힌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이번에 무력시위에 나선 까닭을 다른 각도에서 관측해 볼 부문은 있다. 

지난해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를 결정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공개 약속한 것은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염두에 둔 선제 행동이었다. 

하지만 북•미 협상에서 미국은 상응조치는 커녕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해왔다. 게다가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벌이는 상황에 맞서 내부결속 차원에서 대응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두고 남북관계를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도 있는 행위라면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며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가 지난 7일 지난달 열린 한•미 연합편대군 종합훈련 및 8월로 예정된 19-2 동맹연습을 두고 “그런 군사적 도발이 북남 사이의 신뢰를 허물고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위협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그렇다고 한반도 정세 시계를 계속 거꾸로 되돌리려는 행위는 안된다. 북한이 수위를 높여 전략도발로 들어갈 경우 북•미 대화는 단절되고 한반도는 군사충돌의 위기상황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북은 이번 미사일 발사 후 우리 정부와 미국의 신중 대응기조를 북핵 문제 일괄타결에서 단계적 합의와 이행으로 유도하려는 자신의 전략에 호응하는 것으로, 나아가 도발의 수위를 높일 계기로 오판해선 안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초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력시위보다 우선 남북대화에 응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한 대북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 순서일 것이다. 

미 국내 정치, 트럼프 재선이 한국 안보보다 우선

미국의 실질적인 향후 대응자세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 보고를 받은 뒤 "김정은이 나를 속였다"며 분노했다고 한다.

보고 직후 격노했으나 참모들이 말리는 바람에 13시간이 지난 뒤 점잖은 톤으로 “김정은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고 트위터에 썼다.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아직은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발사된 신형 무기의 사거리가 짧아 미국이 느끼는 위협 강도는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 “우리는 그것이 비교적 짧은 거리였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해 북의 도발 의도에 휘말려 들지 않겠다는 점을 부각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심지어 북이 탄도미사일 발사 사진을 공개했는데도 '미사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그것들(they)'이라고 지칭했다. "국제적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고 했을 정도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은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며 매우 절제된 대응을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무력 시위에 대한 섣부른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 같은 자세의 미국 국내 정치적 측면도 지적치 않을 수 없다. 미국 당국자들도 북한의 이번 도발이 '북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란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문제 삼지 않으려는 태도는 두 차례 미•북 정상회담으로 미국 안보 위협을 제거했다고 선전해온 트럼프 행정부 업적에 정치적 상처를 내기 싫어서일 것이다.

당초 폼페이오는 하노이 미•북 회담을 앞두고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했다. 그 무렵 '북한 비핵화' 대신 '미국에 대한 직접 위협 제거'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최우선 관심이 북 ICBM 제거에 있다는 뜻이다. ICBM급 발사만 아니면 '미 국민이 안전해졌다'는 말로 미•북 협상을 포장해 트럼프의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는 것이다. 

지금 트럼프 외교는 이란•베네수엘라•시리아 등 곳곳에서 수렁에 빠져있다. 대중 무역 협상도 순조롭지 않다. 북한마저 탈선하면 내년 대선에서 야당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재선이 북핵 폐기나 동맹 한국의 안보보다 우선이다. 

이런 미국의 움직임 속에서 한국이 한•미•일 3각 안보체제에서 이탈하는 듯한 모습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것은 걱정이다. 

미•일 정상은 4~6월에 걸쳐 태평양을 넘나들며 세 차례나 만나게 돼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전후해 한국에도 올 것인지는 아직도 미정인 상태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를 계기로 미국 의회 내에서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정부 안보 허점과 무방비 자인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미사일 발사는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남북한 군사 합의를 어긴 것이다. 우리 군은 이 합의를 지킨다며 군사 분계선 인근에서 공중 정찰도 포기하고 서북 5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포격 훈련도 중단했다. 

그런데 북은 우리 수도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70~240㎞의 미사일과 방사포를 발사했다. 방어훈련까지 중단했더니 상대는 대놓고 공격훈련을 한 것이다.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해 해외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 얼굴에 침을 뱉고, 다 쓴 타월처럼 치워버렸다"고 했는데 이번 도발은 한술 더 뜬 격이다.

한국이 지나치게 북한 눈치를 본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고 하지만 이번만큼은 강력하고도 분명한 항의와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 지금은 결코 어설픈 ‘북한 달래기’에 나설 때가 아니다. 정권의 성패를 떠나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의 대응이다. 그동안 중국•러시아와 밀착해 제재의 틈을 벌려온 북한이 군사행동에 나섬에 따라 우리 정부의 중재자론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 

정상적 군대라면 잠재적 적(敵)의 공격 수단에 대해서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대비책을 마련한다. 실재하는 적이라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군대에서는 이런 자명한 이치에 반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북한 도발과 관련된 대응을 보면, 어느 나라 군대인지, 누구를 지키기 위한 군대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우리 정부의 입장과 태도는 달라야 한다. 북한의 이번 신형 무기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을 직접적인 타격 대상에 올려져 있으며, 그것도 수도권 주민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동해안 원산에서 발사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3분의 2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더구나 이동발사대에서 기습 발사할 경우 사전 탐지와 경보가 어렵고, 통상의 포물선 궤도가 아니라 종말단계에서 상승한 뒤 급강하하는 편심탄도(eccentric ballistic) 비행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협적인 무기다. 

지난해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9ㆍ19 군사합의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이 같은 북한의 군사 도발을 마냥 방치하면 그 수위는 점점 높아질 것이 뻔하다. 정부는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계속 추진하되 군사 도발에 대해서는 냉정하고도 단호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한미 간의 조율된 대북정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미가 북한의 도발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평가와 대응까지 같을 수는 없다. 북한의 단거리 무기 사정권 안에 있는 우리와 바다 건너 멀리 있는 미국이 느끼는 위협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에게 명백하고 실질적인 위협에 대해선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이 착각에서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 

정부 당국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청와대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못해 안일하다.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으로 “남북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한다”고 한 게 고작이다.
미국이 자신들 땅에 도달 못 하는 단거리 미사일이라 '괜찮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설득해야 하는데 오히려 "도발적으로 안 본다"며 맞장구를 쳤다. 

청와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국가정보원 등과 여당이 보여준 행태는 북한을 감싸고 있는 인상을 주거나 우리 방위망에 구멍이 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들게 한다. 

군 당국의 발표는 '미사일'→'발사체'→'신형 전술유도무기'로 춤을 췄다. '팩트'는 발사체가 미사일임을 가리키고, 전문가 대부분이 그렇다고 하는데 정부만 아니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정원도 “고도와 거리를 감안할 때 미사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7일 국회에서 국방부 보고를 받은 뒤 “단거리 미사일로 특정하기는 어렵고, 도발 의도가 아니라 화력 타격 훈련이라고 국방부가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10~20여종이 발사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것이 방사포냐, 미사일이냐는 다수 종류가 혼재돼 있기 때문에 좀 더 파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당국과 여당의 이런 자세들은 미사일 공격에 대한 허점과 무방비를 자인한 셈이다. 이번 도발 며칠 전에 김정은의 신형 전술무기 지도 보도가 있었고, 군 당국도 2∼3일 전부터 특이 동향을 파악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직 제원은커녕 미사일인지 아닌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미사일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실제 상황이었다면 미사일 요격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허망하게 당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과 당국 인식 

문 대통령의 인식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인식은 객관적 현실은 물론 국민의 걱정, 나아가 미국과 일본 등 우방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다.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는 국가의 보전(헌법 제66조)이며, 이를 위해 국민은 국군 통수권을 부여(제74조)하고 있다. 취임 2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기고한 글을 읽는 국민은 착잡하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랭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서정적인 말들로 평화를 노래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하늘•바다•땅에서 총성은 사라졌다”면서 “한반도의 봄이 이렇게 성큼 다가왔다”고 했다.

북한은 한•미 공조를 하려는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등의 모욕적 언사로 비난한 데 이어 관영 매체를 통해 “외세와의 공조로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제정신을 가지고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제 4•27 판문점 선언 1주년에 아무 반응도 없고, 탄도 미사일 도발까지 강행했는데 ‘총성은 사라졌다’니 어느 나라 얘기를 하는지 실로 의아할 정도다.

총성은 우리 쪽에서만 없어졌다. 국군은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는 남북 군사 합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며 방어 훈련을 대폭 줄였다. 최전방 공중 정찰과 서북 5도를 지키기 위한 포병 훈련을 중단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에 무력 도발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주문해야 한다. 수도권을 사정권에 둔 도발 훈련을 하는데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지난 3월 일본 외무상은 중의원에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은 사전 실무협상 단계에서부터 '좀처럼 진전되기 어렵다'는 점을 미•일이 공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국과 달리 미•북 회담 결렬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청와대는 회담 당일 아침 '하노이 합의'를 기대하고 남북 경협을 준비할 인력 중심으로 청와대 안보실 인사 개편을 했고, 회담 결렬 30분 전에는 '남북대화 본격화'를 예고하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한국 정부만 희망적 사고에 빠져 사태를 오판한 것일 수 있다. 이제 북한의 속셈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통하지도 않는 중재자론을 접고 한미공조 강화를 통해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

북한 도발행태 역사, 이제는 안 통해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세계의 관심을 끌려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은 상투적이다. 

과거에도 협상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대화를 걷어차고 군사적 충돌위기로 몰아가곤 했다. 자신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벼랑 끝 전술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에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원하던 제재 완화 등이 뜻대로 되지 않자 군사도발로 나왔다.

북한의 추가 도발 수위에 따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한 발짝만 더 무모하게 나간다면 비핵화 협상 분위기가 훼손되고, 2017년 말처럼 대북 군사제재 기조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핵무기는 유지하면서 도발과 협박으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북한의 꼼수는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한미는 이번 주 서울에서 외교안보협의체를 연쇄적으로 가동,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문제를 논의하고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들어갔다. 모스크바에서는 한국과 러시아 북핵 협상 차석대표가 만난다. 북미 간 기 싸움과 북한의 무력시위 속에서도 인내심을 갖고 당사국과 주변국을 설득하며 협상의 동력을 되찾는 외교적 노력을 배가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 철저한 관리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 구상의 공식화는 그런 점에서 추이가 주목된다. 

이번 식량지원 구상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실태보고서가 명분을 조성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가 결정적인 동력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통일부가 2017년 9월 의결한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대북 쌀지원 추진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 지원 외에도 쌀 차관 형식이나 무상 지원의 직접 방식도 검토한다고 한다.

통일부는 지난 2017년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의 대북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하는 방안을 의결했으나 아직 이를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수해 지원을 제의했다가 거부당했는데 이번 대북 인도적 지원도 북한이 흔쾌히 수용할지, 설혹 수용하더라도 남북 및 북미 대화 재개에 응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핵화 방식에서 단계적 해결을 주장하는 북한이 일괄타결을 고집하는 미국의 태도 변경이 없는 한 식량 지원만으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한•미동맹의 공조를 토대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큰 틀은 북핵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온 힘이었고, 앞으로도 결코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인도적 식량지원도 그 연장선상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관철돼야 할 원칙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점이다.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가 2017년 의결했던 800만 달러에 얽매이지 말고 실질적인 도움이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 지원 규모는 파격적이되 그 성격은 북핵 제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기 바란다. 

북한도 이를 하노이 회담 결렬 사태의 돌파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적극 수용하고 대화 재개의 계기로 삼는 것이 현 국면에서 북한이 손에 쥘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다.

북한은 지난 2월 148만톤의 식량이 부족하다며 유엔에 긴급 식량 원조를 요청한 바있다. 노동신문이 연일 ‘쌀이 금보다 귀하다’며 식량 증산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심각성을 보여준다. 국제적십자연맹은 1,030만명의 북한 주민이 영양실조라고 진단했고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Q)도 곧 보고서를 발표한다.

유엔 대북 제재의 벽에 가로막혀 제자리걸음 중인 남북 교류와 협력도 대북 인도지원을 매개로 활성화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쌀로 비핵화를 살 순 없다. 식량난의 1차적 책임도 북한 정권에 있다. 우리가 인도적 지원을 한다고 북한도 인도적으로 나와 핵을 포기할 리도 만무하다. 그러나 남북ㆍ북미 대화가 끊긴 상황에서 허송세월만 할 순 없다. 핵무기가 늘어나고 핵무력이 고도화할수록 가장 큰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적어도 위기 경색 국면을 전환할 계기를 만들고 대화의 동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상호 신뢰의 싹 다시 키워야 

온 국민의 목숨이 걸린 안보 문제는 늘 최악에 대비하는 게 상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심혈을 기울여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고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한미 양국도 북한이 더 이상 군사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단호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복잡한 국제정세 틈바구니에서 평화 유지가 살얼음판 위를 걷듯 어려운 한반도이기에 사소한 일이라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중단돼야 마땅하다. 정치적, 외교적으로 당장 해법이 나올 수 없다면 경제적, 인도적인 차원에서 교류가 재개돼 상호 신뢰의 싹을 키워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도 이제는 도발적 행동으로 얻을 게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제재를 풀고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에 편입하려면 핵 포기 외엔 방법이 없다. 무력 도발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비핵화를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협상에 성실히 임해 접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추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능적인 제한적 도발로 한미를 압박하려 하기보다는 협상테이블에 앉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게 당당한 태도일 것이다. 발사체 도발에 대한 한미의 절제된 대응과 성과 없이 끝난 북러 정상회담은 북한이 예전 같은 벼랑끝 전술로는 얻을 게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음을 깨달아야만 한다.

 

이병도는…

1952년 경남 진양에서 출생했고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후 1981년 연합뉴스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 야당출입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저서로는, <6공해제>, <97년 대선 최후의 승자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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